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팝업스토어가 흥한 것은 '쇼퍼테인먼트' 덕분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말입니다. 코로나19로 이커머스가 활성화되면서 새롭게 탄생한 마케팅 전략을 이르는 용어인데요. 구매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해 매출을 촉진시키는 전략을 말합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소비자들에게 즐겁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는 것이죠.

쇼퍼테인먼트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 기업은 틱톡으로, 틱톡은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함께 쇼퍼테인먼트를 메인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이 리포트에서 틱톡은 ‘재미와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경험 중심의 콘텐츠가 공급되어야’하며 ‘소비자들은 단순 구매 강요보다는 신뢰에 기반한 독창적이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원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네이버웹툰은 코엑스에서 ‘마루는 강쥐 & 냐한 남자’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습니다. 이 팝업스토어는 오전에 가서 예약을 걸지 않으면 아예 입장이 불가하고, 아침에 예약을 해도 저녁은 되어야 입장할 수 있는 등 엄청난 인파가 몰렸습니다. 이미 ‘웹툰프렌즈’라는 온라인 굿즈숍을 운영중인 네이버웹툰은 왜 오프라인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을까요? 왜 사람들은 꼭두새벽부터 오픈런을 하고, 8시간씩 기다려가며 팝업스토어에 방문했을까요? 바로 네이버웹툰의 ‘쇼퍼테인먼트’ 전략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팝업스토어 : 마루와 춘배를 ‘만나는’ 공간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진행된 ‘마루는 강쥐 & 냐한 남자’ 팝업스토어는 그야말로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실제 운영시간은 오후 10시까지지만 매일 오후 1시에서 2시만 되어도 오늘의 예약분이 다 찼다는 공지가 올라왔고, 종료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예약 마감 시간은 점점 더 빨라서 마지막엔 오전 11시에 마감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도 직접 방문해 본 결과, 평일이었음에도 오전 11시즈음에 도착해 오후 7시쯤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웹툰이 단순히 굿즈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게 목적이었다면 온라인숍인 ‘웹툰프렌즈’나 텀블벅 펀딩을 이용했을 겁니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은 둘 다 활발히 활용하고 있죠. 그런데 굳이 각종 불만사항을 들어가며(입장이 어려운 만큼 팬들의 성토가 엄청났음) 오프라인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것은 당장의 굿즈 판매 수익을 남기는 것 이상의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팝업스토어는 팬들이 오프라인에서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마루는 강쥐>, <냐한 남자>에 몰입하게 하고, 이 IP를 홍보하는 더 거시적인 관점의 마케팅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팝업스토어의 여러 면모들을 보면 네이버웹툰이 팬들을 ‘몰입’시키게 하려고 한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를 소개하는 인스타 게시물도 단순 공지가 아니라 마루와 춘배가 초대장을 보내는 형식으로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스토어 내부 곳곳에 마루와 춘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들이 센스 있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티셔츠가 걸려있는 곳 위에 마루의 모습과 ‘이거 어때? 완전 언니꺼야’라는 말풍선이 함께 있는 것이었는데요. 마치 마루와 내가 함께 쇼핑을 와서 마루가 내 옷을 봐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 출처 : 웹툰프렌즈 인스타그램


마루가 언니꺼라고 말하고 있는데...!! 안 살 수 있겠어!?

<마루는 강쥐>와 <냐한 남자>의 장면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각종 포토존들도 스토어 내부에마련되어있었습니다. 특히 실전화기를 직접 귀에 대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실전화기를 귀에 대고 말하면 윗층의 마루가 들을 수 있도록 배경이 조성되어있었습니다. 거울 옆에는 떼서 들고 찍을 수 있는 소품들이 벨크로로 붙어있었는데요. 좀 더 작중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소품들이 실물이 아니라 그림이 인쇄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또 팝업스토어 바깥 벽면에는 줄을 기다리면서 볼 수 있도록 춘배와 마루의 3D 애니메이션 영상이 재생되고 있고, 입구에는 커다란 마루, 춘배와 각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라도, 9시간을 기다려 입장하더라도 팝업스토어에 간 것은 단순히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마루와 춘배를 ‘만나기 위해서’ 간 것이죠. 사람들은 팝업스토어에 방문해서 단순히 물건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실물 크기의 마루와 춘배를 보고 만지고 함께 사진을 찍고, 현실에서 마루와 춘배를 떠올리고 즐깁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 팬들이 몇백만원의 앨범을 사고 공개방송을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것처럼, 마루와 춘배의 팬들 역시 그러한 것이죠. 팬들은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것입니다.

팝업스토어 내부에 조성된 포토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 힘들다는 것 빼곤 다 좋았음


웹툰으로 즐거움을 선사했으니 사람들은 순순히 지갑을 연다

사람들은 팝업스토어라는 공간 자체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하지만, 팝업스토어의 메인 목적이 굿즈 판매인만큼 당연히 굿즈를 구매합니다. 계산을 기다리는 줄이 입장 줄인가 싶을 만큼 길어지고, 인기있는 품목은 저녁에만 가도 이미 품절되어 있고, SNS상에는 몇십만원어치를 구매한 인증샷이 유행합니다. 마치 ‘닥치고 내 돈 가져가!’라고 외치는 짤방처럼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죠.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한 가지는 굿즈 역시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된 굿즈들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활용품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시계, 컵, 슬리퍼, 그립톡 등 자주 사용하며 친숙하게 사용하는 물건들이죠. 이런 물건들을 ‘마루’, ‘춘배’로 꾸며진 물품으로 고른다는 것은 마루와 춘배를 나의 일상에 데려오는 것입니다. 나의 매일매일을 내가 좋아하는 마루, 춘배와 함께하는 경험을 위해서 굿즈를 구매한다는 것이죠. 팝업스토어에서 언제나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 중 하나는 바로 인형으로,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가장 먼저 품절된 품목 역시 마루의 작은 인형이었습니다. 가방에 매달고 다닐 수 있는 작은 크기로, 역시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굿즈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웹툰’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쇼퍼테인먼트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서 구매하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했는데요. 네이버웹툰이 이미 <마루는 강쥐>, <냐한 남자>라는 웹툰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 것입니다. 만약 <마루는 강쥐>, <냐한 남자>라는 작품 없이 마루와 춘배가 그저 캐릭터로만 존재해 팝업스토어가 진행되었다면 지금만큼의 폭발력을 가졌을까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마루와 춘배는 그 자체로도 귀엽지만, 사람들이 새벽부터 찾아오고, 몇 시간씩 대기를 한 것은 웹툰을 보며 마루와 춘배에게 몰입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마루 증명사진 스티커는 흔들린 B컷만 품절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그저 마루의 생김새만 보고 좋아한거였다면 멀쩡한 모습의 스티커가 더 인기있었을 것입니다. B컷이 더 많이 팔렸다는 것은 사람들은 그저 마루의 생김새만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천방지축인 웃기고 귀여운’ 마루를 좋아하는 것지요.

혼자 품절된 증명사진 스티커 (B컷)


팝업스토어 계속할 네이버웹툰, 해외에서도?

지금까지 이번 네이버웹툰의 팝업스토어가 흥한 이유를 쇼퍼테인먼트 전략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는데요. 네이버웹툰은 올해 하반기에 두 차례 더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장 예약이 너무 빠르게 마감되다 보니 원성의 소리도 꽤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네이버웹툰은 왜 팝업스토어를 계속 하는지, 이것이 최근 네이버웹툰이 해외에서 보이고 있는 행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래서 네이버웹툰은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를 이재민 에디터가 프리미엄 칼럼에서 정리했습니다. 웹툰인사이트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칼럼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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