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만화 플랫폼 "에끌툰" 인터뷰 - '교회'라는 경험 속 자신만의 질문이 가진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인간은 누구나 커뮤니티를 이루고 삽니다. 모든 커뮤니티는 내부인과 외부인의 시선이 다르게 마련이고, 그 차이가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교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기독교 세계관 웹툰 전문 사이트도 있습니다. 교회 회중이라는 의미의 헬라어 '에끌레시아'와 '카툰'을 합쳐 만든 '에끌툰(www.eccll.com)'이 그것입니다. 생소한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2015년 7월 말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4년을 꽉 채운 나름 장수 웹툰사이트입니다.

비 신앙인(혹은 불신자)의 입장에서 에끌툰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에끌툰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 말고, 에끌툰을 만들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네, 안녕하세요. 제가 ‘에끌툰’이라는 기독교 세계관 웹툰 서비스를 만들게 된 것은, 이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사실 종교적인 내용은 일반적인 웹툰 플랫폼에서 게재하기 부담스러워 하잖아요. 아마도 작품을 빙자하여 포교하려는 경우들을 우리가 더 많이 보아와서 종교적 웹툰에 대한 인식이 한 쪽으로 굳어진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지금 에끌툰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들은 기독교 세계관 혹은 교회라는 배경 경험 속에서 나온 자신만의 질문과 이야기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질문과 이야기들이 충분히 매력적이고 잠재력이 크다고 느꼈고요.

Q. 기독교 세계관은 그 자체로 이미 다양한 창작물에 영감을 주는 세계관입니다. 당장 생각나는 작품만 해도 굉장히 다양한 작품들이 있는데요. 굳이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명제를 내세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음, 우선 ‘기독교 세계관’을 내세운 이유 자체는 에끌툰을 만든 이유에 대한 위의 답변과 좀 겹칠 것 같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이 작품으로서 다뤄지지 못한 영역이 정말 많다고 느낍니다. 그동안은 ‘도덕률’이나 ‘내세’에 관련된 주제에 한정되어 있었던 경향이 컸다고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최근에는 환경문제와 시스템에 관한 목사의 고뇌를 드러낸 <퍼스트 리폼드>, 예수의 생애를 여성 제자의 관점에서 다루는 <막달라 마리아> 같은 영화들이 나와서,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주제가 전통적인 선과 악, 혹은 내세관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고 봅니다. 에끌툰은 거기서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에끌툰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들 중 일부는 ‘신학 덕후’이기도 한데요, 저희가 느끼는 건 현대 신학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또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서와 역사에 대한 신학자들의 비판적 재해석과 연구들 역시 기독교 세계관 작품의 가능성 확장에 좋은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이 직접 작가로도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도서 출간 비율도 굉장히 높은게 눈에 띄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방식이 가능했을까요? 대표로 활동하시면서 직접 작가활동도 하시는게 버겁지는 않으셨나요?

에끌툰 웹툰 중에서 특정한 신학적 주제를 다루는 작품의 경우 대부분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해당 작품들이 지식적인 내용들을 꽤 많이 담고 있어서, 토론이나 교육적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선호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출간된 모든 작품들이 최소 3쇄 이상, 어떤 작품은 14쇄까지 찍기도 했습니다. 교육적 활용이 가능해서 출간이 가능했다는 점이 사업적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웹툰의 재미와 작품성 그 자체로 출간 가치를 확보하는 작품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은 있습니다.

대표와 작가활동을 겸하는 것은 회사 규모가 작은 현재는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직원이나 작가 수가 늘어나고, 업무량이 증가하게 된다면 분명 어느 한 쪽에만 집중해야 할 상황이 오겠죠. 그래서 앞으로는 저 개인의 웹툰 제작에 있어서는 기획과 스토리에 집중하고, 작화는 다른 작가에게 의뢰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에끌툰을 처음 들어가서 몇몇 작품들을 훑어 보면, 저같은 비 신앙인들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기독교 세계관 웹툰'이라는 말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사라지는 경험입니다. 평론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제가 얼마나 편협하게 봤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특히, 회의주의적인 작품들이 전면에 나선 것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작품 연재 결정을 내리는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연재작 선정은 두가지 측면을 고려해서 결정합니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지, 그리고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작가만의 개인적인 질문이나 경험, 혹은 주제의식이 담겼는지를 봅니다. 기독교 교리를 나열하듯 전개하는 학습만화 같은 작품이나, 독자에게 믿음을 가질 것을 설득하려는 포교용 작품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작품들은 그 작가만의 고유한 시선이나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의주의적인 작품들이 눈에 띈다고 하셨는데,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기독교인 작가들의 솔직한 시선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최근 한국 교회의 행보를 보면 아무리 기독교인이라도 한숨이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죠.

Q. 그렇다면 왜 '만화'였을까요? 다양한 형식의 미디어가 있을텐데 굳이 만화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단 대표인 저부터 만화가니까, 만화나 웹툰이 갖고 있는 매력과 가능성을 많이 체감하고 있어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좀 결과론이긴 하네요. 저와 강희종 개발자(저희 회사 CTO), 그리고 작가들 모두 만화를 너무 좋아합니다. 이 지점은 다른 웹툰 서비스들의 탄생과 차별화될 만한 요소가 전혀 없는 것 같네요. 만화가 정말 좋습니다.

연재작이 몇 작품 되지 않는 에끌툰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은 어디서 나올까?


Q. 사실 에끌툰이 규모가 큰 웹툰 사이트는 아닙니다. 연재중인 작가는 최근 완결지은 린든 작가를 포함해도 5작품 가량, 완결 역시 단편을 포함해도 그렇게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4년동안 유지하실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보통 기독교 언론사에서 인터뷰할 때면 이런 질문에는 ‘주님의 은혜로’ 라고 했었는데요. 하고 싶은 작품을 계속 해 가기 위한 의지와 오기가 많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기독교 세계관 웹툰을 연재할 곳이 에끌툰 외에는 마땅한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4년 간 어떻게든 버틴 거죠. 무료 연재를 이어가다가 2017년 11월부터는 유료멤버십을 도입해서 수익 구조를 만들기도 했고요. 현재 매월 정기 결제를 통해 유료로 작품을 감상하시는 멤버십 독자가 1,200명 정도 되는데요, 그 덕택에 예전보다는 버틸 수 있는 힘이 좀 더 생겼습니다.

밥/빵 멤버십. 각각 월 11,000원, 3,500원이다.

Q. 회차별 결제가 아니라 밥/빵 멤버십으로 결제를 하게 됩니다. 각 3,500원과 11,000원으로 혜택이 조금씩 다른데요. 밥과 빵이라는 이름 역시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완전 멤버십으로 결제를 하는게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결정하신 이유가 조금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웹툰 서비스가 제공하는 회차별 코인 결제의 경우, 충분한 작품 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있는 수익이 나기 힘듭니다. 하지만 기독교 세계관 작품을 하려는 작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에끌툰에서는 당장 작품 수를 크게 늘이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에끌툰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작품을 지속해가는 일에 독자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발상으로 만들게 된 것이 지금의 ‘빵 멤버십’과 ‘밥 멤버십’입니다. 매월 정기 결제를 하는 독자들은 사실상 작가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간식을 사주거나, 밥을 사준다는 발상인 거죠. 그것을 통해 작가들이 굶지 않고 좋은 작품을 그려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작가와 독자가 함께 이 에끌툰이라는 공간을 창출해간다는 것이죠.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개별 작가를 응원하기 위해서, 혹은 에끌툰이라는 서비스 자체를 응원하기 위해서 멤버십에 가입하기도 합니다. 이 수익구조를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잘 될지 긴가민가 했던 게 사실입니다만, 다행히도 유효한 접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에끌툰에서 눈에 띄는 점이 '연재작', '완결작' 외에도 자유작이 있다는 점입니다. 자유작은 현재 2작품이 올라와 있는데 연재되고 있는 작품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에 힘을 더 실어볼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해요.

에끌툰이 이번 9월에 약간의 개편이 있을 예정인데요, 그때 자유작 코너는 사라질 예정입니다. 운영해본 결과, 자유작을 연재하는 작가에게도 점점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플랫폼 입장에서도 연재 텀이 갈수록 길어지는 작품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럽고요. 그 대신 레진코믹스의 ‘챌린지’와 비슷한 도전 코너를 신설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보고 있습니다.


Q. 사이트를 보면서 느낀 건데, 깔끔하고 정갈하게 갈무리되어있는 화면과 결제-멤버십 이후 UX가 눈에 띕니다. 개발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작년 여름에 법인으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개인사업자로 혼자 운영을 해왔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이트의 UI, UX는 모두 제가 직접 한 결과물들입니다. 요즘은 웹사이트의 경우엔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활용할 수 있는 소스나 참고 자료들이 많이 있어서, 혼자서 구축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사이트 로딩 속도나, 서버 쪽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꽤 많은 상태입니다. 법인 설립 때 함께 하게 되신, 현재 CTO로 계시는 강희종 개발자가 현재 에끌툰 사이트를 백엔드부터 다시 작업해가고 있고, 앞서 말씀드린 9월 개편 때는 훨씬 안정된 사이트로 개선될 예정입니다.

Q. 사실 웹툰 시장에서 '기독교 만화'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합니다. 또한, 만화의 내용뿐 아니라 만화로 종교를 다룬다는 것 만으로도 많은 논쟁(이라고 부르고 싶진 않지만)이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고민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비 신앙인에게는 ‘기독교 웹툰’이라는 말에서 오는 거리감 혹은 거부감이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이 에끌툰의 태생적인 진입장벽이 되는 것 같고요. 그 반대로 기독교인이더라도 보수적인 시각이 강한 사람들은 에끌툰의 웹툰들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덜’ 기독교적이길 바라는 분들도 있고, 왜 ‘더’ 기독교적이지 못하냐고 묻는 분들도 있죠.

사실, <비혼주의자 마리아>의 린든 작가와의 인터뷰도 준비했습니다. 곧 공개됩니다.

이번에 완결된 린든 작가의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이런 고민에 있어서 꽤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준 작품입니다. 교회 내의 여성에 관련된 문제를 다룸으로써,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비 신앙인이거나 교회를 떠난 여성 독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굉장히 많이 받게 되었거든요. 교회 내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루었음에도 이것이 ‘남성 권위 위주의 공동체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억압’이라는 점에서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좀 더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웹툰 기획 방향에 있어서도, 교회와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을 담을 생각입니다.

Q. 앞으로 어떻게 에끌툰을 만들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우선은 계속 잘 버텨가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작가님들을 만나서 더 다양한 작품들을 에끌툰 독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고요. 올해 9월에는 에끌툰 현재 사이트의 개편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영문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기도 합니다. 영미권에서 이미 기독교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에끌툰의 컨텐츠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부딪혀봐야 알겠지만,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Q. 보고 계실 작가분들과 독자분들, 그리고 교인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에끌툰 작가님들께는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 부탁드리고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중에 기독교 세계관을 담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으신 작가님이 있으시다면 주저 말고 에끌툰에 문을 두드려주세요.

그리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에끌툰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께도 늘 감사드립니다. 특히 빵 멤버십으로, 밥 멤버십으로 함께 해주시는 독자님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에끌툰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응원해주신 만큼 더 재밌고 유익한 웹툰들 계속 보여드릴 수 있도록 대표인 저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에끌툰, 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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