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웹툰 플랫폼들은 오프라인 광고를 하기 시작했을까? (1) 네이버웹툰의 경우

혹시 지난 1년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어쩐지 웹툰 광고가 늘어났다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에디터는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고 외출할 때도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요. 작년에는 유독 버스 유리창을 보거나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눈에 띈 웹툰 광고에 ‘어라?’하고 놀란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웹툰 플랫폼들은 이전에도 오프라인 광고를 진행해왔습니다. 초창기의 카카오페이지부터 레진코믹스, 코미카, 북큐브 등 여러 플랫폼들이 버스나 지하철 등에 광고를 진행했었는데요. 최근의 오프라인 광고를 보다 보니 뭔가 이전과 달라진 듯한 점들이 눈에 띄어 한번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눈에 띄게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플랫폼은 네이버웹툰, 리디, 봄툰이 있었는데요. 먼저 네이버웹툰을 중심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작년 한 해 이곳저곳에서 눈에 띈 네이버웹툰의 오프라인 광고

출처 : 네이버웹툰 페이스북

꾸깃꾸깃한 흰 종이에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적힌 ‘내 남편과 결혼해줘’라는 문구. ‘내 남편이면 이미 나랑 결혼했단 소린데 왜 결혼을 해달라는 거지?’ ‘로고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데 이게 대체 뭐에 대한 광고지?’ 같은 의문을 떠올리게 하며 어딘가 공포스럽기까지한 이것은 바로 네이버웹툰의 웹소설 원작 웹툰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광고였습니다. 이후 정식(?) 광고들이 붙었는데요. 티저 격인 이 흰 종이 버전 광고가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등지에서 화제가 되면서 작품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이후 지하철에서 발견한 정식 광고. 에디터 직접 촬영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네이버웹툰에서 정말 각잡고 밀어준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프로모션이 엄청난 작품이었는데요. 서울 주요 지역 곳곳에 광고가 크게 걸렸을 뿐 아니라 막장 드라마를 패러디한 숏폼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지고 태국에서 (여자)아이들 민니가 광고 영상을 찍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이 밀어주고 있단 느낌을 받은 또 다른 작품은 <99강화나무몽둥이>입니다. ‘단시간에 1위를 달성한 신작’이라는 점을 내세워 앱 내 프로모션도 굉장히 적극적인 작품인데요. <99강화나무몽둥이>​도 오프라인 광고가 진행되었습니다. 요즘 시내버스는 버스 옆면에 크게 붙는 광고 외에도 버스 유리창에 스티커로 붙는 광고가 있는데요. 버스의 모든 유리창에 각각 다른 도안의 <99강화나무몽둥이>​​ 광고가 붙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에디터 직접 촬영


1) 브랜드가 아닌 ‘작품’을 내세우다

네이버웹툰의 오프라인 광고 전략이 이전과 달라진 첫 번째 지점은 바로 ‘브랜드가 아닌 “작품”을 광고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웹툰 플랫폼이 오프라인 광고를 할 때는 플랫폼의 인지도를 높이고 모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물론 이때 작품에 대한 광고도 포함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핵심은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우리 "플랫폼"’이죠. 그런데 네이버웹툰은 이제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인지도로 보나 MAU로 보나 국내에서 네이버웹툰은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네이버웹툰이 웹툰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지금 대한민국에 ‘네이버웹툰’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니까요.

이것은 ‘웹툰’이라는 개념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미국에서의 네이버웹툰의 프로모션 방식과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미국에서는 네이버웹툰 로고 탈을 쓰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등 국내에서는 전혀 하지 않을 방식으로 웹툰, 그리고 네이버웹툰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주력합니다. 또한 뉴욕 지하철 등에 진행된 오프라인 광고의 문구들을 보면 특정 작품이 아니라 웹툰 자체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는 게 드러납니다. ‘Oops, 9PM turned into 3AM again’(어이쿠, 밤 9시였는데 벌써 새벽 3시네), ‘Scroll down for a throw down’ (적을 내치기 위해 스크롤을 내쳐라), ‘Your favorite platforms love us’ (당신의 최애 스트리밍 플랫폼의 최애는 우리)’ 등이지요. 마지막 문구를 비롯한 일부 문구는 만화와 웹툰을 하위문화 취급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습니다.

출처 : 네이버웹툰 글로벌 서비스 '웹툰' 트위터

아무튼 네이버웹툰의 입장에서 이제 국내에서는 ‘네이버웹툰’ 자체를 광고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네이버웹툰에 ‘이런 재미있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려서 이용자 리텐션을 유지, 상승시키는 것이죠. 특히나 초창기의 네이버웹툰과 비교하면 이제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는 작품 수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먹힐 만한 특정 작품을 콕 찝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전에는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였다면 이제는 ‘내용을 알리는’ 홍보가 주가 된 것이죠. 아무리 티저였다지만 로고조차 박지 않은 <내남결> 광고를 보면 플랫폼보다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도 문제없다는 네이버웹툰의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2) 영상화 시대, 원작 작품을 홍보하다

최근의 네이버웹툰의 오프라인 광고 양상이 이전에 비해 또 눈에 띄는 점은 영상화된 원작품을 내세운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작년 말을 휩쓴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은 사실 문피아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소설이지만, 드라마를 방영하기 전 네이버웹툰에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도 런칭했습니다. 드라마 방영 시작을 기점으로 아직 10화도 채 연재되지 않은 완전 신작이었는데 곧바로 오프라인 광고를 내건 것이죠. 네이버웹툰은 아니고 JTBC 측에서 한 것이지만 <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 방영 전 서울숲에서 팝업스토어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팝업스토어를 준비 중일 때 ‘순양그룹(작중 회사명) 매입으로 인한 공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작품에 대한 몰입과 호기심을 더하기도 했죠.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수백 개의 작품 중에서 10화도 연재되지 않은 신작인 <재벌집 막내아들>이 오프라인 광고에 걸린 것은 영상화 작품의 원작이 라이트 유저를 끌어들이기에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웹툰 매니아들은 이미 알아서 웹툰을 잘 보고 있으니, 오프라인 광고로 끌여 들여야 하는 것은 ‘네이버웹툰을 알긴 알지만 웹툰을 그렇게 열심히 보지는 않는’ 집단입니다.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기존 대중매체에 더 익숙할 테니 그들을 끌어들이기에 ‘영상화 원작 웹툰’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인 것이죠.

이런 점에서 네이버웹툰이 대대적으로 오프라인 광고를 할 수 있고, 실제로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제 웹툰이 더 이상 소수의 특정 집단만 보는 서브컬처가 아니라 ‘대중문화’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이라는 것을 내세우면 웹툰을 대중문화로 여기지 않던 사람들한테도 ‘웹툰도 대중문화’라고 각인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죠.

지하철 전광판에서 광고 중인 웹툰 <재벌집 막내아들>. 출처 : https://blog.naver.com/esluxmea/222922969930


그럼 카카오는 왜 안 할까?

‘네이버웹툰은 오프라인 마케팅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는데 카카오는 어떨까?’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카카오엔터에서 오프라인 광고를 전혀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 지하철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생일 광고를 카카오엔터에서 걸었는데요. 사실 <데못죽>은 아이돌물이라는 특징도 있고 해서 특수 사례에 가깝습니다.

그보다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플랫폼으로서의 특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웹툰은 유료 미리보기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트래픽이 중점이 되는 무료플랫폼인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중점인 유료플랫폼입니다. 즉 네이버웹툰은 더 많은 이용자가 방문할수록 무조건 이득인 데 비해, 카카오페이지는 이용자들이 더 많이 구매하거나 작품의 객단가가 높아져야 이득이 남는 구조인 것이죠. 그러므로 카카오페이지 측에서는 네이버웹툰만큼 오프라인 마케팅에 주력할 이유가 그다지 없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작년 하반기에 리뉴얼을 단행하고 ‘3다무’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를 성장시킨 최고동력인 ‘기다리면 무료’는 원래 ‘3일에 하나씩 무료’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3시간마다 하나씩 무료’로 전환한 것은 더 이상 3일로는 이용자들을 잡아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실제로 카카오페이지의 MAU는 계속 감소 추세에 있고, 네이버웹툰과의 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더더욱 카카오페이지는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통해 새로운 이용자를 모색하기보다는 현재 이용자들의 리텐션을 유지하는 것이 더 급선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네이버와 확연히 차이나는 카카오의 이용자 수. 게다가 계속해서 감소 추세다. 모바일인덱스 제공

자회사 작품 광속 푸쉬, 형평성 문제는 없을까?

지금까지 네이버웹툰의 오프라인 광고 양상이 이전과 달라진 점과 그 이유들에 대해 짚어보았는데요. 약간 우려되는 지점도 있습니다. 본 글에서 오프라인 광고 사례로 언급된 작품들이 모두 네이버웹툰과 이해관계가 맞닿아있는 작품들이라는 것인데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인 스튜디오 리코 작품이고, <99강화나무몽둥이>는 네이버웹툰이 투자한 스튜디오 389의 작품, <재벌집 막내아들>은 <노블레스>와 <일렉시드>의 손제호 작가가 네이버웹툰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스튜디오 JHS의 작품입니다. 회사가 자사와 이해관계로 연결된 상품을 더 밀어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과도한 밀어주기는 아닐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리디와 봄툰의 오프라인 광고를 다룬 2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2편 읽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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