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정리 요구와 라인망가 - SWI PREMIUM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정리 요구와 라인망가

요 며칠간 가장 뜨거운 뉴스는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합작회사 A홀딩스 지분관계를 재정립하라고 요구했다는 뉴스였습니다. 이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정치, 외교, 또 경제와 경영까지 다각도로 분석해봐야 할 문제죠. 그걸 다 하려면 에디터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됩니다. ‘라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사실상 네이버와 라인이 A홀딩스를 두고 지분 거래 협상을 어떻게 할 지에 달려있죠.

여기까지는 웹툰과 크게 관련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일본에는 ‘라인’이라는 이름을 두고 있는 웹툰 서비스가 있죠. 바로 일본에서 벌써 11년 된 웹툰 플랫폼, 라인망가입니다. 오늘은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이후 라인망가에 끼칠 영향에 대해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1) 이름은 라인망가지만 지분은 네이버웹툰과 네이버

일단 라인망가는 이름은 ‘라인’ 망가지만, 메신저 서비스를 운영하는 라인과는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습니다. 2018년 이후 지분정리를 꾸준히 해왔던 네이버와 네이버웹툰은 라인디지털프론티어라는 라인망가 운영권을 가진 기업을 운영중입니다. 이 라인디지털프론티어가 라인망가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죠. 라인디지털프론티어 지분을 살펴보면 국내 기업인 네이버가 70%, 마찬가지로 국내기업인 네이버웹툰이 30%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라인디지털프론티어 지분 100%는 모두 한국 기업이 운영중이고, 라인이 경영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 라인망가가 가지고 있는 e북 서비스인 ‘e북 이니셔티브 재팬(이후 e북재팬)’이 있습니다. 이 기업은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운영하던 서비스로, 야후재팬이 운영중이던 e북재팬은 2022년 3월 31일부로 네이버웹툰이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었습니다. 라인망가를 운영하는 라인디지털프론티어, 그리고 e북 부문을 담당하는 e북재팬에 이르기까지 라인의 지분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이번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인한 분쟁 때문에 라인망가 서비스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다만, 북미 법인이자 총괄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은 네이버가 71.2%, 라인야후가 28.7%,보유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사회 구성 역시 라인야후와는 달리 네이버와 네이버웹툰 핵심인물로 구성되어 라인야후와는 결이 다릅니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라인이 일본에 매각된다고 해도 당장 네이버웹툰의 경영에 참여하거나, 상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미합니다. 다만 라인 메신저가 가지는 파급력, 그리고 네이버웹툰과의 시너지를 생각했을 때 영향을 끼치는 건 분명하죠. 그리고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받는다면 상장이 미뤄질 가능성 역시 존재합니다.


2) 기술독립, 경영권 확보 이후에는?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에 확인된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번째로 지난해 11월 52만명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일본 정부가 분노했고, 그것이 행정지도로 나타났고, 행정지도에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간의 지분 조정 요구가 들어있었습니다. 두번째는 이번주 라인은 이사진 전원을 일본인으로 꾸렸고, 그 과정에서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이사를 사실상 경질했죠. 세번째로는 일본 라인의 완전한 기술 독립을 통한 네이버 영향력 지우기가 확정됐습니다.

A홀딩스의 지분을 정확하게 5:5로 나눈 다음, 소프트뱅크는 라인의 경영을, 네이버는 기술개발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에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고, 22년 5월에 만든 “경제안전보장추진법” 중 2023년 11월에 추진된 ‘기간 인프라 산업의 안정적인 공급확보’가 빌미가 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니까, 일본 정부는 라인을 ‘기간 인프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라인의 일본 가입자는 9천만명이 넘고, 시장 점유율은 94%에 달합니다. 전국민이 쓰고 있는 ‘인프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는 거죠. 근데 그걸 이렇게 홀랑 가져가냐는 분노는 일단 뒤로 하고, 이 얘기를 왜 했는지 살펴봅시다.


라인은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비단 일본 뿐 아니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전역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플랫폼이고, 한국이 가진 사실상 거의 유일한 글로벌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라인이 일본에 매각되어 기술독립까지 하게 되면 네이버는 라인에 대해 실효적인 접근방안을 잃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라인망가는 독립된 별도 법인이죠. 그리고 라인망가에 가입하거나 로그인할 때는 라인 계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전체 비율은 알 수 없지만, 적지 않은 비율일 겁니다. 그리고 일본, 대만, 태국 등지에서 폭넓게 사용중인 라인페이도 있습니다. 라인 이용자들이 라인페이를 이용해 결제해 네이버웹툰 서비스를 이용하는 그림을 그리는게 어렵진 않죠.

물론,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어 있으니 당연히 수수료를 내고, 사용료를 내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완전히 이해관계가 별도로 분리되고 난 다음이 문제입니다. 소프트뱅크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난 다음, 그때도 지금과 같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요. 라인 이용 비용이 올라갈 수도 있고, 라인이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할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네이버웹툰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등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지금 당장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3) 관건은 동남아 관리 권한

일단 라인의 시가총액은 대략 25조원, 그 중에서 네이버가 차지한 지분의 총 가치는 약 8조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일각에서는 여기에 프리미엄을 더해 10조원 정도로 지분을 판매할 수 있다면 크게 손해보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라인에 엮여있는 글로벌 서비스입니다.

네이버의 해외 진출 플랜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이 라인이고, 거기서 확장시키는 날개 역할이 웹툰이라면 라인 없이 네이버가 해외,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확장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따라서 관건은 동남아 지역 사업을 담당 권한까지 한 번에 넘어가게 되는지 여부가 중요하죠.

해외 담당 자회사는 라인플러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라인플러스는 Z인터미디어트 글로벌 산하의 100% 자회사죠. 라인플러스는 미국, 태국,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 사업체를 두고 해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인플러스는 네이버의 또 다른 사업 부문인 스노우와 연결되며, Z인터미디어트는 라인게임즈, 네이버제트, IPX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만약 ‘매각’을 수순으로 진행한다면, 일본이 주요 인프라라고 주장했던 만큼 일본 서비스를 분리해서 일본은 일본 라인만을 가져가고, 네이버가 라인의 글로벌 서비스 권한이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지도 중요해집니다. 특히 라인 메신저, 라인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가 라인 산하에 섞여 있는데, 글로벌 사업권을 가져올 수 있다면 네이버 입장에선 글로벌 사업은 지키면서 일본 서비스만 분리하는 식으로 갈 수 있겠죠. 물론, 이건 꽤 어려운 일이고, 아직까진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이런 칼럼의 끝이 그렇듯이 ‘지금은 아직 알 수 없다’입니다. 네이버웹툰의 비용부담이 커지든, 아니면 라인과의 제휴관계가 어려워지든, 최소한 그것도 아니면 일본에서 라인망가가 사업을 영위하는데 순조로운 신호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그러니 일단 네이버웹툰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보니, 예의주시하는 수 밖에는 없겠네요. 진행중인 문제지만, 부디 문제가 잘 해결 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지금 당장 속 시원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5월 14일 덧붙임) 정부에서도 "(매각한다면) 관여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없고, 팔지 않기로 하면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매각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고, 네이버 노동조합 역시 "라인 계열 구성원과 이들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이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선택은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또한 주식회사가 주주 이익에 반해 회사를 매각할 경우 배임 등 혐의로 소송전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네이버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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