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판 멈춰!” 일본서 가사가 61편의 만화 대사로만 이루어진 캠페인송 등장

일본에서 만화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재미있는 기획이 나왔습니다. ‘고마워’라는 제목의 MV 영상인데요. 노래 가사가 총 61편의 망가에서 따온 대사로만 이루어져있습니다. 영상에는 가사가 맞춰 그 가사의 출처에 해당하는 망가 장면이 등장합니다. 작곡과 노래는 근래 각광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바운디(Vaundy)가 담당했습니다.

수많은 만화에서 '고마워'라는 대사가 인용되었다.

해당 영상은 사단법인 ABJ(Authorized Books of Japan)에서 진행 중인 ‘고마워, 너의 망가 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ABJ는 출판사, 전자책 유통사, IT 통신사업자, 저작권자 등으로 구성된 민간단체입니다.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캠페인 소개와 기획 의도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정식판으로 만화를 읽어주는 독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노래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만화 형식에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해적판을 보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힌 만화의 마지막 칸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해당 해시태그와 캠페인 홈페이지의 링크가 달린 트윗을 작성할 수 있게 됩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망가는 총 61작품입니다. <유리가면>, <불새>, <고르고13> 같은 고전만화부터 <원피스>, <나루토>,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등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일본만화들, <단다단>, <갸루와 공룡>,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 등 비교적 최신작까지 다양한 세대와 장르의 작품들이 참여했습니다. KADOKAWA, 코단샤, 슈에이샤, 코단샤, 스퀘어에닉스, 데즈카프로덕션, 하쿠센샤, 아키타서점, 도쿠마 서점 등 출판사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이 참여한 점도 눈에 띕니다.

영상에 등장한 61 작품. 좌측 상단부터 오른쪽순으로 영상에 등장한다.

작곡과 노래를 담당한 싱어송라이터 바운디는 특유의 개성과 음악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솔로 뮤지션입니다. 2019년 유튜브에 공개한 자작곡 ‘도쿄플래쉬’가 크게 화제가 되어 이후 첫 앨범을 발매하며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디자인 전공의 현역 대학생으로 MV도 직접 제작하고 있으며, 에메(Aimer)나 야마(yama), 아도(Ado) 등 유수의 아티스트에게 곡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애니메이션 OST도 담당해 이번 캠페인 참여작품인 <체인소맨>의 엔딩곡 ‘chainsaw blood’, <임금님 랭킹>의 오프닝곡 ‘벌거벗은 용사’를 불렀습니다.

일본에서도 만화 불법 유통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는 폐쇠된 대표적인 망가 불법 사이트 ‘망가무라’로 인한 피해 추정액은 3조원에 달합니다. 일본만화가협회는 불법 유통 피해로 인한 심각성을 알리며 “(불법 유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문화가 멸망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불법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를 개선하고 국제 공조 수사를 강화하는 실질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불법 이용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화의 주 이용자인 10~30대에게 친근한 가수가, 모두가 알 만한 유명한 만화들의 대사로 이루어진 노래를 부르는 신선한 기획 덕분인지 해당 영상은 조회수 165만회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에 관계없이 다양한 웹툰들이 모여 이러한 캠페인의 웹툰 버전을 볼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연관 기사
추천 기사
인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