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의 작품 편집,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배우 수지 주연의 "안나"가 쿠팡플레이에서 화제가 된 것은 지난달입니다. 이주영 감독이 제작하고, 쿠팡플레이 오리지널로 방영된 "안나"는 손흥민 선수의 한국 방문 경기와 함께 가장 많은 유료 구독자를 늘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나"가 방영하기 전인 5월 대비 이용자가 60만명이나 늘었기 때문인데요, 이 작품의 감독인 이주영씨가 "쿠팡플레이가 일방적으로 8부작이었던 작품을 6부작으로 편집했다"며 "쿠팡이 일방적으로 편집하며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서사, 촬영, 편집, 내러티브 의도가 모두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이야기의 재구성 : 타임라인

지난 8월 2일, 이주영 감독이 대리인인 법무법인 시우를 통해 "쿠팡이 일방적으로 "안나"를 재편집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성명을 배포합니다. 이주영 감독에 따르면 최종 제출한 마스터파일은 8부작이고, 쿠팡도 승인했다고 하는데요. 쿠팡 측은 즉시 "감독에게 수정을 요청했지만 감독이 거부했고, 계약에 명시된 권리에 따라 편집했다"고 반박하며, 동시에 감독판을 8월 중에 따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주영 감독 또한 3일 쿠팡측의 반박에 "수정 요청이 있었고, 내가 거부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때는 법률대리인의 반박까지 함께 공개됐습니다. 이에 8월 4일, "안나" 촬영현장에서 일했던 스태프 6명도 쿠팡을 규탄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스태프롤에서 뺄 것을 요구했습니다.

4일 발표된 법률대리인의 입장문에서는 1) 4월 21일 편집본 회의가 마지막이었는데, 구체적인 수정 요청은 언제, 누구에게 했는지 밝힐 것 2) 7월 8일 쿠팡플레이가 "확장판"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대로, 8월 공개본은 '감독판'이 아닌 '확장판'이라는 점 3) 쿠팡플레이가 주장하는 "제작사 동의를 얻어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대로 편집했다"는 말은 저작인격권 침해라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일반적인 사례 :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

자, 먼저 일반적인 사례를 생각해 보도록 하죠. 일반적으로 OTT 시리즈는 말하자면 '매절' 계약을 맺습니다. 매절 계약은 일반적으로 높은 금액을 받고 작품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작품에 대한 권리'를 저작권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저작권은 두개의 개념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먼저 매절 계약에서 양도하게 되는 '저작재산권'은 작품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 최근에는 대표적으로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의 '재산으로 환원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저작재산권은 양도, 판매, 위임 등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치 물건처럼 거래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저작인격권은 조금 다릅니다. 마치 인권처럼 작품이 태어나면서부터 저작권자에게 부여되는 권리입니다. 저작인격권에는 이름을 표시할 수 있는 성명표기권, 작품을 대중에게 발표하는 것을 정할 수 있는 공표권, 그리고 작가의 작품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동일성 유지권입니다. 이런 저작인격권은 인권과 같아서, 빼앗을 수도, 위임하거나 판매할 수도 없습니다. 저작권자 본인이 동의하고 승인해야 변경이 가능한 권리입니다.

일반적인 OTT에서 '매절' 계약을 맺는다면 일반적으로 저작재산권 일체를 양도받습니다. 무슨 말이냐, 작품에 일반적인 단가보다 높은 금액을 주고 작품에 대한 사업적 권리를 모두 사오는 겁니다. 영상 분야에서 이런 계약이 활발한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비롯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이런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쿠팡플레이의 주장 : 계약서에 명시된 권한

일부 계약에서 플랫폼, 또는 제작사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작품을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계약서 상에 포함 시키는 조항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독소조항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큰 조항입니다. 때문에 이런 조항을 계약서에서 보게 되면 '원작자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편이 좋습니다. 저작인격권은 양도가 불가능하지만, 서명을 통해 본인이 '동의' 했다면 동일성유지권이 발동되기 어려우니까요.

왜냐면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행위는 계약서의 모든 내용에 동의를 했다고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즉, '플랫폼 또는 제작사가 작품을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 있다면, 그리고 그 계약서에 원작자가 서명했다면 '동의' 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서명하고 나서 억울함을 호소해도 법원에서 질 가능성이 높은 건 이 때문입니다.

​자, 그래서 쿠팡플레이가 주장하는 내용이 중요해집니다. 쿠팡플레이는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에 따라" 작품을 편집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계약서 내용이 '원작자 동의 없이도' 작품 수정을 할 수 있는 조항이라면 법정에서 다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법률대리인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원작자 동의 없이는 수정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 플랫폼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바로 플랫폼의 권리입니다. 플랫폼은, 적어도 2022년 현재까지는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견제할 수 있는 건 플랫폼 뿐이죠. 그런데, 콘텐츠 분야에서만큼은 플랫폼이 다른 분야에서 가지는 무시무시한 권력을 가지지는 못합니다. 무슨 소리일까요?

예를 들어 쿠팡이라고 가정해 보죠. 쿠팡은 자체 PB상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내놓습니다. 쿠팡의 공시에 따르면 쿠팡이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PB상품 매출액만 1조원이 넘습니다. 이 브랜드를 누가 생산할지를 정하는 것도, 또 그걸 전면에 보여주는 것도 쿠팡입니다.

하지만 콘텐츠 분야에서는 그만큼의 권력을 가지지는 못합니다. 물론 LICO, 연담 등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작가들이 만들고, 작가들이 저작권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분야에서, 적어도 지금까지 합의된 플랫폼의 권한 중 가장 큰 권한은 '작품의 연재를 결정할 권리'입니다. 연재 되고 안되고, 이게 플랫폼이 가지는 최고의 권력인 셈이죠. 그 규모를 생각하면, 그것도 어마어마한 권력인 건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거대 플랫폼이 가지는 권한에 '작품을 동의 없이 수정할 권리'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것도 제한적으로만 허용됩니다.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지 작품을 마음대로 뜯어고칠 권리는 없다는 말이죠. 물론 플랫폼이 거대화 하면서 가이드라인이라는 형태의 제한을 두긴 하지만, 그건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운영을 위한 규칙'에 가깝습니다. 더 많은 대중을 상대하려면 만들 수 밖에 없는 가이드니까요.

하지만 쿠팡은 적어도 이주영 감독의 주장에 의하면 일방적으로 작품을 고쳤습니다. 계약서 상의 문제가 없어서 권한대로 편집을 했다고 하더라도, 쿠팡플레이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지만 앞으로 쿠팡플레이와 작업을 하려는 감독들은 계약서의 해당 조항이 들어가지 않을까 방어적으로 나올 것이고, 이렇게 떨어진 신뢰는 쉽게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쿠팡플레이 사태를 지켜보는 웹툰계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PB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랫폼 오리지널'이 늘어나는 지금 추세를 생각해 보면 걱정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네이버웹툰의 스튜디오 리코가 만든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카카오 자회사 두곳이 함께 만드는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등의 작품들의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쿠팡의 사례가 '플랫폼 입맛대로 작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힘은 작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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