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퀄 웹툰 : 홍보 수단에서 IP 다각화로


프리퀄(Prequel). 본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담은 속편을 뜻하는 말입니다. 최근 SBS의 청춘 로맨스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이 절찬리에 방영했었죠. 약 5주간 TV 화제성 드라마 순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꾸준히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화제성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이 드라마의 프리퀄 웹툰인 <그 해 우리는 : 초여름이 좋아!>는 지금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프리퀄 웹툰, 기존의 프리퀄 웹툰과는 확연히 다른 지점들이 눈에 띕니다. 대체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요?

*영화 홍보 수단에 불과했던 과거의 프리퀄 웹툰

확인되는 가장 처음으로 등장한 프리퀄 웹툰은 2013년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된 <설국열차 : 프리퀄>입니다. <설국열차 : 프리퀄>은 영화 <설국열차>의 개봉일에 맞춰 동시에 공개되었습니다. 이후 영화 <군도>의 개봉 후 레진코믹스에서 <군도 : 민란의 시대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프리퀄 웹툰이 2편 연재되었고, <내부자들> 역시 영화 개봉에 앞서 프리퀄 웹툰 3편이 공개 된 바 있습니다.


<설국열차>의 프리퀄 웹툰과 <군도>의 프리퀄 웹툰

이 시기의 프리퀄 웹툰은 독립적인 작품으로 인정받기 보다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부수적인 수단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예시의 작품들은 모두 무료로 연재되었고, 5화 내외의 아주 짧은 단편으로 연재되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 같은 사실들은 모두 프리퀄 웹툰이 일종의 영화 예고편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을 뒷받침합니다. 프리퀄 웹툰을 통해 영화에 대한 흥미를 돋우어 영화를 보러 가게 만드는 것이죠.

<사바하>의 경우에는 이러한 지점들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그래도 다음웹툰이나 레진코믹스 등 웹툰 플랫폼에 업로드 되었던 <설국열차>나 <군도>의 경우와 달리, <사바하>의 프리퀄 웹툰은 CJ ENM Moive 네이버 포스트 게시글 1에 올라왔습니다. 회차 수도 연재물이 아닌 딱 한 편짜리였고요. 해당 포스팅에 있는 ‘웹툰의 뒷 이야기는 지금 바로 극장에서 확인하세요!’라는 홍보 문구는 앞서 이야기한 ‘프리퀄 웹툰은 그저 영화의 홍보 수단’이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홍보 수단이 아닌 IP 다각화를 위해, <그 해 우리는>

그럼 다시 <그 해 우리는>으로 돌아와 봅시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프리퀄 웹툰 <그 해 우리는 : 초여름이 좋아!>는 드라마 방영 한 달 전에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 해 우리는>의 프리퀄 웹툰이 이전의 프리퀄 웹툰과 무엇이 다른지, 이러한 변화는 왜 생겨난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점은 <그 해 우리는 : 초여름이 좋아!>는 초단편에 그치지 않고 계속 연재 중이며, 유료 판매를 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프리퀄 웹툰은 2화, 3화 분량의 초단편에 무료로 연재되었다고 한 것과 확연하게 다른 지점이지요. 현재 <그 해 우리는 : 초여름이 좋아!>는 19화까지 연재가 되었으며 최근 3화의 미리보기는 유료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는 즉 영화 홍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 정도로 쓰였던 프리퀄 웹툰의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군다나 <그 해 우리는 : 초여름이 좋아!>는 드라마는 이미 종영을 했음에도 계속 연재 중입니다. 웹툰이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한 부수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 해 우리는 : 초여름이 좋아!>​의 최근 3화분의 미리보기는 유료로 제공된다.

또한 <그 해 우리는>은 드라마와 프리퀄 웹툰이 동시에 기획되었습니다. <그 해 우리는>을 제작한 스튜디오 N은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입니다. 그리고 웹툰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고 있죠. 즉 네이버웹툰에서 드라마도 만들고, 웹툰도 만든 것입니다. 이전의 프리퀄 웹툰들이 영화가 제작된 후 작가에게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그렇다면 네이버웹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는 일전에 ‘웹툰 IP를 외부에 팔았더니 그들이 프리미엄 붙여 되팔고, 수확 없이 판권 만료되고, 원작의 가치를 오히려 깎아내리는 작품이 나오고 고민이 많다’​2라는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 웹툰이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남의 손에 맡겨보니 그 IP의 생명이 길어지고 확장되기는 커녕 오히려 단축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에 스튜디오 N이 출범한 것일 테고, 스튜디오N은 이제 크레딧에서 이름이 선두에 나올 정도로 제작 역량도 쌓였습니다. 그래서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오리지널에 프리퀄 웹툰 연재를 함께 병행하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요는 프리퀄 웹툰이 단순히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IP의 생명을 연장하고 다각도로 활용하기 위해 드라마와 함께 기획된 동등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웹툰을 부수적인 매체가 아니라 쌍방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시로는 <해피니스>가 있습니다. <해피니스>은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이기도 하고, 네이버웹툰에서 연재중인 웹툰이기도 합니다. 웹툰 <해피니스>의 소개란에는 ‘같은 출발, 다른 전개!’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요. 드라마 <해피니스>와 웹툰 <해피니스>는 같은 설정과 스토리로 시작을 하지만 분기점을 지나면서 전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영화를 홍보하거나 작품을 안 본 사람들에게 더 쉽게 보여주기 위해 웹툰을 제작했던 과거와 달리, 웹툰을 본 사람이 드라마에서, 드라마를 본 사람이 웹툰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작품이 기획되고 공개된다는 것이 새로운 지점입니다.


*앞으로 더 많아지고 다양해질 웹툰 활용

사실 프리퀄 웹툰의 변화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20년 말에 연재를 시작해 2021년 10월 59화로 완결을 맺은, 영화 <반도>의 프리퀄 웹툰 <반도 프리퀄 631>은 일종의 과도기에 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도 프리퀄 631>은 영화가 개봉한 지 반년이 지난 후 연재를 시작했고, 장편 연재였으며, 유료 판매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도 프리퀄 631> 역시 ‘IP 확장’이라는 동일한 맥락으로 읽어낼 수 있습니다. <반도 프리퀄 631>은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를 넘나들며 구축되는, 소위 ‘연니버스’라 불리는 연상호 감독 고유의 세계관 일부를 구성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프리퀄 웹툰이 영화 홍보만을 위해 쓰이던 와중 <반도> 프리퀄 웹툰의 등장은 일종의 변화의 신호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는 <그 해 우리는>의 경우처럼 영화 혹은 드라마와 웹툰이 처음부터 동시에 기획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또한 프리퀄과 같은 외전의 형태 외에도 <해피니스>처럼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IP를 활용하는 방식 또한 더욱 늘어나고 다양해질 것입니다. 다만 네이버웹툰이 스튜디오N을 만들어 모든 것을 다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면, 그것이 과연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1)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860226

2) ​중앙일보, "네이버가 영화도 한다고? 스튜디오N, 존재의 이유", 21.08.2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0487#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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