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작품'부터 '댓글 조작'까지... 웹툰판 '옥장판'

웹툰 작가는 불안합니다. 내 작품이 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독자들이 작품을 좋아해줄까? 모든 프리랜서가 그렇듯, 작가도 이런 불안을 안고 작업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불안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말하자면 건강을 볼모로 옥장판을 파는 사람들과 비슷한 마인드일 겁니다.

* 불안 이용하는 마케팅

그런데 앱을 통해 거래할 수 있는 프리랜서 마켓에서 '마케팅'이라는 이름을 붙여 웹툰의 좋아요, 관심웹툰, 별점, 즐겨찾기, 댓글과 댓글 추천, 공유, 조회수를 조작해 준다는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실제 사용자를 활용해 불법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광고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은 좋아요(하트)와 관심웹툰, 별점은 100개당 8만원, 즐겨찾기는 100개당 3만원, 댓글과 댓글 추천, 공유는 각 25개당 2만원, 조회수는 1천건당 1만원 등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읽기 전에 처음 만나게 되는 정보, 즉 숫자들을 조작해 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돈을 쓰라는, 전형적인 불안 마케팅입니다.

흔히 작가들이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자료들입니다. 좋아요가 많이 찍히고, 관심웹툰에 많이 선정되고, 별점이 높고, 즐겨찾기가 많으면 순위가 높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한순간 피크가 되는 데이터가 아니라 평균 트래픽이 높은 거죠. 웹툰은 기본적으로 연재를 기반으로 하니까요.

* 댓글은 25개당 2만원, 좋아요와 관심웹툰은 100개당 8만원
웹툰 작가들의 불안을 이용해서, '관심 받는 작품인 것 처럼' 보여주겠다는 말입니다. 이런 조작이 의미가 있다면 그래도 돈 쓰는 의미라도 있을텐데, 복수의 플랫폼 관계자들에게 이런 행위가 의미가 있느냐고 묻자 '전혀 의미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결제율과 매출액인데, 조회수만 늘리면 결제 비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리고 좋아요나 관심웹툰, 별점이나 즐겨찾기 등은 미디어가 좋아하는 숫자일지는 모르지만 매출과는 큰 의미 없는 데이터입니다.

효과가 없는 걸, 돈 받고 팔다니 사실상 사기나 다름 없습니다. 최근 영화계에서 논란이 된 바이럴, 역바이럴 논란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웹툰을 포함한 대중문화는 철저히 취향을 기반으로 감상이 이루어지지만, 그만큼 하이프(HYPE, 트렌드를 쫓아가고 싶은 마음)와 미싱 아웃(Missing Out, 소외에 대한 두려움) 역시 작용합니다. 남들이 다 보는데 나만 못 본거 아닐까? 싶은 생각 말이죠. 소비자의 불안을 파고드는 것이 마케팅이라곤 하지만, 효과가 있어야 마케팅일 겁니다.

또, 철저하게 취향 기반으로 작품을 계속 보는 독자들이 댓글 숫자, 좋아요나 관심작품 숫자를 보고 들어오진 않습니다. 상위 노출을 위한 전략이라고 해도, 누가 봐도 조회수 결제율은 똑같은데 좋아요나 관심작품만 높으면 어뷰징임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이것도 무의미합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작품성이죠. 작품이 좋으면 독자가 남고, 점점 늘어납니다. 독자는 좋아요나 댓글 수를 보고 작품을 고르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웹툰과 웹소설의 조회수, 좋아요, 가짜 감상평 등을 조작하는 행위는 독자를 속이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이는 독자를 속이고 실망시키게 되어 고객이 작품에서 떠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성장하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빠르게 실태를 파악해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거래를 위한 플랫폼이 웹툰판 옥장판 판매의 장이 되고 있네요. 결국은 작품이 가장 중요한 웹툰계에서, 이런 허황된 유혹에 피해 당하는 사례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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