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싶은' IP확장, 당신의 ‘가까운’ 곳으로 - SWI PREMIUM

'가지고 싶은' IP확장, 당신의 ‘가까운’ 곳으로

앞선 세민님의 글("네이버웹툰 팝업스토어가 흥한 것은 '쇼퍼테인먼트' 덕분")에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 Shopper+Entertainment)’라는 개념과 네이버웹툰의 팝업스토어를 엮어서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하기’위해 팝업스토어에 줄 서는 줄을 서느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호기심이 생긴 분들은 세민님의 글을 먼저 읽고 오시면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오늘 에디터의 글은 네이버웹툰의 행보를 중심으로 IP확장이 단순히 영상화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고, 그게 모기업인 네이버의 해외진출 행보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쇼퍼테인먼트’가 전부는 아니다

사실 네이버웹툰이 오프라인 행사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2021년 1월 야옹이 작가가 굿즈 판매를 위해 네이버의 라이브커머스인 ‘쇼핑라이브’에 출연하기도 했구요, 딱 1년 전인 2022년 7월에는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쇼핑라이브가 게임 캐스터에서 CJ ENM의 쇼핑컨텐츠인 ‘잼라이브’를 맡으면서 쇼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잼형’ 서경환씨 진행으로 굿즈 판매 콘텐츠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2년에는 쇼핑라이브에서 실시간으로 쇼호스트들의 얼굴을 인공지능 필터로 웹툰 그림처럼 바꿔주는 ‘웹툰미(WebtoonMe)’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죠.

그리고 이제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니 오프라인 행사들이 늘고 있어서 그렇지, 이미 2년 전부터 꾸준히 온라인에서 이런 행사들은 있어왔습니다. 보다 본격적이 된 것이 올해 부터인 셈이죠. 그런데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이런 걸 왜 하는 걸까요? 그러니까, 굿즈를 만들어서 펀딩을 해도 되고, 이미 ‘웹툰 프렌즈’라는 온라인 스토어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 말이죠.

세민님의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쇼퍼테인먼트’라는 말에 답이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하는 ‘쇼핑’은 ‘즐거운 일’과는 꽤 거리가 있습니다. 사실 ‘소비’라는 행위 자체는 즐겁지만, 내가 손해를 보지 않을까, 싼 것을 비싸게 사게 되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과정은 즐겁지만은 않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결정 자체는 즐거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쇼퍼테인먼트’는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즐겁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즐기다 보니 가지고 싶고, 어쩐지 필요한 것도 같고, 그래서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쇼퍼테인먼트의 기본이죠.

부처님오신날 등달기, 극락세계로 부처핸썹

세민님의 글에서 보았다시피, 팝업스토어는 그 ‘경험’ 자체가 즐거운 일입니다. 팝업스토어에 가서 새로운 걸 보는 행위 자체가 ‘엔터테인먼트’인 거죠. 이건 사실 비단 콘텐츠 업계만의 일은 아닙니다. 혹시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 가 보신 분 계신가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사람이 많이 오는 절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연등을 달아놓습니다. 연등으로 수놓아 사바세계에서 극락을 가상체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과 팝업의 ‘HYPE’

그런데 팝업스토어에서 굳이 줄 세우고, 오래 걸려서 욕먹고, 수량은 항상 부족해서 수요예측 실패했다고 욕먹는 일은 왜 반복되는 걸까요? 사실, 이 모든 건 팝업스토어가 흥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욕 안먹는 팝업은 망한 팝업뿐입니다. 왜냐구요? 오프라인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사람이 많이 몰리면 당연히 불만이 나옵니다. 그걸 잘 관리하는게 기술이고, 그걸 잘 관리하는 경험이 중요한 거죠. 망한 팝업은 널널하니까 욕을 안 먹습니다.

자, 이것도 쉽게 이해하셨다면, 이 다음 단계로 가봅시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팝업의 관계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모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뭘까요? 아니, 정확하게는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답은 다를 겁니다. 에디터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꼬우면 지르세요” 비즈니스. 라고요. 말이 좀 격했나요? 이걸 아주 잘 이용한 게 있습니다. 바로 웹툰의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입니다. “일주일을 기다리면 한 회차를 무료로 보실 수 있는데, 꼬우면 지르세요”, “3일을, 하루를, 반나절을, 3시간을” 기다리면 볼 수 있지만 못 참겠으면 지르시라고 하는 거죠. 사람은 이 유혹에 상당히 잘 넘어갑니다. 특히 그게 몇십, 몇백만원이 아니라 몇백원일 때는 더더욱 말이죠. 사실 모바일 게임의 사례를 보면 몇십만원도 큰 문턱은 아닙니다. 이 마음만 동하게 만든다면 말이죠.

팝업스토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기에 하입(HYPE)을 더해 이해해야 합니다. 뉴진스 하입보이의 그 하입 맞습니다. 이걸 검색해보면 ‘과대광고’라는 번역이 나올텐데, ‘하입보이 너를 원해’라는 말이 ‘과대광고 소년 너를 원해’면 이상하니까, 이렇게 생각 해 보죠. ‘갖고싶은 마음’이라고요. ‘갖고싶은 소년 너를 원해’라는 말, 바로 이해 되시죠?

누구는 여섯시간을 줄을 섰다더라, 줄 서는 대기표를 받으려고 몇시간을 기다렸다더라, 그렇게 받은 번호가 600번대인데, 아침 10시 반에 가서 7시에 들어갔다더라… 이런 말을 들으면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도 “그게 뭔데 그렇게 난리야?” 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바로 이 관심의 순간, 누군가는 ‘어, 저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바로 이게 하입입니다. ‘가보고 싶다’, ‘가지고 싶다’는 마음 말이죠.

여기서 나오는 것이 바로 주목 경제, 혹은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ics)입니다. 인간의 주의력 자체가 희소한 자원이라고 보는 거죠. 개인화되기 시작한 미디어의 시대에, ‘어떤 콘텐츠’가 주목을 받느냐는 것 자체가 그 콘텐츠, 또는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말입니다.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정보는 정보수용자의 주의력을 소모한다. 풍부한 정보의 양은 주의력의 부족을 가져왔고, 이 때문에 수용자의 주의력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분배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주의력을 잡아두기 위한 게 바로 이 하이프라는 개념입니다. ‘갖고싶다’고 주목하게 만드는 것 자체로 말이죠.

주의력 경제는 이제 현실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하죠. 사람만이 가진 자원이 주의력이니까요. 2021년 11월 28일 작고한 당시 루이비통의 수석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나이키가 협업해 만든 에어포스 원의 소더비 경매(!) 낙찰가는 켤레당 평균 9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1억 1,400만원)를 돌파했습니다. 200켤레만 생산됐고, 최고 낙찰가는 4억원이 넘었습니다. 미쳤다고 신발 하나에 몇억을 태워?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있는 거죠.

이게 바로 그 억소리나는 신발

물론 이건 끝판왕 사례입니다. 모든 신발이 이렇게 비싸기만 한 건 아니고, 나이키는 일부 한정판 신발이나 인기 모델을 정가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추첨을 진행합니다. 이걸 ‘드로우(Draw)’라고 부르는데, 그 드로우에 당첨된 사람이 신발을 사가는 날, 이 추첨 상품이 판매되는 나이키 매장 앞에는 일부 리셀러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신발을 사서 나오는 사람에게 즉석으로 흥정을 붙이기도 합니다.

나이키의 '드로우' 안내

나이키는 리셀러를 일부 인정하는 대신, 이 하입을 이용해 마케팅을 하고 있는 거죠. 에디터는 이것과 팝업스토어의 ‘줄 서는 줄 서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팝업스토어는 그걸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요. 인스타그램에 팝업스토어 방문 후기 사진이 올라오고, 댓글이 달리고, ‘한번 가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하입이 생기니까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고, 사람들이 그걸 보고 ‘인지’하게 되는 것까지 가치에 포함되니까요.

* 이게 네이버 웹툰의 해외확장전략과 뭔 상관?

네이버웹툰은 지금까지는 해외에 ‘작품’을 진출시키기보다 ‘웹툰’이라는 서비스 그 자체, 그러니까 플랫폼을 선보이고 해외에 스크롤을 선보이게 하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적어도 작년까진 그랬습니다. 2022년 프랑스에서 열린 ‘어메이징 페스티벌’에서는 네이버웹툰이라는 브랜드와 스크롤 형식 자체에 대한 홍보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면, 2023년 행사에서는 작년에 비해 <사신소년>, <언니, 이번생엔 내가 왕비야>, <입학용병>, <투신전생기>, <화산귀환>등 한국 작품은 물론 <로어 올림푸스>, 프랑스 오리지널 <Because I can’t love you>등 개별 작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볼 수 있죠.

한국 아니고 태국 방콕입니다. 작가들도 모두 태국 현지 작가로 구성됐죠.

7월 초 태국에서는 방콕에 위치한 쇼핑몰 ‘시암디스커버리’에서 태국 인기작가 5명과 콜라보 해 농심, 팔도, 오뚜기 등 한국 라면회사의 제품을 홍보하는 팝업스토어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작가들이 직접 팬미팅을 열기도 하고, 현장에서 굿즈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홍보는 라면이었다는 점이 눈에 띄죠. 결과적으로 행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는데, 태국에서도 팝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걸 확인할 수 있기도 했죠.

이렇게 팝업스토어처럼 오프라인,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지도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아주 치열한데, 적어도 네이버웹툰은 타깃으로 하는 대상들에게 어느정도 퍼져나가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다음에는 ‘네이버’와 ‘네이버웹툰’의 연결일 겁니다. 네이버는 해외에서 C2C, 즉 이용자간 거래 플랫폼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1조 6천억원 가량을 주고 인수한 포쉬마크(Poshmark)나 스페인의 왈라팝, 프랑스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일본의 빈티지시티는 물론 한국의 크림(Kream)까지 모두 C2C 거래 플랫폼이죠.

네이버의 C2C 기업 투자 및 설립 현황 (출처=더벨)

이 C2C 거래 플랫폼에 딱 붙어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역 비즈니스죠. 포쉬마크가 미국에서 주목받았던 이유는 우편번호(Zip Code)를 기반으로 지역을 설정하고, 그걸 기반으로 사람들간 거래를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서 웹툰 자체를 띄우는 것은 가장 중요한 웹툰 플랫폼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관심을 수익으로 환산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게 오프라인 팝업과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일단, 사람들의 관심이 몰린 곳이라면 가장 쉬운 것은 광고입니다. 일단 여기에 지역이 붙으면 ‘지역 기반’ 광고를 할 수 있겠죠. 여기까진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이야기했던 C2C 비즈니스와도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C2C 거래를 하는 사람들의 데이터와 웹툰 독자 데이터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쇼퍼테인먼트’에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완전히 결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과정에서 IP확장은 영상화만이 아니라, 지역에 녹아드는 것까지 넓어질 수 있을 겁니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해외에서 아마추어 플랫폼인 캔바스에 광고를 통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시작(바로가기: 캔버스에 ‘광고 보고 미리보기’ 붙은 미국 네이버웹툰, 다른 나라는 어떨까?)했습니다. 이걸 지역기반 C2C 비즈니스와 연결할 수 있다면, 웹툰에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들이 글로벌로 나갈 가능성도 생길 수 있죠. 특히 땅이 넓고 지역적 격차가 큰 미국이라면 이 가능성은 더 커질 겁니다.

당연히 여기엔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있습니다. IP확장의 측면에서 지역과 개인간 거래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광고 이외에는 지금 당장 에디터에겐 이렇다할 것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네이버의 해외진출과 네이버웹툰의 전략이 만나는 지점이 일단 여기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행보가 그래왔으니까요. 더 나간다면 디즈니와 같은 테마파크 형태가 있겠지만, 그건 단기간엔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일단은 플랫폼 확장과 IP확장의 병행이 아닐까 추측해보게 됩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우리와 심리적으로는 물론 물리적으로 다가오는 방향의 IP확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성공여부의 핵심엔 물론, 지역기반 데이터가 있습니다. 아마존의 대성공을 이끈 아마존 프라임이 가능하게 한 것도 물류를 통한 지역 수요 예측을 통한 빠른 배송이었던 것처럼, 지역기반 비즈니스가 웹툰의 글로벌을 이끄는 순간이 올지도 모를 일이죠. 그 과정에서 해보고 싶은, 가보고 싶은 팝업스토어, 가지고 싶은 굿즈와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들이 연결다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쇼퍼테인먼트에서 시작한 이번 기획, 어떻게 보셨나요? 그럼, 다음 칼럼에서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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