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세르크", 일생을 함께 한 친구가 감수해 되살린다... "영 애니멀" 13호부터 재연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미우라 켄타로와 함께 <베르세르크>의 시간은 멈췄습니다. 스태프들이 다시 연재할 수 있을지, 연재한다면 미우라 켄타로가 그린 세상을 완성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바로, 학창시절부터 일생을 함께 하며 만화가로서의 삶을 살아온 동료 작가, <홀리랜드>로 잘 알려진 모리 코우지가 함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미우라 켄타로 작가는 생전 모리 코우지에게 종종 <베르세르크>의 콘티와 스토리를 상담하곤 했다고 합니다. 모리 코우지 작가는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콘티 상의를 하고 싶다'며 미우라가 저를 불렀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늘 있던 일이라 놀러갈 겸 미우라의 작업실에 갔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작업실에 잡혀 있었고, 바로 그 때 <베르세르크>의 스토리가 마지막 회 까지 거의 완성됐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모리 코우지 작가는 "저는 <베르세르크>의 완결까지 스토리를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천재 미우라 켄타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에겐 무거운 책임이 생겼다. 미우라는 생전에 '<베르세르크>의 스토리는 모리 자네에게만 말했다'고 말하곤 했다.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일러스트를 그려야 하는지 고민을 하던 차에 스탭들이 끝까지 그린다고 하니 한번 봐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곳에는 정말 <베르세르크>의 원고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스탭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원고와 자신이 알고 있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다시 원고를 만들 수 있게 된 겁니다.

모리 코우지 작가는 "미우라가 자랑하는 제자들이 원고를 그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미우라와 저의 은사이신 시마다 이사님도 '만든다고 하면 회사는 전력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해 주셨습니다."라며 "여기서 도망치면, 미우라가 저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렇게나 많이 말 해줬는데, 안 해줄거야?' 알았어. 제대로 할게."라고 적었습니다. 미우라 켄타로가 평생을 바친 작품을, 평생의 친구가 이어가게 된 셈입니다.

모리 코우지는 또 "미우라가 제게 말한 에피소드만 하겠다. 살을 붙이지 않겠다. 기억이 잘 안 나는 에피소드도 하지 않는다. 미우라가 직접 했던 대사, 스토리만 하겠다. 당연히 완전한 형태는 아니겠지만, 미우라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거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미우라와 함께한 제자들의 솜씨는 진짜다. 이미 훌륭한 작가"라며 "미우라가 없는 <베르세르크>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부디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적었습니다.



편집부 역시 서신을 통해 "지금까지 저희가 모은 마지막 에피소드와 마지막 한 컷 까지 보아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미우라 선생님이 말씀하신 바'대로를 작품에 구현해서 이어가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미우라 선생님과의 대화, 원고 제작을 통해 스태프와 편집부, 그리고 독자분들께 뿌리내린 '미우라 켄타로'를 진정성 있게 엮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편집부는 "(영 애니멀의) 다음 호부터 <베르세르크>의 '판타지아편/요정도의 장' 마지막까지 우선 6회분을 연재하고, 이후 새로운 편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재개 후 크레딧은 원작-미우라 켄타로, 만화-스튜디오 가가(STUDIO GAGA), 감수-모리 코우지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1990년 발행된 <베르세르크> 1권은 초판 28,000부로 시작됐다. 바로 히트작이 된 것도 아니었고, 한동안은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이었던 <베르세르크>가 열렬한 팬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던 건, '더 엄청난 만화를 그리고 말 것'이라는 미우라 선생의 열광적인 마음이 전해졌기 떄문이라고 생각한다."는 팬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편집부는 서신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평생을 함께 한 친구가 평생을 함께 한 작품을 마무리하는 것, 그리고 독자들이 열광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편집부도 발벗고 나서는 것. 차갑게 보려면 사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건 미우라 켄타로의 열정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독자로서, 기다려볼 작품이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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