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저작권법 개정으로 ‘공정한 보상’ 요구하다… 웹툰계 시사점은

국내 영화 창작자들이 저작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지지 선언회를 개최했습니다. 9일 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국민의힘 성일종·황보승희 의원과 공동주최한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배우 겸 감독 유지태가 사회를 맡고 DGK 윤제균 공동대표가 발언한 가운데, 임순례, 장항준, 김한민, 홍승은 감독과 <시그널>,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영화, 영상업에 종사하는 창작자들과 함께 웹툰작가노동조합,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문화연대 등 인접 분야에 종사하는 창작자 단체들도 함께 모여 힘을 보탰습니다.

현행 저작권법 100조에 따르면 특약이 없으면 감독, 작가 등이 영상제작자에게 저작권을 ‘양도’한 것으로 상정됩니다. 그렇기에 <오징어게임>같은 세계적인 흥행 사례가 나오거나 작품이 아무리 재방송·재상영 되어도, 제작자가 모든 수익을 가져가고 정작 작품을 촬영한 감독, 시나리오를 쓴 작가 등은 그에 비례한 수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작년 8월 유정주, 성일종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재산권을 양도했더라도 영상 저작물이 유통될 때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최초 저작권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제작자 간의 협상력의 불균형과 정보의 비대칭성을을 보완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입니다.

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한 28개국에서는 이미 영상물 공정보상제도가 법제화되어 시행 중입니다. 실제로 이날 지지 선언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영상 창작자 저작권 관리단체에서 왜 해당 제도가 필요하고 한국의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를 지지하는 지를 설명한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또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저작보상권 관리 단체인 DAMA와 DAC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 한국 작품의 저작권료 2억 4천여만원과 6400여만원을 각각 보내와 감독들에게 저작권료 전달식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양윤호 회장은 ‘공정한 보상 혹은 정당한 보상(Fair Remuneration)’은 국제적인 용어로, ‘추가 보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OTT 사업자 등이 저작권법 개정안에 ‘이미 제작비를 지급했는데 추가로 보상하라는 것이냐’며 크게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소위 ‘구름빵 사태’에 보상청구권이 논의되자 벌어진 논박과 유사합니다. 양 회장은 ‘원 계약에 추가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 절대 아니라 원 계약을 존중하되 저작권자로서의 권리를 공정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웹툰 원작 영화·드라마, 원작자도 공정한 보상 받아야

저작권법 개정은 비단 영화, 드라마 등 영상계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웹툰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오징어게임>이 흥행했어도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하면서 감독에게는 저작권료가 돌아가지 않은 것처럼,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흥행해도 원작을 창작한 웹툰 작가들에게는 그에 따른 보상이 돌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창작물이 크게 흥행해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다면 해당 창작물을 만든 창작자의 기여도를 인정해 창작자에게도 일정 비율의 보상이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IP 확장이 너무나도 활발해진 시대이기 때문에 이제 웹툰의 매출은 단순히 웹툰 그 자체 판매액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영화인들이 저작권법 개정안을 두고 ‘추가 보상’이 아니라 ‘공정한 보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웹툰계에서도 놓치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는,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을 인식하고 함께 연대해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저작권법 100조 개정을 통해 영상저작물에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면 웹툰을 비롯한 다른 창작분야에도 확대 적용할 근거의 토대가 마련되게 됩니다.

원작자에게 어떻게 보상을 할 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영화계의 ‘손익분기점’ 개념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웹툰은 편당으로 판매를 하기에 해당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는지 계산하기 크게 어렵지 않지만, OTT는 대개 구독 서비스이기 때문에 해당 작품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렸는지 명확히 계산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보상에 따르는 ‘원작의 기여도’를 어떻게 계산할지도 쉽게 정량화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OTT의 손익분기점을 계산할 때 논의될 만한 기준으로는 해당 작품의 총 시청 시간으로 할 지, 해당 작품을 서비스한 직후 늘어난 신규 유저 가입수로 할 지부터, 집계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지, 매출액의 일부일지 수익금의 일부일지, 몇 퍼센트를 원작자가 가져갈지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논의는 계산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OTT 측에서 공개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OTT의 세부 데이터 공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한 유정주 의원은 “영상물을 시작으로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른 분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영상저작물의 당사자인 감독과 작가에 한정되어 저작권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웹툰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우리의 문제’로 인식해야 원작자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논의와 절차 등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웹툰 원작 IP 확장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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