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카카오엔터의 개선안이 공개됐다

카카오엔터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웹툰, 웹소설 작가들과의 계약관행을 손보겠다고 개선안을 제출했습니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지난주 유정주 의원실에 상생안을 제출했고, 이에 따라 내부 관행을 손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생안에 따르면 먼저 지나치게 긴 작품 심사 대기시간을 줄이고, 비인기 작품의 수익모델도 마련하는 한편 작가들이 수익 정산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제작사/에이전시 계약' 못 보는 관행 바꾼다

그동안 가장 많이 지적받아온 부분은 제작사, 에이전시 등과 카카오가 맺은 계약 조건에서 제하는 부분을 확인해 작가가 실제로 수령하는 비율을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원장부'를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작가와 직접 계약하는 제작사나 에이전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작가가 자신의 계약에 영향을 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합리로 지적받아 왔습니다.

카카오엔터는 개선안에서 정산시스템 구축과 함께, 제작사, 에이전시등이 계약시 작가들에게 정산 내역을 공개하라는 조항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은 지난 수년간 작가단체들이 요구해왔지만, 계약서에 포함하지는 않고 있었던 내용입니다. 그동안 '검토'에 머물러있던 것이 국정감사 이후 도입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당사자들의 요구보다 정치권의 요구가 더 빠른 결과를 만들어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 MG제도도 손본다

카카오엔터는 미니멈 개런티(MG)역시 손볼 계획을 전했습니다. 보다 작가들에게 많은 분배가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방향으로, 내부 검토 후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엔터 이진수 대표가 MG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바로 '투자'라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카카오엔터가 진행해온 MG제도는 에이전시나 제작사 등 CP사들에게는 투자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작가들에게는 원고료가 있던 자리를 MG로 채우는 것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작가'가 아니라 '기업'의 운영방식에 가까웠던 겁니다.

또한 MG제도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선택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가능성에 따라 작가와 제작사가 협상해 계약 방식이나 수수료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변화한 MG제도라는 평가를 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카카오는 '지대추구(Rent-Seeking)'에 가까운 운영방식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카카오라는 건물에 장사가 잘 되는 1층에 입점하려면 높은 임대료를 내는 대신 카카오가 간판도 달아주고, 전단지도 만들어 주지만, 그게 아니면 사실상 카카오페이지 내에서 마케팅이 막히게 되는 방식입니다. 강제는 아니지만, CP사나 작가 입장에선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카카오가 정말로 '투자'를 말하려면, 작가들이 안정적인 연재가 가능하도록 원고료 + 수익쉐어 방식을 택하는 것이 맞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가 어떤 방식으로 MG제도를 손볼지, 자세한 내용이 공개된 이후에 추가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기다리면 무료'와 프로모션도 손본다

앞서 나온 지적에 카카오는 기다리면 무료를 개편해 심사 기간을 줄이는 한편, 프로모션도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자회사 작품이 아니면 수개월씩 심사를 끌어가고, 카카오엔터의 자회사 CP의 작품 심사는 빠르게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심사인력을 보강, 최대 한달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기다리면 무료' 적용 작품을 대폭 늘려 더 많은 작품이 프로모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비인기 작품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수익모델도 고민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웹툰 694작품, 웹소설 1,264작품에 달하는 오리지널 작품에 추가로 기다리면 무료 작품까지 대폭 늘릴 경우 정교한 큐레이션이 없다면 쏠림 현상 심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큐레이션을 보다 고도화하고, 순위 우선주의를 포기하지 않으면 숫자만 늘어나고 의미는 없는 프로모션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카오가 어떻게 큐레이션을 강화할지가 관건인 셈입니다.

이 외에도 카카오엔터는 그동안 창작자들에게 정산되지 않았던 하단 광고 수익도 배분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알렸고, 자회사 CP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시정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카카오엔터와 계약하는 CP사와는 표준계약서를 적용하는 한편, 문체부에서 추진하는 상생협의체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카오엔터가 전달한 개선안은 문제를 지적받은 카카오엔터가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에서는 꽤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어설프게 시늉만 했다가 문제를 더 키우지는 않을지 가까이서 지켜보고, 계속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을 개진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개선됐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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