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한국 네이버웹툰의 ‘푸시 알람’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 SWI PREMIUM

북미와 한국 네이버웹툰의 ‘푸시 알람’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한국 웹툰계의 문제점을 짚어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큐레이션 문제’를 꼽습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웹툰 작품에 비해, 순위권 작품만을 강조하는 큐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쏠림 현상’을 공고화하고 있다는 거죠. 에디터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왔습니다. 작품의 다양성보다 일단 순위권에 드는 게 중요하다 보니, 창작자들의 목적의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였습니다.

왼쪽이 네이버웹툰, 오른쪽이 웹툰즈(북미)

그러면서 에디터가 지적했던 건, 북미 네이버웹툰과 한국 네이버웹툰의 첫 화면이 너무나 극명하게 다르다는 거였습니다. 북미지역의 메인 화면은 내가 읽은 작품, 신작, ‘개인화 추천’까지 큐레이션을 이어서 제공합니다. 반면 국내 앱은 인기순, 조회순 등 일정 기준으로 나열한 순위 기반으로 작품을 보여주고 있죠.

* 그런데 앱들이 자꾸 옆구리를 찌르는 거임

그런 줄 알고 앱을 설치해 두고, 재밌게 웹툰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오는 푸시 알람을 비교해 보니 조금 다른 지점이 보였습니다. 일단, 푸시 알람의 개수가 달랐습니다. 이게 진짜인가? 싶어서 지난 목요일(9월 9일) 오후 1시부터 9월 16일(목) 오후 1시까지, 7일간의 푸시 알람을 그대로 모아 비교해봤습니다.

이 캡처 한장을 위해 일주일을 기다렸습니다.

일주일간 온 푸시의 숫자를 비교해 보니, 북미지역의 웹툰즈 앱에서는 18개의 알람이, 한국 네이버웹툰 앱에서는 28개의 알람이 왔습니다. 북미지역에는 하루 평균 2.3개가, 네이버웹툰은 하루평균 4개의 알람이 발송된 겁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1시 7분에 알람이 하나 더 왔습니다. 에디터가 감상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나 혼자 만렙 뉴비>의 놓친 이야기가 있다는 알람입니다. 일주일 하고 7분동안 29개의 알람이 온 셈이네요. 이렇게 2배 가까운 차이가 나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어떤 차이가 있길래 이런 숫자 차이가 나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알람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미국 사람들은 알람을 귀찮아해서 조금 덜 보내는 걸까? 뭐 이런 문화적인 차이까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겠죠. 일단 에디터는 한국인이니까, 미국인의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웹툰을 보는 독자의 입장에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꾸 에디터의 옆구리를 찌르는 이 알림들, 뭘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요?


* 북미는 ‘신작이 왔습니다’, 한국은 ‘잊은거 아니죠?’

미국에서 보낸 알람들이라 시간이 새벽입니다(오열)

먼저 북미지역 알림부터 살펴보면, 대부분 ‘신작 알림’으로 보였습니다. [NEW]라고 신작임을 명시하고 보내는 알림이 대부분입니다. 그게 아니면 게임 ‘원신’의 신규 캐릭터 출시 소식을 알리는 광고, 접속해서 작품을 감상하면 무료 코인을 주는 체크인 이벤트 알람, 또 제가 보고 있는 북미지역 웹툰의 업데이트 알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총 18개의 알람 중 13개가 ‘신작 알림’ 이었습니다.

‘Webtoon Update’로 제공되는 알람은 제가 보고 있는 작품들의 신규 회차 업로드 알림이었는데, 북미지역에서 일부 작품만 감상하다보니 이 알람은 총 3개, 광고 알림은 총 2개였습니다.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하면, 더 많은 알림이 올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입니다.

한국은 시간이 편--안

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국내 알람은 에디터가 일정 회차 이상을 감상했거나, ‘찜’을 해 놓은 작품들의 신작 알림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28개의 알람 중에 19개가 ‘잊지 않고 감상하라’는 놓친 이야기, 아직 못 본 이야기, 신규 회차 업로드 알람이었습니다. 나머지 9개 중에는 유료화 웹툰 알림(1개), 오늘의 추천웹툰(3개), 신작 알림(3개) 각종 이벤트 프로모션(2개) 등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왜 이리 서로 다른 것이냐

물론 북미지역에서 에디터가 한국만큼 작품을 많이 보고, ‘찜’ 한 작품이 많다면 알람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신작 알람’의 숫자만 놓고 보면 10개씩 차이가 납니다. 북미지역은 개별 작품이 런칭될때마다 알람을 보내주고, 한국은 신작을 묶어서 알람을 보내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는 도대체 왜 발생하는 걸까요?

먼저 한국시장과 미국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이 가지는 포지션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네이버웹툰은 더 이상 유저풀을 급속도로 늘리는 전략은 불가능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확보한 독자들을 지속해서 잡아두고, 다시 네이버웹툰 앱을 찾도록 만드는 유저 리텐션(User Retention, 재방문율)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들어와서 한 두 작품만 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취향에 맞는 신작을 새로 시작할수도 있어야 하죠. 그래야 끊이지 않고 네이버웹툰 앱에 방문할 테니까요.

그래서 한국에선 신작을 묶어서 ‘이 중에 네 취향 하나쯤은 있겠지’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게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또, 사람들이 혹시 감상을 멈추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잊어버린 건 아니죠?’ 하면서 놓친 이야기가 있다는 푸시를 보내주는 거죠. “아 맞다, 지난번에 재밌게 봤었는데” 하면서 독자가 계속해서 작품을 이어서 보길 기대하면서요.

그러면서 네이버웹툰은 신작 게시 시간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당일 최초 공개되는 신작은 1시간 빠르게, 그 다음 신작은 일정 기간동안 30분 빠르게 공개하고, 일반 연재작품은 10시 50분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한다는 겁니다. 이것도 비슷한 전략입니다. 최초 공개된 작품을 보고, 아쉬움이 느껴지면 30분 뒤에 신작을, 그 다음엔 연재작을 보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북미에선 이미 보고 있는 유저들을 잡아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저의 숫자 자체를 늘리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까진 신규 서비스기도 하고, 더 많은 유저를 유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의 목적을 간단히 정리하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네이버웹툰이 공개한 ‘슈퍼캐스팅’ 시리즈가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DC코믹스의 독자는 국내보다 해외, 특히 북미지역에 훨씬 많고, 16일 새벽에 공개한 바로는 북미의 유서깊은 하이틴 코믹스의 명가 ‘아치 코믹스(Archie Comics)’와 협업해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개하기로 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합니다. 미국의 기존 만화 독자들이 웹툰을 시작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인 셈이죠.

* 결국 이것도 큐레이션

여기서 네이버웹툰의 큐레이션 전략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독자들의 데이터가 누적된 것이 적고, 무엇보다 아직 작품 숫자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국에 연재중인 작품의 숫자는 462작품(중복 포함)이고, 북미지역에 연재중인 작품의 숫자는 337작품(중복 포함)입니다. 다만 한국 작품의 비중이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북미 오리지널 작품의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지금 ‘신작 알림’을 보내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다.

사실 넷플릭스는 작품 검색 서비스가 아닐까(아닙니다)

결국 한국에서는 미국과 같은 형태의 개인화 추천, 그러니까 내가 본 작품을 기반으로 추천하는 것 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의 큐레이션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 숫자가 많아지고, 작품을 고르는 것 자체가 피로도가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신작을 모아서 전달하고, 그동안 보고 있던 작품의 감상이 끊기지 않도록 푸시를 통해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말하자면, ‘추천 작품’을 메인 화면에 게시해 두는 것 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의 큐레이션이지만 ‘작품 추천’이라는 의미에선 소극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북미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작은 물론, 독자들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신작 작품에 개별을 푸시 알람으로 소개하고, 그렇게 본 작품을 기반으로 메인화면에 게시하는 방식을 택한 걸로 보입니다. 북미지역 소비자에게 익숙한 화면을 보여주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 이렇게 큐레이션도 글로벌 시장의 확장에 맞춰 시장의 경우에 맞춰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모수는 적지만, 일부 다른 기기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작품 감상 패턴이나 ‘찜’ 해둔 작품의 숫자에 따라 알람이 다르게 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표본이 적고, 누적해서 일주일, 열흘씩 확인하는 건 아이폰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게 좀 아쉽네요.

네이버웹툰은 ‘쌓아 둘 테니 찾아서 보라’는 전략에서 ‘푸시로 넣어드릴 테니 보라’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작품을 찜 해 두면 알람으로 알려주니까, 여러분도 “내가 뭐 보려고 했지?” 고민하지 마시고 작품을 ‘찜’ 해 두시면 좋을지도? 그럼, 다음 칼럼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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