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애플도 인앱결제 '꼼수'

애플이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소위 '구글갑질방지법'에 대응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구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구글이 내놓은 방안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유권해석에서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받은 만큼, 애플도 정부와의 신경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6일 애플은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이행 계획을 방통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6월부터 애플은 앱스토어에 인앱결제 외의 다른 시스템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애플의 이행계획은 '인앱결제 의무화'인 기존 방식에서 인앱 내 제3자 결제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바꿔 말하면, '인앱결제'와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만을 허용하겠다는 구글의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수료 비율 역시 기존 최대 30%에서 4%p 낮은 최대 26%로 설정해 사실상 구글과 똑같은 수준의 내용을 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 역시 구글과 마찬가지로 아웃링크(앱 밖의 웹페이지로 연결하는 방식) 방식의 결제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바로 어제 방통위는 구글이 인앱결제와 인앱 내 제3자결제('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방식)만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습니다. 구글의 아웃링크 제한 행위가 개정 전기통신사업법과 시행령에서 명시하는 '특정 결제방식 강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구글이 "6월 1일까지 구글이 제공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앱 마켓에서 삭제될 수 있다"고 경고한 부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됩니다.

애플이 제출한 이행안에서 제3자 결제를 허용하되, 아웃링크와 수수료율 조정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구글과 함께 애플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애플은 지난해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법 이행 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방통위는 구체적 이행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모두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후에 자사의 마켓만을 이용하도록 만들고, 거기서 수수료를 떼는 것을 '지대추구(Rent-seeking)'라고 합니다. 앱마켓이라는 봉토를 가진 영주가 플랫폼 기업들을, 플랫폼 기업들은 다시 노동자와 이용자를 착취하게 만드는 구조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최근 2022년 16차 위원회에서 "사실조사 자료 재제출 명령 불이행 강제금 부과 세부기준" 제정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습니다.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사업자에 사실조사가 실시되고, 자료 재제출을 명령했다가 어기면 매기게 되는 명령 불이행 강제금의 부과 기준과 사전통지 절차,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등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해 만약 애플과 구글이 '배짱 장사'를 하면 명령 불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따라 사실조사에 2회 불응하면 매일 200만원 이하, 일매출 30억원 이상이면 매출액의 2000분의 2를 부과하게 되며, 자료/물건 제출에 불응하면 5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네덜란드의 사례처럼 '아예 다른 앱을 만들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못박았다는 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이라는 거대 IT기업과의 수수료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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