SM엔터를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회전 - SWI PREMIUM

SM엔터를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회전


일주일 내내 뜨거운 소식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SM엔터테인먼트 이사진이 이수만 회장을 축출하고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카카오와 손잡았고, 격노한 이수만 회장이 하이브와 손잡았다는 이야기였죠. 호사가들의 입장에선 이만큼 군침 도는 이슈가 없습니다. 에디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웹툰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건의 경과

일단 이 사건의 중심에는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이하 얼라인)가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펀드를 말합니다. 혹시 주식을 가지고 계시다면, 여러분이 설정한 주소지에 일정 기간에 한번씩 우편물이 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주주인 여러분에게 주주총회의 주요 아젠다나 위임장에 대한 설명, 가지고 있는 주식에 따른 배당금 안내 등이 우편으로 안내됩니다. 보통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마는데, 이 행동주의 펀드는 이때 주주의 권리를 적극 활용해 저평가된 주식의 가치를 올리고 이득을 보는 펀드입니다.

얼라인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수만이 이끄는 SM은 상장 이후 한번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나눠주지 않은 걸로 유명했습니다. KB자산운용 역시 이수만의 자회사가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가고 있다며 차라리 회사를 합병하라고 요구했지만 무시당했습니다. 이 타이밍에 얼라인이 SM엔터테인먼트에 입성합니다. 그리고 작년 3월, 얼라인은 SM엔터에 주주서한을 보냅니다. 내용은 SM엔터의 이수만씨가 가지고 있는 자회사들이 과도한 ‘프로듀싱 비용’을 받아가고, 바로 이 때문에 SM엔터의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내용이었죠. 프로듀싱 비용을 얼마를 받아갔느냐, 바로 ‘매출’의 6%였습니다. 매출의 6%면 세금과 기타 수수료와 인건비 등을 모두 포함한, 입금된 돈의 6%니까 공제 이후 나오는 영업이익의 수십%까지 될 수 있는 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KB자산운용은 실패했던 설득, 이번엔 얼라인의 설득이 성공합니다. 결국 이사회는 SM엔터와 이수만씨의 회사중 하나인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정리하고, 얼라인이 추천한 감사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었습니다. 얼라인의 승리였죠. 이때 얼라인이 가지고 있던 지분은 0.91%였습니다.


상황이 여기서 정리되는 줄 알았는데, 2월 7일, 카카오가 SM엔터의 2대 주주로 등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주식을 발행해 9.05%의 지분을 확보했고, 이수만씨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 거죠.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이 필요하고, SM은 기술력이 필요하니까 서로 윈윈일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이미 같은 문제제기를 했던 KB자산운용이 약 4.6%정도를 가지고 있어 국민연금을 설득할 수 있다면 약 22%의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럼 소액주주들을 설득할수만 있으면 승리가 눈앞인 거죠. 그런데, 당연히 이 소식에 이수만씨가 격분합니다.

그리고 이수만씨는 법무법인 화우와 함께 현재 SM엔터의 경영진을 고소합니다. 그리고 나서 방시혁씨의 하이브와 손을 잡습니다. 자신의 지분 18% 중 14%를 판매합니다. 이수만과 손잡은 하이브는 “12만원에 주식 삽니다”라고 공시합니다. 당시 SM엔터의 주가는 9만원정도 됐습니다. 이걸 공개매수라고 하죠. 그리고 하이브는 목표치를 40% 언저리로 잡습니다. 단독으로 40%를 확보하게 되면 이수만씨의 남은 지분과 컴투스(3.8%)를 더하고,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면 과반 이상 확보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하이브는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라고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 난장판이 된 SM의 한복판에서 하이브가 “12만원에 주식 삼! 전쟁 끝내러 왔음!”이라고 말한게 먹혔으면 좋았을텐데, 일단 12만원까지 치솟던 주가가 12만 5천원 정도까지 올라버렸습니다. 거기에 계속 오름세를 보여주고 있으니 아무도 안 팔겠죠. 내가 가진 주식을 팔아서 주가를 낮출수도 없습니다. 그것도 같은 지분이니까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이수만씨의 조카, 현재 SM엔터의 대표 이성수씨가 폭로 영상을 올립니다.

폭로의 내용을 보면 라이크기획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매출의 6% 가량을 떼어가는 홍콩의 CT 플래닝이라는 기업을 가지고 있으며, 해외 수익을 이수만씨에게 넘기는 중이라고 역외탈세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하이브와 SM엔터가 손잡으면서 내놓은 성명에서 하이브가 이수만의 해외 프로듀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이것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내놨죠. 이 건은 이성수씨가 대표로 있을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친 내용이어서 이성수씨가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음에도 폭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또, ESG를 표방하며 나무심기를 얘기했던 것도 사실은 부동산 투자목적이었으며, 에스파 등 아티스트를 활용해 노래 가사에 지속가능성, 1도라도 낮출, 상생, 그리니즘(Greenism)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도록 요구해 앨범 출시가 미뤄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포함되었습니다. 정리는커녕 더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 2월 16일 목요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의 모습입니다.

* 그래서, 웹툰 얘기좀 해보자.

일단 하이브나 카카오 중 웹툰계에 조금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곳은 카카오로 보입니다. 카카오엔터는 요즘 아이돌물에 진심인데요, SM이라는 우군이 생기면 SM의 아이돌과 함께 콘텐츠 IP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복안이 생깁니다. 실제로 카카오가 SM 지분을 인수하면서 동시에 카카오엔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보면 이런 복안이 단순히 전망이 아니라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중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죠.

한편 하이브가 인수하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하이브는 자사 아티스트 IP를 활용해 네이버웹툰과 작품들을 글로벌 런칭하고 있고, 폭발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소기의 성과들은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합병이 완료되는 시점 이후에 SM엔터의 아티스트들로도 같은 프로젝트를 하고, 본업뿐 아니라 웹툰에서도 세계관을 교차시키는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적인 예로 광야의 BTS, SMCU의 최종보스 블랙맘바와 싸우는 BTS의 <착호>같은 이미지를 지금 당장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하는 건 얼라인이 제기한 문제입니다. 얼라인은 실제로 일을 한다 하더라도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가는 이수만씨의 라이크기획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건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득을 대표가 챙기게 되니 횡령 또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웹툰계에서 벌어질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게 이번 SM 엔터 인수전이 웹툰시장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일 겁니다.

일단 구조만 따져보면 당연히 1:1 비교는 어렵지만, SM엔터의 아티스트는 웹툰작가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집니다. 비즈니스의 핵심인 크리에이터인거죠. 그리고 앨범은 웹툰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공연이나 방송출연, 광고 등은 IP확장이라고 생각해보죠. 당연히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이수만씨처럼 욕심을 부릴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비단 대형 플랫폼이나 제작사만이 아니라 개인 법인 역시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거나 본사가 직접 해도 되는 웹툰의 수정과 보완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실제로 하는 일은 없지만 제작에 서류상으로 참여하는 기획전문 회사를 설립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물론, 걸리면 범죄니까 처벌받지만요.

현재 웹툰과 관련한 상장사는 디앤씨미디어, 키다리엔터테인먼트, 미스터블루, 탑코미디어 등이 대표적입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역시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 카카오픽코마를 비롯해 재담미디어, 와이랩, 테라핀스튜디오 등 적지 않습니다. 당연히 불법을 목적으로 상장사를 꿈꾸는 기업이나, 상장 이후에 불법을 저지르려고 작정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욕심을 통제하지 못할 때 범죄가 벌어지죠. 그러니, 웹툰계에선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 아티스트는 상품이 아니다

또 하나, 이성수 대표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수만씨는 아티스트를 자신의 전략을 홍보하는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는 점이 걸립니다.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드러내고, 정말 ‘아티스트’로서 활동하게 하기보다 기획에 따라 움직이는 상품으로 보았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죠. 아까 앞서 말했던대로, 웹툰 작가 역시 마찬가집니다.

물론, 독자의 니즈에 맞춘 기획작은 분명 필요합니다. 다만 그것만이 전부가 되어선 안 되겠죠. 그게 바로 다양성일 거고요. 모든 웹툰작가가 기획작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아이돌의 정규앨범은 필요하지만, 소속사에서 내준 앨범만 낼 필요가 없는 것처럼.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보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물론, 그에 맞춰 아티스트 역시 역량을 키우기 위한 학습과 발전을 멈추면 안 될 겁니다. 웹툰작가, 만화가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자신이 만들고 있는 웹툰, 만화라는 매체의 예술성을 실험하고 성취해내는 것 역시 필요하죠.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논의하고, 때로는 논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고요.

결국 중요한 건 욕망이 욕심이 되는 순간을 캐치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플랫폼이 아티스트를 갈아끼울 수 있는 부품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던 순간을 지나 욕심을 부리기 시작할 때, 그리고 작가가 플랫폼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을 넘어 내가 모든 것을 해냈다고 착각하는 욕심을 부릴 때. 시장은 망가지기 시작할 겁니다. 그 욕망이 욕심으로 변하는 순간을 통제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일 겁니다. 장밋빛 계획대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산업은 없습니다. SM엔터는 아티스트를 통해 꿈과 희망을 말했지만, 그게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남은 건 실망과 분노 뿐이죠. 웹툰 역시 꿈과 희망을 말하는 대중예술입니다. 이걸 간과하면, 붕괴는 순식간이겠죠.

일단 하이브와 카카오, 어디가 승리하게 되건 긴 관점에서 웹툰이 IP확장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거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건 산업적인 분석이고, 산업이자 대중예술인 웹툰의 역할을 고민해보게 된 오늘 시간이었습니다. 대중예술로서 웹툰이 가지는 위상은, 다른 매체로 전이될 때만 생기는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IP확장은 그 효과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지만요. 따라서 웹툰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아티스트도, 아티스트가 올라선 플랫폼은 당연하고, 어쩌면 그걸 지켜보는 독자들에게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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