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P 대전] 전문가 대담 ② 웹툰과 망가는 어디로 이어질까?
글로벌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 우리는 ‘글로벌’이라고 하면 우리 외부에 별도의 시장이 존재하고, 그 시장으로 우리가 ‘나아가는’, 일종의 정복전의 형태를 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정말 과연 그럴까? 우리가 일방적으로 진출하는, 우리와 분리된 시장이 있다는 믿음부터 깨야 글로벌 시장을 ‘선택’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제는 IP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히 한 기업의 상장이나 특정 IP의 인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넓은 시장에서, 아주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SWI에서는 전문가 대담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한다.
* 본 대담은 7월 23일 진행되었습니다.
* [글로벌 IP 대전] 전문가 대담 ① “얼어붙은 시장에도 글로벌 투자 가능했던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이재민(이하 이): 투자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까, 이번에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죠. 최근에 투자시장은 어려운게 맞죠. 그런데 오히려 블랙록과 블랙스톤, 소니 등 대형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웹툰과 망가로 이어지고 있는 흐름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수봉(이하 문): 음, 제가 봤을 땐 투자 여력이 있는 곳에서 ‘IP확보’가 시작이 된 거라고 보여요. 한 편으로는 ‘디즈니도 어렵다’고 하는 곳이긴 하지만, 디즈니가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만 돌아도 1순위로 이야기되는 후보가 애플이고, 그 다음이 블랙스톤 이런 곳들이거든요.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좌)와 배급사 파라마운트(우). 최근 합병과 관련한 합의를 마쳤다. (출처=각사 홈페이지)
그리고 최근에 <탑 건: 매버릭>을 만든 스카이댄스라는 제작사가 있어요. 여기서 파라마운트를 이번에 24억달러, 우리돈 약 3조원 정도에 인수를 시작했어요(이후 공개된 최종 인수금액은 80억 달러: 편집자주). 그러면 거꾸로 이야기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작사가 글로벌 스튜디오, 원천 소스가 될 수 있는 IP를 다수 보유한 스튜디오를 인수했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만큼 ‘역량을 갖춘 곳’이라면 글로벌 IP전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 와중에 IP와 유통망을 갖춘 메챠코믹이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거죠. 해외에서 IP를 매력적으로 보고 있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메챠코믹이 갖춘 유통로와 동시에 오리지널을 갖추면 낼 수 있는 시너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할 수 있죠. 마찬가지 이유로 네이버웹툰이 미국 상장을 준비했고, 상장했다고 볼 수 있고요.
이: 문수봉 대표님이 보시기엔 새로운 IP가 탄생하고 있는 곳, 그리고 독자들을 만나는 곳이 어디냐를 보았을 때 메챠코믹, 그리고 네이버웹툰이 가장 눈에 띄었을 것이라고 보시는군요. 좋습니다. 박인하 이사장님은 어떠세요?
박인하(이하 박): 저도 공감이 가요. 네이버웹툰의 증권신고서에 보면 생태계의 확장성을 높게 보고 있더라구요그건 앞으로 김준구 대표가 증명해 나가야 할 숙제겠죠. 그런데 큰 관점 안에서 보면, 네이버웹툰과 메챠코믹이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안의 스토리텔링 산업에서 핵심적인 IP를 활용할 수 있고, 유저들이 직접 들어와서 놀고 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 과정에서 굳이 네이버웹툰이 상장을 택한 건, 자신들이 갖춘 생태계가 작가들의 창조력을 검증하는 효과적이고 안정적이고, 그걸 글로벌에서 증명한 유일한 곳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이를 테면 네이버웹툰이 2021년에 6,600억원을 주고 인수한 왓패드 같은 경우에는 유료 시스템이 거의 전무했잖아요. 책을 많이 만들고 그런 네트워킹이 있었지.
이: 네, 이후에 네이버웹툰이 유료 플랫폼인 ‘욘더(Yonder)’를 출시했었죠.
박: 정식연재에 해당하는 ‘웹툰즈(Webtoons)’에는 정제된 콘텐츠가 올라오고, 아마추어를 비롯한 작가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플랫폼이 ‘캔바스’로 운영될 수 북미에서 웹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유료로 정제되어 운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기도 하고요.
슈에이샤의 글로벌 망가 플랫폼 '소년점프 플러스' 로고(출처=슈에이샤)
메챠코믹스 역시 웹툰과 망가 방식 둘 다 선보일 것 같은데, 망가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여러 시도를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어요. 그런데 슈에이샤가 만든 소년점프플러스 같은 경우 3천만 다운로드까지 결과를 내고 있기도 하단 말이죠. 이게 적극적으로 수익화하고 생태계를 돌리고 있는데, 이게 결합하는 방식이 웰 메이드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OTT로 결합하면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웨이브가 오고 있는 거죠. 그래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시장에서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엔터산업 분야가 무엇인지 보면 웹툰과 망가를 중심으로 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요.
문: 여기에 하나 추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숏폼 드라마인 것 같아요. 틱톡이나 쇼츠, 릴스 같은 플랫폼도 있지만 독자적인 드라마 플랫폼을 만들고, 그게 여러 커머스 사업과 엮이면서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 바로 숏 드라마거든요. 그런데 이게 유료로도 팔리더라는 거죠. 어디서든 상품은 살 건데, 그걸 광고하는 플랫폼이 되기도 하고, 이 콘텐츠 자체로 구독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면서 유저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고요. 또, 그 콘텐츠 내에 새로운 광고를 삽입할 수 있기도 하는 등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죠.
박: 이 지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은 IP와 콘텐츠의 비약적인 성장과 다양한 비즈니스가 동아시아와 북미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어요. 유럽은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더디죠.
이: 북미와 아시아 두개 권역만 해도 사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라고 볼 수 있긴 하잖아요? 물론 숫자로만 놓고 본 것이긴 하지만요.
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 유럽은 어떤 콘텐츠를 즐기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죠.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궁금해진 것이, 만약 제가 플랫폼 사업자라면 콘텐츠를 들고 있고, 그걸 보는 사람들의 데이터도 들고 있다면 단순히 광고만 받고 싶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내가 직접 커머스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분명 할 것 같단 말이죠.
거기에 자신들이 갖추고 있는 핀테크 서비스를 붙여서 결제를 하고, 그렇게 지급한 포인트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방법에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이버의 경우에는 해외에 C2C(Customer to Customer, 이용자 간 거래) 비즈니스 플랫폼도 일부 보유하고 있으니까 묶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박: 그렇죠. 아마존이 이를 테면 커머스 서비스로 시작해서 콘텐츠로 확장해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과 같은 서비스를 미국에서 하고 있고, 웹툰 분야에선 플립툰을 하고 있기도 하죠. 이런 고민은 플랫폼들은 다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이미 커머스가 가지고 있는 힘을 모르기 힘든 세상이니까, 글로벌 테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동력이 필요한데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해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 곳은 일본과 동남아의 라인 정도죠. 카카오는 픽코마가 있겠구요. 그 비전을 고민할 때, 당연히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커머스와 인공지능은 고민이 있겠죠.
문: 사실 커머스를 만드는게 ‘기술’의 관점으론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문제는 물류와 유통, 그리고 침투력인 거죠.
박: 커머스를 두고 보면 물류를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와 제휴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이: 실제로 미국에서 배달 서비스인 ‘도어대시’같은 경우 HBO와 제휴를 맺어서 할인하는 방안을 논의중(8월 14일부로 실제로 광고 있는 구독은 무료, 광고 없는 버전은 할인이 공개됨: 편집자주)이더라구요. 이런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경우도 일종의 C2C 형태라고 볼 수 있는 거고, 이런 플랫폼들을 놓고 보면 지역,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문: 네이버는 지금 쇼핑에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고, 거기에 교육까지 붙어있거든요. 이 시장이 전 세계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게 콘텐츠와 연결되어 상호작용할 수 있다면 플랫폼 입장에선 도전해볼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죠.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들이 놀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가진 연결망이 가장 강력하다고 볼 수 있고, 그것을 글로벌로 어떻게 확장할 것이냐가 관건일 수 있겠죠. 물론 쉽지는 않을 거예요.
이: 네이버웹툰이 북미에서 ‘크리에이터 피드’라는 걸 만들었어요. 작가들이 직접 뭘 하고 있는지, 내가 휴재했다면 언제 복귀하는지 이런 것들을 공유하는 장소거든요. 우리나라에선 ‘작가 홈’ 같은 시스템이죠. 북미에서는 이걸 공개하는 타이밍이 10주년 기념 행사와 함께 공개했는데, 거기서 나의 10년간의 변천사를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탬플릿을 제공했어요. 이용자들이 ‘놀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게 먼저 떠오르네요. 우리나라에선 지금 인공지능을 이용한 캐릭터와의 채팅, 캐리커처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요.
놀이가 자연스럽게 체류로 이어지고, 체류를 통해서 익숙해지고, 거기에 일종의 ‘보상’이 자리잡을 수 있다면 충분히 독자 입장에선 메리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문: 커머스를 중심으로 콘텐츠로 체류시간을 늘리고, 거기서 노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고. 그 ‘보상’을 토대로 결제할 수 있는 페이 서비스, 그리고 금융까지 붙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네이버페이 역시 또다른 시장의 연결로 이어질 수 있는 거니까요.
이: 물론 한국에 한정해서 이야기해 본 것이긴 한데, 여기에 팝업이 일종의 지역 기반 로컬 행사니까 이것도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작품이나 특정 장르가 인기 높은 지역이 있다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행사가 있을 수도 있고요. 우리나라야 일일생활권이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박: 지금 이야기 들으면서 동의가 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결국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현재 단계에서 종착지는 팬덤 비즈니스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네이버웹툰이 보여주는 ‘작가 홈’, 또는 ‘크리에이터 피드’ 시스템이나 팝업을 담당하는 웹툰프렌즈와 같은 사업들이 전부 팬덤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단 말이죠. 이 팬덤비즈니스는 ‘팬덤’ 바깥에서 보기엔 무가치하고 무용한 것 같지만, 팬덤 안에서는 너무너무 재미있는 놀이란 말이예요. 결국 이 비즈니스가 ‘팬덤’과 ‘놀이’라는 지점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거라고 볼 수 있겠어요.
두 분께서 말씀 주신 것을 연결해 보면, 지금 네이버웹툰의 방향성은 작가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글로벌 팬덤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게 되면 작가는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고, 안정성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들 수 있다면 팬덤이 더 강화되겠죠. 이걸 다 묶어낸 하나의 플랫폼으로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그렇게 연결해서 이상적으로 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고, 지금 그 단계는 어느정도 밟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모두 모여서 캔바스(CANVAS, 네이버웹툰의 해외 아마추어 연재처)와 정식연재를 넘나들며 진화과정을 거치게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겠네요.
박: 그쵸. 네이버웹툰 상장 이야기가 나올 때 항상 들었던 이야기가 ‘네이버웹툰이 상장하면 대규모 제작사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네이버웹툰의 상장은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웹툰의 본질적 경쟁력, 그러니까 개인 창작자의 크리에이티브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지, 그것이 IP로서 얼마나 성공하는지를 보고 가는 것이라고 얘기했었거든요.
오늘 이야기한 방향성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그걸 넘어서는 플랫폼의 비전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물론 실제로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다른 이야기겠지만요. 생태계와 팬덤을 기술로 묶어내는 ‘스토리테크’ 기업이라는 말 속에는 그런 욕망이 포함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네요.
이: 팬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었을 때 장점을 생각해 보면, 일단 웹툰에서 가장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것인 ‘객단가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이버웹툰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선 대여 기준 200원~300원이고, 일본에선 한화로 약 500원, 미국에선 지금 환율로 약 980원 정도 되거든요. 이렇게 국가별로 다른 이유 중 하나가 광고 단가의 차이도 있는데, 팬덤의 ‘후원’개념은 이 단가와 무관하게 갈 수 있기도 하고요.
박: 그쵸. 이 지점이 200~300원 단가에서 30% 구글과 애플에 떼어주고 70%부터 시작해야 하는 문제와도 이어져 있고요. 그런데 이게 네이버웹툰이 상장할 때 ‘너희 이거 남겨서 장사 하겠니?’라는 비판의 주요한 지점이었잖아요. 그런데 네이버웹툰이 답한 건 “무슨 소리야? 우리는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거야. 팬덤을 묶어내는 거대한 생태계”라고 말한 거죠.
이: 기존의 틀과는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의 틀을 만들겠다는 얘기 같기도 해요. 어떤 거대한 중앙화된 체제가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팬과 작가를 글로벌로 연결시켜주는 비즈니스니까요. 그래서 현실적인 문제는 있어요. 이걸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 하는 문제 말이죠. 시장에서 이게 설득이 안 된다면, 그리고 성장세를 어느정도 규모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비판에 직면하게 될 거고요.
박: 다만, 글로벌로 수많은 팬덤을 보유한 플랫폼이 될 수만 있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낳겠죠.
이: 그쵸.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팬덤으로 성장한다면, 유료 콘텐츠, 광고, IP확장으로 신규 유입까지 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이 작가에게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인식한다면 독자들이 수익구조에 가지는 거부감 역시 줄어들 수 있겠구요. 이미 스트리밍 시장이 보여준 도네이션의 ‘놀이화’ 처럼요.
문: 이게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를테면 아이돌 비즈니스에서 팬덤을 구축하고, 그 팬덤을 가지고 지속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들이 직접 자신의 콘텐츠로 팬덤을 구축하고 작품활동을 하는 ‘놀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니까요.
이를 테면 아이돌 기획사 같은 경우에는 노래를 만들고 음원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이제는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팬덤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아이돌 기획사가 가진 리스크는 뭐냐 하면 결국 ‘다음’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콘텐츠는 물론 사람, 즉 작가님들이 만들지만 만들어진 콘텐츠는 나이가 들거나 하지 않는단 말이예요. 작가님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시면서 팬덤을 구축하시는 것이 곧 작가로서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또 팬덤을 구축하긴 힘들지만, 구축할 수만 있으면 가장 주요한 고객이기 때문에 타깃이 아주 명확하다는 장점도 있어요. 그리고 팬덤 바깥에는 큰 의미가 없는 작은 것도 팬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박: 그게 핵심인 것 같아요. K-POP이 주목받았던 건 결국 팬덤의 힘이잖아요. 이제 웹툰은 그 비전을 만드는 중인데, 작가 하나마다, 작품이나 세계관마다 팬덤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수많은 작품들에 어느정도 팬덤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요.
이: 팬덤을 확보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고, 이 중에서 유지하고 팬덤을 키워나가면서 확장성을 가진 작가들은 더 규모를 키울 수도 있겠구요.
박: 결국 팬덤이 만들어진다는 건 단순히 한국 시장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 역시 글로벌의 일환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면서 정리가 어느정도 된 것이, 결국 최종장은 팬덤 비즈니스로 가는 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결국 작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고, 작가가 지속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방향은 팬덤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 이 판을 깔기 위해 플랫폼들은 움직이고 있거나, 움직이려 할 것이다.
이: 네. 네이버웹툰이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그걸 왜 할까 고민해봤거든요. 말씀을 나누어 보니까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고 약간 뭉게구름처럼 있는 팬덤을 구체화하고 응집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박: 예전에 대중매체의 발전기에는 대중매체가 작품을 중개하고, 그걸 사람들이 구매하고, 작품의 수익이 판매부수로 결정되는 전통적인 시장구조였단 말이죠. 그런데 지금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가 성공하는 건 비틀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것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비틀즈가 소위 ‘자컨’을 만들지는 않았잖아요. 유튜버와 합동방송을 하지도 않았고요. 이전의 TV를 중심으로 한 대중매체 시대를 상정하고 이야기해선 시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절로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게 완전히 저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중간이 두꺼워지는’ 것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는 거죠. 위를 깎아서 아래를 맞추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팬덤이 튼튼해지고 (1부에서) 비유적으로 말 했던 중산층이 탄탄해지는 효과가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거죠.
이: 매체 환경이 변화했다는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 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곤 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팬덤은 아시아계 팬덤이라고 하더라구요. 인종적 한계가 분명 있는 거죠. 그런데 웹툰은 인종적인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죠. 재미있습니다.
박: 결과적으로 변화된 매체환경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이걸 바탕으로 사유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 그쵸. 이용자들은 “내가 여기서 왜 놀아야 해?”라고 묻는데 놀만한 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면 안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또 다른 측면에서 소니가 굉장히 중요한 플레이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니가 인수했거나 투자한 회사들을 보면 콜롬비아픽처스(1989), EMI 뮤직 퍼블리싱(2018), 에픽게임즈(2022) 등이 있거든요. 그리고 메챠코믹과 파라마운트에 입찰하기도 했었구요.
소니는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과 콘솔용 게임을 제작하고 퍼블리싱도 해 봤단 말이예요. 그 앞에는 <귀멸의 칼날>등도 있었구요. 그리고 둘 다 꽤 성공적이었죠. 이 관점에서 IP확보에 대한 니즈가 더 커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메챠코믹과 파라마운트 입찰에 실패하면서 이 니즈가 더 커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예요.
박: 저는 카도카와도 일본의 전통적인 미디어믹스 비즈니스를 대형출판사인 슈에이샤, 코단샤, 슈에이샤 등의 기업들과 관계도 있고, 지분을 일부(약 2%가량: 편집자 주)확보한 소니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카도카와도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결국 ‘글로벌 시장’이라는 별도의 시장이 있는게 아니라 이미 한국도 그 안의 플레이어고, 우리가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상호작용하는 플레이어라는 생각이 드네요. 플랫폼과 팬덤,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대담은 이만 줄이고, 다음에 기회 또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참여자 프로필
* 박인하 SWA 이사장
1995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만화평론 부문에서 당선, 만화평론가가 되었다.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가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웹툰전문교육기관 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을 맡고 있다.
*문수봉 SWA CEO
중앙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사. 보스톤창업투자 등 투자심사역을 맡았고, 상장사인 시노펙스의 투자제작사 이사 등을 역임해 콘텐츠 분야 투자와 관련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서울웹툰아카데미 CEO를 맡고 있다.
*이재민 SWI 편집장
2013년부터 웹툰리뷰 팟캐스트를 운영했고, 2017년 만화평론공모전에 당선되면 만화평론가로 활동중이다. 2019년부터 웹툰인사이트에서 일했고, 2024년 창간한 서울웹툰인사이트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