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산업 불공정계약 실태조사 살펴보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만화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죠. 그동안은 웹툰사업체, 작가 실태조사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불공정계약’ 실태조사가 추가됐습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최근 5년 이내(2017년 7월~2022년 7월) 작품 활동을 한 국내 웹툰 작가 846명, 그리고 2021년 기준 웹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웹툰 사업체 107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 무엇이 ‘불공정’ 인가?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하는 부분은 ‘불공정’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할 것은 계약은 “쌍방”간에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걸 염두에 두고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보고서에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즉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웹툰산업에서는 일반불공정행위가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일반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 조항은 크게 9가지가 있습니다.

① 거래거절, ② 차별적 취급, ③ 경쟁사업자 배제, ④ 부당한 고객유인, ⑤ 거래강제,

⑥ 거래상지위 남용, ⑦ 구속조건부거래, ⑧ 사업활동 방해, ⑨ 부당한 자금·자산·인력의 지원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 조항

이 9개 요소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불공정 거래행위 심사지침에 따라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지(공정거래저해성)를 판단하게 됩니다. 공정거래저해성은 1) 경쟁제한성, 2) 불공정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경쟁제한성은 잠재적 경쟁사업자를 포함한 경쟁사업자의 수가 너무 줄어들거나, 줄어들 우려가 있을 때, 또는 시장 경쟁의 정도가 유의미하게 줄어들 수 있을 때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한 업체가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해서 더 이상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때를 말합니다.

물론 여기서 ‘그렇게 보인다’ 정도로 규제할 수는 없겠죠. 세부적으로는 ‘부당하게’,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부당하게’는 원칙적으로 경젱제한성과 불공정성을 소비자가 누리는 효과와 비교했을 때 전자가 더 크면, 즉 경쟁이 사라져서 소비자가 얻는 효과가 더 적다면 위법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걸 판단하는 기관이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는 거래거절, 계열사를 위한 차별, 다른 곳과 비교가 안 되게 싼 가격에 납품하는 것 등이 공정거래 저해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주요 사안입니다. 자, 조금 어렵죠?

그럼 웹툰업계에서 ‘불공정 계약 및 행위’로 볼 수 있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차별적 취급 행위, 거래상 지위 남용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는 작품 계약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계약 상대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일방적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나 일방적 계약 해지 행위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러면 플랫폼이나 제작사가 일방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를 생각하기 쉬운데요, 플랫폼이나 제작사가 이런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일방적 계약 해지 역시 플랫폼이나 제작사가 당하게 되는 불공정 사례에 해당합니다. 계약은 “쌍방”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다만 차별적 취급 행위는 보다 플랫폼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건 말 그대로 ‘차별적인’취급 행위를 말합니다. 플랫폼이 작가, 제작사, 에이전시 등이 신인이거나, 신생 사업체라는 이유 등으로 광고, 프로모션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유통 계약을 위한 심의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행위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웹툰업계 불공정 계약이나 불공정행위 경험을 살펴보면, 먼저 작가 중 58.9%, 약 2/3에 달하는 작가가 불공정 계약이나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25.7%, 약 1/4가 경험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업계 지인, 동료가 경험한 경우는 15.5%로 나타났습니다. 사업체는 107곳 중 32.4%, 약 30곳입니다. 경험하지 않은 곳은 47.6%로 나타났습니다. 약 1/3이 ‘경험 있음’, 약 1/2는 ‘경험 없음’이라고 답한 겁니다. 나머지 20%, 즉 1/5는 ‘업계 지인이나 동료가 경험’이라고 답했습니다.

2) 어떤 불공정이 있었나? – 작가가 경험한 계약에서의 불공정

‘불공정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건 498명입니다. 이 중 40.8%는 ‘2차적 저작권, 해외 판권 등 제작사 및 플랫폼에게 유리한 일방적 계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묶음 계약이 기본적으로 포함된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는 별지 분리를 원칙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계약 체결 전 계약사항 수정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경험이 32.1%로 나타났는데,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수정하길 요청했는지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공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계약은 기본적으로 합의에 의해 결정하는 것인데, ‘절대 수정 불가능한’ 조항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협상을 하려면 내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 법이죠.

세번째는 플랫폼의 계열사나 특정 작품 등을 우대하는 차별 경험(노출 순위, 마케팅 등)이 30.9%를 차지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확실하게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플랫폼의 입장에서도 독자들의 선택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합니다. ‘그런 것 같아 보인다’와 ‘실제로 그렇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4번째로는 매출/수익쉐어 리포트, 또는 정산내역 불성실 제공 혹은 미제공이 30.1%를 차지했는데, 계약 당사자에게 기본적으로 매출 내역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특히 최근 후크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사례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불성실한 태도로 불신을 쌓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안 보여주면 무언가 숨기는 게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테니 말이죠.

이 외에는 적정 수익배분을 받지 못하거나 원고료/MG 또는 수익쉐어분이 제한되거나 지연되는 경우(23.3%), 계약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경우(22.9%), 매절계약 강요(19.3%), 일방적 계약 해지(17.7%), 계약서를 미리 주지 않아 충분히 살펴볼 수 없음(11.6%), 일방적 계약 변경(10.2%), 전문가 계약상담을 받으려 했으나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불가하다(8%), 계약범위를 벗어난 저작물 무단 사용(6.4%), 기타(5.8%)로 나타났습니다.

3) 어떤 불공정이 있었나? – 작가가 경험한 창작/유통에서의 불공정

또 ‘창작/유통 관련 불공정 행위’ 중에는 별도의 대가 없는 무한 수정 요구(28.7%)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명확한 기준이나 요구사항 없이 지속적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마치 선착순 얼차려 같은 거죠. 수정은 기분으로 하는게 아닙니다.

다음으로는 마케팅/홍보 없음(26.3%)이 차지했는데, 마케팅과 홍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합니다. 모든 작품에 일괄적으로 마케팅을 약속하면,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이 부족합니다. 마케팅을 무작정 다양화하면 독자 피로도가 증가하게 되고요. 물론 플랫폼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웹툰 제작사나 에이전시 등에 전문 마케터들이 더 늘어나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질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다음은 작품 기획, 창작에 부당하게 개입(25.9%)이 1/4가량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이 지점 역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설명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 위주인 웹툰의 특성상 애플과 구글의 정책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애플과 구글은 ‘앱을 셧다운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하더라도 이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일괄적으로 타이트한 정책을 유지하는 탓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애플과 구글도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플랫폼도 제작사와 에이전시에, 이들도 작가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물론, 그게 아니라 ‘그냥 마음에 안 든다’며 작품 수정을 요구하는 건, 피드백은 기분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말로 갈음하겠습니다.

무리하게 작업 단축 요구(19.9%)나 계약 전 심사 목적으로 지나친 원고량 요구(14.9%), 계약 당시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휴재, 마감시간 연기가 가능하다고 계약했으나 불가 통보(13.5%), 계약 상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요구(8.2%), 계약 종료 이후 재계약으로 인한 재출간 시 아무 대가 없이 수정 요구(6.6%) 역시 마찬가집니다. 계약은 서로의 책임과 권한을 명시하기 위해 맺는 합의죠. 그런데 그 권한을 자꾸 넘어오는 건, 진짜로 선 넘는 것 아닐까요. 업계가 미성숙해서 드러나는 아마추어리즘은 이런데서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 어떤 불공정이 있었나? – 사업체가 계약에서 경험한 불공정

사업체가 경험한 불공정 행위로는 플랫폼의 자회사, 계열사 작품을 우대하는 차별행위(63.3%), 계약체결 전 계약사항 수정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함(63.3%로 나타났습니다. 이건 아까 작가와 비슷합니다. 먼저 프로모션 관련한 데이터 축적과 연구가 필요하고, ‘그래 보이는 것’과 ‘실제 그런 것’차이를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이 프로모션 관련 데이터를 연구를 위해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계약 수정 요청 역시 합의에 의해서 진행하는 건데, ‘안 된다’고 만하면 사실상 플랫폼 앞에 선 어느 누구라도 답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 플랫폼들도 애플과 구글 앞에서는 조용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일방적 계약 변경(33.3%) 역시 마찬가지로 ‘안된다’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는 ‘눈치’로 파악해야 하는 공기로 남습니다. 그 공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더 시끄럽게 떠드는 수밖에 없겠네요.

5) 어떤 불공정이 있었나? – 사업체가 제작/유통 과정에서 경험한 불공정

사업체가 제작, 유통 과정에서 경험한 불공정행위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창작'이라고 묶었지만 제작사의 경우 '제작'이 맞다고 판단해 칼럼에서는 '제작'으로 표기했습니다. 어쨌든, 여기에 응답한 업체는 29개 업체인데, 첫 번째는 플랫폼이 마케팅/홍보를 해주지 않음(51.7%)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51.7%면 15개 업체인데, 전체 숫자인 107개로 따져도 14%에 달합니다.

또 다음은 연재 플랫폼의 자회사/계열사 작품에만 유리한 심의 기준을 적용한다는 응답이 44.8%로 나타났습니다. 44.8%면 13개 업체로, 전체 107개로 환산하면 12.1%에 해당합니다. 다음은 심사를 목적으로 과도한 양의 원고 제출 요구(13.8%), 다급하게 작업시간 단축 요구(13.8%), 별다른 대가 없이 담당자의 취향에 따라 반복 수정(13.8%)이 같은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이건 작가들의 불공정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던 만큼, 플랫폼의 요구가 사업체를 거쳐 작가에게 닿고 있지 않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연재 플랫폼이 작품 기획, 창작에 부당하게 개입(10.3%)이 차지했는데, 과한 컷수 제한이나 내용 변경이 포함되었습니다. 과한 컷수 제한의 경우는 플랫폼의 판단이 들어갈 수 있죠. 이 경우에는 이유를 명확하게 플랫폼이 이유를 설명해야 할테고요. 무작정 컷수 제한을 하면 제작하는 입장에선 보여줘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게 불가능해지니까요. 또 내용상의 수정 요구 같은 경우 자율규제에 따른 원칙들을 공유하고, 또 상위 플랫폼인 애플과 구글이 명확하게 규정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이건 개인 창작자나 업체 한두개로는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사례가 쌓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계약상에선 가능한 휴재나 마감 연기가 불가능한 것, 재출간시 대가없는 수정 요구가 6.9%로 동일하게 나타났고, 다음으로는 계약상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요구하는 경우가 3.4%로 나타났습니다. 계약관계가 아닌 친구 사이에서는 서로서로 돕고 살 수 있는데, 계약관계는 그런 관계 아니잖아요? 자꾸 계약관계인데 친구처럼, 그것도 나쁜 친구처럼 굴면,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6) 어떻게 대응했나? – 제보 받습니다

일상에서 불공정은 ‘와 어떻게 이런 일을!’하고 찾아오지 않습니다. 나쁜 친구의 ‘우리 친구지?’라는 말을 듣고 ‘우리 진짜 친구 맞나?’하는 생각처럼 찾아오죠. ‘혹시 지금 내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건가?’하는 의심에서 시작됩니다. 그렇다 보니 업계 지인, 동료의 도움이 전체의 약 2/3, 63.7%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을 잇는 것이 혼자서 대응하는 것이 되는 거죠. 이게 불공정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으니까.

다행히 법률 자문을 받거나(22.5%) 협단체 상담을 받는 것(19.9%), 공공기관의 무료 법률상담(19.7%)이 그 뒤를 잇고 있어 다행입니다. 그런데 ‘커뮤니티 공론화’가 10.8%나 된다는 것은 조금 우려스럽습니다. 불공정인지 아닌지 맥락을 따지기도 전에 감정적인 대응이 될 수 있고, 그럴 경우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예요.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뜨거운 화두는 ‘프로모션’ 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프로모션을 얼마나 어떻게 진행하는지, 자회사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진행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물론 개인화 등 여러 방안을 통해 프로모션을 효과적으로 분산해서 다방면으로 진행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는 있는데, 그런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아닌 것 같은 느낌만 있는데 자꾸 믿어달라고 하면 더 믿을 수 없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결국에는 시끄럽게 이야기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이런 실태조사에 그 요소들을 반영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전달하고, 실태조사는 현실의 문제를 실체화하는데 목적이 있으니까요. 그 다음에야 비로소 정책이 만들어지고, 제도가 개선되고, 문제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시끄럽게 떠드는’ 건 사실 작가나 일개 업체 입장에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에디터의 신조 중의 하나가 이겁니다. 어려운 건 사람 쓰자. 그래서 마지막은 여러분께 부탁드리는 말로 마칠까 합니다. 혼자 대응하기 어렵거나, 이것이 불공정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애매하다면 익명을 보장할 수 있으니까, 여러분의 적극적인 제보가 필요합니다. 웹인은 올해도 할 일을 할 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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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웹툰산업 불공정계약 실태조사 PDF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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