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콘지회 등 시민단체, "게임업계 사상검증 인권위 결정문 이행하라"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자지회, 청년유니온, 여성프리랜서일러스트레이터연대 등 30여개 단체는 7월 14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넥슨의 '클로저스' 캐릭터를 연기한 김자연 성우가 소셜미디어에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 후원하고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성우를 교체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일러스트레이터, 게임 캐스터 등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사상검증과 불이익은 확인된 것만 20여건에 이릅니다.

이에 2018년 피해 당사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요구한지 약 2년만인 지난 3일,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사상 및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여성 작가 배제 관행 개선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이에 디콘지회는 국가인권위 결정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14일인 오늘 기자회견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단체들은 "정부와 국회는 프리랜서를 포함한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문체부 역시 게임업계의 여성혐오, 차별적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게임을 문화예술 분야로 인정해 게임업계 창작노동자를 보호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콘진원에도 "게임 지원사업 심사기준을 보완하고, 게임 업계의 여성혐오적 차별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면서 "게임업체는 이용자의 반인권적 집단행동 옹호를 중단하고, 피해자를 업계로 복귀시켜라"라고 요구했습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게임업계에서 사상검증 또는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직장, 일자리, 경력을 잃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더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이번 인권위에서는 특이하게 '의견표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인권위는 문체부, 콘진원, 게임업계에 사상검증을 이유로 일자리를 잃게 만든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보고 있지만, 일반적인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의견표명이라는 전례없는 방식으로 차별을 범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게임업계에 대해서도 "사업자이기 때문에 '돈 되는 일 때문에 했다', '돈을 못 벌까봐 잘랐다'고 변명했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책임 없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돈을 벌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웹하드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법동영상과 성착취물을 올렸던 사람이 구속됐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다는 게임업체 사장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몇년 전 회사 동료가 회사에 신고했던 일을 기억한다"고 전했습니다. 류호정 의원은 "게임업계는 게임 개발이 중단되면 정규직이라도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고용불안이 만연한 업계에서 비정규직, 프리랜서에게 생계를 빌미로 위협을 가하는 것은 더욱 쉽다. 특히 게임업계 여성 종사자들은 차별에 노출되어 있고, 오늘까지도 변한 것이 없다. 사상검증은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류 의원은 덧붙여 "사상검증은 그 자체로 이미 혐오와 차별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며 "나와 다른 생각을 혐오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또한 게임업체 경영진에게도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혐오 없이도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업계 문화를 조성하는데 동참해달라. 업계부터 최소한의 책임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설득해 나가라"고 요구했습니다. 문체부와 콘진원에도 실태조사와 대책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피해당사자들은 "세상에 부당함을 외쳤지만 낙인의 괴롭힘은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생계수단이 없어져 나 자신을 책망하고 공격하다 지금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글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 큰 상처를 받고 있다. 2년여간 기다린 인권위 결정문에 아쉬움이 많지만, 국가가 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다른 피해당사자는 "자신의 신념과 사상을 개인적인 공간에서 언급조차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막막하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피해가 반복되어 변화는 요원하다. 이제 우리가 호소할 기관도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막막함을 토로해씁니다. 이어 "더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습니다.

비단 게임업계의 문제만이 아닌, 웹툰업계에도 사상검증 피해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피해는 작가들을 위축되게 만들었고, 피해 당사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웹툰 플랫폼 역시 단순히 유통사라는 이유로 책임을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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