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미디어 인터뷰 ②] 설동원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웹툰 작가로, 더 성장하고 싶어요."

2019년 한해동안 웹툰계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에이전시 등 작가가 플랫폼과 직접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을 대리하고 전반적인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그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최근 다양한 분야로 활동을 넓히는 중인 신생 기업인 "소이미디어"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번 인터뷰 시리즈는 3월 15일까지 총 4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입니다. 두번째 시간으로 <무명시기>의 작화를 맡고 있는 설동원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작가님의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저스툰에서 장미 작가님과 <무명시기>를 만들고 있는 작화 담당 설동원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했었고, 이제는 웹툰 작가로 데뷔해 첫번째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

설동원 작가 (사진제공=소이미디어)

Q. 말씀하신 대로, 작년에 작화로 데뷔를 하셨습니다. 데뷔 준비과정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원래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래서 혼자서 그려보기도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일러스트를 하다보니까 한 컷 안에 많은걸 담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만화의 특성이라던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잘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SNS에 잠깐 올렸다가 지운 만화를 대표님이 보시고 연락을 주셨어요.

본인이 만화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해 줄 수 있으니까 계속 해보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안해 주셨고, 그래서 많은 연습을 통해 익혀나갈 수 있었습니다.

Q. 아무래도 일러스트를 하셨다보니 말씀해주신 것 처럼 만화와 다른 점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만화와 가장 다른건 어떤 것이라고 느끼셨나요?

- 아무래도 일러스트는 한 장에 모든걸 쏟아내야 하지만, 만화는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 완급 조절이 있어야 되더라고요. 이 부분을 볼 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그리면서 정말 큰 차이라고 느낀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일러스트를 그릴 때 채도가 높은 색을 많이 쓰는 편이었는데, 웹툰을 그렇게 그리면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 부분도 있고요. "가독성"이라는 부분이 아무래도 저에겐 가장 큰 차이였던 것 같아요.

Q. 팬들의 반응 중에 ‘작화는 존잘 설동원 작가님이라 믿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본인 그림의 강점을 이야기 해주신다면요?

- (웃음) 부끄럽네요. 강점이라면 개성있는 그림체? 일러스트는 레트로한 색감을 가진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그런 부분을 보시는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아, 제가 영화 중에 <하이스쿨 뮤지컬>, <퀸카로 살아남는 법>같은 하이틴 영화를 많이 좋아해서 일러스트 할 때는 몇몇 장면을 모티프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하이틴 영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설동원 작가의 평소 일러스트 (이미지 제공 = 설동원 작가)


Q. 데뷔작인 <무명시기>는 SM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진 작품입니다. 작화가로 작품을 준비하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 처음에 대표님이 “BDSM (만화) 하실래요?” 라고 하셔서 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가 전혀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자료는 어디서 얻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좀 많이 했거든요. 게다가 제 그림과 내용이 잘 어울릴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구요. 일단 하기로 마음먹은 다음에는 장미 작가님 작품을 많이 보고, 작가님께 많은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대표님과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다듬고, 또 고치고 하는 과정이 있었구요.


Q. <무명시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재미를 가진 웹툰인가요?

- 주인공이 사디스트인 소담이에게 마조히스트인 걸 들켜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BDSM이 아무래도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있고, 그렇게 알려진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은 부담없이 보실 수 있는 소프트한 작품이구요. BDSM에 대해서 잘 몰랐던 분들도 어떤 문화인지 알아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무래도 글작가님과 같이 작업하다 보니 혼자 하는 작업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글작가님과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 장미 작가님이 거의 그림 콘티를 작화만 하면 되게 만들어서 보내주세요. 그렇게 보내주신 콘티를 바탕으로 저는 스케치를 먼저 하고, 스케치가 끝나면 공유해서 피드백을 받고, 피드백 내용을 수정하고 나면 채색에 들어갑니다.

Q. 협업을 한다고 해도 결국 작화는 작가님이 홀로 작업하셔야 하는 과정일텐데요,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작업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또, 협업 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요?

- 가장 어려운 부분은 ‘색감’인 것 같아요. 기존에 제가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배어있는 습관도 있고요. 또 어려운 부분은 감정표현인 것 같네요. 주인공이 항상 잘생기게 나와야 하는데, 구도에 따라서 또 표정이 들어가면 그걸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끝까지 그린 다음에 피드백을 받고 통과했더라도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엎을 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만화로 첫 작품이다 보니 ‘만화적 과장’을 적절히 사용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건 조언을 받는다고 해도 말씀해주신대로 결국 제가 그려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장미 작가의 콘티(좌)와 설동원 작가의 원고(우)


Q. 이야기를 듣다보니 작가님 성격이 완벽주의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원래 뭐 하나를 해도 마음에 들 때까지 해야 속이 시원한 성격이라. 웹툰 준비를 하면서 이미 통과된 원고의 몇 컷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다시 그린 적도 있거든요. 그런데 웹툰은 주간 마감이 있으니까 대표님이 ‘월 4회’를 목표로 하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연재 들어가기 직전까지 월 3회 마감이 한계였는데 대표님이 괜찮겠냐고 물어보셔서 ‘할 수 있다’라고 답변을 드렸어요. 그렇게 정하고 나니까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Q. 주간마감은 처음이실텐데, 독자로서 볼 때와 지금 어떻게 다른가요?

- 사실 체력적으로 좀 많이 부담이 돼요. 주변 분들이 힘들다고 하시니까 힘들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어떻게든 하고는 있는데(웃음)… 독자로서 볼 때는 11시에 웹툰이 업데이트 되면 재미있게 보기만 하면 됐는데, 그리는 입장이 되니까 도대체 누가 11시 업데이트로 정한 건지 원망스럽기도 하고요(웃음).

Q. 현재 연재중인 작업을 마치고 나면, 계속 웹툰 작업을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 아무래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원래 만화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니까 제가 만든 스토리를 연재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좀 더 실력이 쌓이고 나면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장르는 제가 하이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로맨스 학원물을 그려보고 싶어요.


Q. 올 한해 기대와 포부, 그리고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먼저 지금 연재중인 <무명시기>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독자분들께 재미있는 만화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고,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아프지 않고, 재미있게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데뷔작을 이제 막 시작한 신인 작가분들을 인터뷰하면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긴장에서 오는 떨림과 작가로서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이 말은 어떻게 하는게 옳을지 말을 고르는 모습에서 설동원 작가의 모습에서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긴장한 모습을 숨기지 않고 "떨린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좋은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이어서 소이미디어 작가분의 인터뷰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색깔이 다른 작가분들의 인터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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