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로봇 찌빠'의 아버지, 신문수 화백 타계

도깨비 감투를 쓴 '혁이', 원시시대에서 현대로 온 '똘비', 어딘가 어설픈 로봇 '찌빠', 찌빠의 친구 '팔팔이'. 그리고 늘 감초처럼 등장한 조연 '탱구'에 이르기까지. 1964년 데뷔해 펜을 못 잡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면 늘 만화를 그리고, 함께 웃어 주던 신문수 선생이 2021년 11월 30일 오후 5시 23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939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신문수 화백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 길창덕이 추천사를 써준 <너구리형제>를 통해 데뷔했습니다. 다음 해인 1965년 병영을 소재로 한 명랑만화 <카이젤상사>를 연재했고, 이후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 작품으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70-80년대 명랑만화의 시대를 길창덕, 윤승운, 이정문, 박수동 등과 함께 끌어간 장르의 대표주자였습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신문수의 미덕은 변함없는 꾸준함에 있다."며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만화를 창작했고, 그 작품들은 모두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70-80년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항상 ‘T’가 쓰인 모자를 쓰고 나왔던 ‘탱구’, 도깨비 감투를 쓴 ‘혁이’와 엉뚱한 인간형 로봇 ‘찌빠’와 그리고 그 친구 ‘팔팔이’라는 강력한 캐릭터를 창조한 작가이기도 하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수가 그린 주인공들은 대부분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다. 우리 이웃의 일상을 유머러스한 터치로 그려낸 명랑만화의 대가답게 그의 작품에도 소소한 일상의 모자이크 되어있습니다. 가족, 부부, 부자, 부대 등 일상적인 공동체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그의 만화 소재가 되었습니다.

1968년 <심술각하 똘 소위>(『소년세계』), <자유의 보라매>(『새소년』), <칠칠이의 모험>(《소년한국일보》) 등으로 시작된 어린이 만화는 1972년 <도깨비 감투>(『어깨동무』)를 시작으로 1978년 <원시소년 똘비>(『새소년』), 1979년 <로봇 찌빠>(『소년중앙』)로 이어지며 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특히 ‘로봇 찌빠’는 14년간 ‘소년중앙’에 연재했고 단행본만 10권 이상이 나왔으며 애니메이션, 모바일 게임, 웹툰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어린이 만화잡지와 어린이 신문이 점차 쇠락의 길을 걸으며 지면이 축소되자 60년대 보여주었던 성인 취향의 만화를 더욱 발전시킨 신문수식의 성인만화를 주간지 등에 발표하며 또 한 번의 방향 전환을 맞이했습다. 1989년 『주간경향』에 연재한 <신판 봉이 김선달>은 성인만화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만화, 그것도 명랑만화를 그리던 작가가 능청스럽게 어른들의 농담을 건넵니다. 1990년대 신문수는 어린이 만화, 성인만화, 홍보만화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에 마련되었으며, 2일 발인 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됩니다. 만화계에서는 신문수 선생의 타계소식에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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