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 "노라를 놓아라 - 부수는 여성들"

한국만화박물관에서 11월 12일부터 진행중인 기획전시 "노라를 놓아라 - 부수는 여성들"에 다녀왔습니다. 최은영 큐레이터는 전시를 설명하면서 "'노라'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1879년 발표한 희곡 <인형의 집>의 여자 주인공"이라고 전하면서, "남편의 권위에 복종하고 가족에게 봉사하는 것을 여성의 신성한 의무로 간주하고 살던 노라는 남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릅니다. 그러나 병세를 회복하고 출세한 남편은 자신의 지위를 잃을까 두려워 노라를 비난하는데요.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는 벗어나지만 노라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이 인형에 지나지 않았음을 자각하고,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아내의 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남편에게 노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대답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제목 "노라를 놓아라 - 부수는 여성들"은 여성서사 만화를 다루는 이번 전시에 딱 맞는 제목입니다. 짧고, 강렬한. <인형의 집>이 발표된지 140년이 지난 지금, 그리고 나혜석 시인의 <인형의 家​>로부터 거의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의미가 있는 이유가, 이번 전시에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입구에서부터 강렬한 제목, "노라를 놓아라 - 부수는 여성들"이 보입니다. 강렬한 빨간색과 대비되는 파란색이 인상적이죠?

1층에서 티켓을 구매해서 올라갑니다. (SKT와 LGU+는 10% 할인이 되는데 저는 둘 다 아니어서^^...) 1층 입구로 들어가 오른쪽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뒤에 길다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한번에 도착합니다. 3층으로!

티켓이 짧아졌죠? 티켓을 확인받고 나면, 전시 입구를 마주하게 됩니다. 전시 초입에는 나혜석의 1921년 4월 3일 매일신보에 발표한 시 <인형의 家>가 함께 적혀 있어요. 그 옆에는 아까 말씀드린 최은영 큐레이터의 글 일부가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종이비행기들이 눈에 띕니다. 이쪽을 따라서 이동하시면 동선에 맞게 이동하실 수 있어요.

첫번째 파트는 "코르셋을 찢는 여성들" 입니다. 이번 전시의 부제가 "부수는 여성들"인 이유가 첫번째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여기에 선보인 작품은 <내 ID는 강남미인>, <화장 지워주는 남자>, 그리고 <껍데기>입니다.


첫번째 파트를 감상하고 나면, 아까 봤던 비행기를 만나게 됩니다. 유리벽에 가로막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비행기. 어딘가 익숙한, 그리고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요. 바깥에서 봤을 땐 알록달록 예뻤는데요.

두번째 파트는 "제도 밖으로 탈주하는 여성들"입니다. <혼자를 기르는 법>, <어바웃: 블랭크>와 <며느라기>, <아기낳는 만화>, <또리네 집>, <하면 좋습니까?>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도'는 단순히 법과 같은 구조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여성을 차별하는 우리 사회 전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마지막 세번째 파트는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입니다. 여기선 <단지>, <그래도 되는 家><아 지갑놓고 나왔다>, <비혼주의자 마리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보다 직접적이고, 우리가 뉴스로 만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면 조금 다릅니다. 우리 사회가 감춰왔던, 이들의 저항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폭력이죠.


마지막 파트는 다시 입구로 돌아와서, 단행본을 읽어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라는 점이 한 가지,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만든 전시가 맞나?라는 생각이 두번째였어요. 작품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압축해서 만나볼 수 있는 밀도 높은 전시입니다.

인터넷 문화를 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표현하는 웹툰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입니다. 전시는 내년 4월 중순까지 이어지니까,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가 보시는 분들이라면 3층의 상설전시와 4층 전시관도 다녀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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