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영상진흥원 2개 노동조합, 만화계와 '진흥원 비위사태' 규탄시위... "참을만큼 참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노동조합과 새노동조합은 만화가협회, 여성만화가협회 등 만화계와 함께 부천시청과 부천시의회 앞에서 '진흥원 비위사태' 규탄시위를 개최했습니다.

만화영상진흥원 노동조합에서는 "신종철 원장 취임 이후 1년 반이 지났다. 직원과 소통을 강조하며 취임했지만 소통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즉흥적이고 비전 없는 운영과 밀실 조직개편, 불공정한 조직운영과 부하직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에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정부의 기조인 노동존중사회를 무색하게 만드는 신종철 원장의 노동조합과의 교섭 위임 등의 소통 거부는 물론 예전에 합의가 이루어진 단체협약을 부정하는 믿지못할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요구에 경영권과 인사권을 핑계로 거부하는 원장의 행동에 직장내 괴롭힘이 만연했고, 퇴직자가 발생했음에도 면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 원장은 간부 직원의 비위를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이 직원을 색출하는 행태를 묵과했고, 결국 해당 직원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별다른 징계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은 노동자들의 강력한 항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진흥원 직원들은 참을만큼 참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새노동조합에서도 "부천시의 방관이 우려스럽다"면서 "진흥원에서 만든 협의체인 공정평가운영관이 부적절하다는 사내 게시판 글과 댓글을 단 직원에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진흥원 사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에 겸직을 불허하는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겸직을 허가하는 등 앞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8년 진흥원 간부직원 A씨는 자신의 지도교수이자 만화영상진흥원 이사였던 B 교수가 맡은 용역사업 보고서를 먼저 취득해 이를 표절, 자신의 석사논문에 사용했습니다. 부천시 감사결과 17곳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의견이 제출됐고, 결국 해당 논문이 취소되어 A씨의 학위가 취소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사내 게시판에 글과 댓글로 의견을 개진한 직원들에게는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등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의 내부 징계절차가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노총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류기섭 수석부위원장은 "처음 이 내용을 접하고 '21세기에 이런 공공기관이 있나'하고 생각했다. 부천시와 부천시의회는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이 함께 하겠다. 5만여 조직원이 함께 지켜보겠다"고 연대를 표시했습니다.

여성만화가협회에서도 "진흥원은 작가와 직원, 그리고 만화계 종사자들 모두의 것"이라면서 "진흥원의 이번 사태를 들은지 오래 됐다. 그동안 진흥원을 지탱해온 것은 직원들이라고 생각한다. 진흥원을 지키는 것에 이제야 동참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있다. 힘들게 지켜온 직원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작가들이 앞으로 함께 하겠다.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진흥원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화인들 역시 "2018년부터 비위 직원의 강력한 징계, 재발방지 대책과 조직의 강도높은 혁신을 촉구하였으나 현재까지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한국 만화영상진흥원 원장은 비위직원에 대한 징계는 모르쇠로 일관할 뿐 아니라 진흥원과 관련된 업체에 겸직을 허용하는 특혜를 주고 있다"면서 "반면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에게는 과도한 징계처분을 결정하는 등 비 상식적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공공기관으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로서의 윤리를 가볍게 여기고 조롱하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1.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인사위원회를 외부기관, 단체의 추천을 받아 공정하게 재구성할 것, 2.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은 비상식적 경영과 형평성 없는 관리감독을 인정하고 즉각 사과할 것, 3. 부천시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정상화와 재발방지 대책을 적극 이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년간 진흥원 직원들은 물론 만화계의 지속적인 자정 촉구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한 진흥원의 운영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만화계의 분노가 표출된 시위였습니다. 작년 3월, 같은 내용의 시위가 있었을 때 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운집한 가운데 집회가 이루어진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앞으로 진흥원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 만화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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