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어떤 해가 될까?

2020년은 정말로 무엇하나 예측할 수 없는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가 찾아왔고, 우리는 또다른 한 해를 준비하고 예측해봐야 한다.

1. 코로나19: 성장과 상장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웹툰에는 도움닫기로 작용하면서 보다 빠른 도약을 할 수 있는 한 해였다. OTT 서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온라인 콘텐츠들이 호황을 맞았다. 웹툰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는 2020년 3분기 역대 최고 성장률을 갱신하며 3분기에만 매출액 1,480억원을 기록했고, 이는 2019년 카카오페이지+픽코마 전체 매출액 2,958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카카오페이지는 2020년 5월, 월평균 이용시간이 넷플릭스보다 긴 플랫폼이 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은 2020년 7월 최초로 일 거래액 30억원을 돌파하는 한편, 글로벌 MAU 7천만을 넘겼다. 이런 호황에 더불어 투자 역시 활발했다. 카카오페이지는 글로벌 웹소설 스타트업 래디쉬(RADISH)의 지분 12.46%를 322억원에 취득했고, 웹툰 제작사 투유드림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보유중이던 타파스미디어(TAPAS)의 지분을 취득해 21.68%를 보유하게 됐다. 이미 2019년 주관사 심사를 마친 카카오페이지는 기업공개(IPO)이후 상장을 위한 준비를 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2021년 상장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네이버웹툰은 내부 정돈에 나섰다. 이미 리코(LICO), 스튜디오N을 비롯한 자회사를 통해 웹툰 제작 수직계열화를 마친 네이버웹툰은 2020년 라인망가를 운영하기 위해 설립한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를 인수, 라인망가를 네이버웹툰 산하에 두는 한편 본사를 미국으로 옮겨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웹툰을 운영하는 주체가 됐다. 따라서 웹툰엔터테인먼트(미국)-네이버웹툰(한국)-라인망가(일본)을 하나로 엮는 재편에 성공했다. 또한 웹툰엔터테인먼트를 미국 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면서 투자 유치를 진행중이다. 2021년은 한국의 양대 플랫폼이 상장을 시도하거나, 최소한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카오페이지가 텐센트와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 중국 본토 진출을 본격화하는 한편 대만 법인을 설립해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나서는데, 네이버웹툰 역시 대만에서 서비스 중이던 라인망가와 라인웹툰을 하나로 합쳐 본격적인 서비스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대만은 인구의 1/3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상대적으로 빠른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을 가진데다 젊은층이 디지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감상하며 값을 지불하는데 익숙하다. 이런 환경 덕에 2019-2020년 플랫폼의 해외 각축장이 일본이었다면, 2021년부터는 대만으로 옮겨 동남아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기 전 전초기지 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대형 웹툰 플랫폼들의 IP전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 많은 IP, 더 많은 작품을 공급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작사와 에이전시 등 작품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CP(Contents Provider)의 성장 역시 두드러지는 2021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미디어믹스는 더욱 치열해질 것

IP확장과 미디어믹스 역시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웹인프로를 통해 파악해보면 2020년까지 네이버웹툰,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 중인 웹소설 원작 웹툰은 200작품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미 웹소설-웹툰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은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2020년 하반기에는 네이버웹툰에 매달 5작품 내외의 웹소설 원작 신작이 등장하는 등,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OTT 서비스 역시 확장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와 손잡고, ‘검증된’ 원작을 찾길 바라면서 웹툰을 필두로 한 미디어믹스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촬영장 세곳을 다년간 임대하는 한편, 티빙(TVING)은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 멤버쉽에 가입하면 티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동안 네이버 멤버쉽이 자사 콘텐츠 이용에 국한되었다면 이젠 다른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여기에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tv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20분 내외의 ‘미드폼’ 드라마로 제작되는 웹툰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카카오tv에선 <아만자>, <며느라기> 등 다양한 IP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스튜디오 체제에선 상업성이 보장된 작품 위주로 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욕구와 함께 IP확장에서도 다양성이 작품성으로 이어지고, 독자들이 시청자로 이어지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연유로 기존 스튜디오 체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개인 작가의 작품 역시 IP확장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

하지만 2020년 웹툰 원작 드라마 중 <쌍갑포차>와 같이 원작과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라면 독자들이 찾지 않는 시대가 되기도 했다. 이런 ‘실패’는 원작 웹툰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이제는 IP확장에 있어 제작사의 역량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3. 고급화되는 독자의 눈

IP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독자들의 수준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는 한국 독자들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작품 숫자가 늘어나는 현상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2020년 <복학왕>이나 <헬퍼>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요구는 물론 작품 자체의 수준에 대한 독자들의 요구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현상은 대중문화로 소비되는 대형 플랫폼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대형 플랫폼일수록 작품을 만들고 소비하는 독자들의 시선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도 마찬가지로 플랫폼의 책임과 자율규제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불법웹툰 이제는 정말 잡아야

웹툰의 글로벌화와 다양한 매체로의 확장은 반길 일이지만, 이렇게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법웹툰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토끼’ 운영자 검거 이후 굵직한 사이트들의 운영자가 검거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불법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문체부가 2020년 12월 말부터 ‘공익신고’에 저작권 침해 게시물과 사이트를 포함시켜 공익신고를 통해 저작권자가 아니어도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전까진 저작권자가 아니면 신고를 하더라도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변경됐다. 뿐만 아니라 2021년부턴 문체부가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인터폴과 저작권 침해 수사를 공조하기로 하면서, 해외에 서버가 있어 수사가 어렵다는 핑계도 통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이나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많은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2020년에 이어 불법웹툰으로 인한 피해와 합법적인 감상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이젠 실태조사 시야 넓혀야

그동안 실태조사는 플랫폼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안정적 IP 공급을 받기 위해 제작사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현재 몇 개의 에이전시나 제작사가 영업중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찾기 힘들다. 또한 플랫폼이 직계약을 하는 경우보다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불공정계약 실태조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변화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작가들과 함께 일하는 어시스턴트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작가가 법인을 설립하고 고용하는 경우와 개인 작가가 어시스턴트를 구인하고 일하는 경우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작가단체 역시 정책연구와 그에 맞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때가 됐다. 2021년에는 이런 단체를 만나길 기대한다.

작가들뿐 아니라 업계 종사자 처우에 대한 실태조사 역시 필요하다. PD의 과중한 업무와 경계 없는 업무, 명확한 기준 없는 노동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카더라로만 존재한다. 특히 PD직군의 과중한 노동과 경계 없는 업무는 높은 이직률로 인한 전문성 확보의 어려움을 만든다. 업계 종사자들이 제대로 버텨내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고, 동시에 직군별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웹툰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쉽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따져보면 변수가 많고, 위치에 따라,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차고 넘친다. 때문에 2021년은 예측하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장한다’는 전제 하나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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