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플랫폼'들에 저작권 침해를 신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불법 콘텐츠, 흔히 '해적판'이라고 말하는 콘텐츠들은 당연히 일차적으로는 불법으로 유통하는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게 인터넷으로 넘어오면, 규정을 이유로 불법을 용이하게 만드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구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구글은 '불법 웹툰'으로 향하는 링크를 막아달라는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검색어 차단 등 구글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저작권 관계가 규정에 맞게 소명되지 않았다'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합법보다 불법이 활동하기 용이하게 되는 헛점이 생기게 됩니다.

* 모든 불법에 대응할 수 있을까?

구글은 오히려 검색 포털이라 책임을 묻기 쉽습니다. '명백하게' 검색되는 결과들을 신고하고 신고해도 계속해서 생성되는 사이트들이 문제라면, 구글이 자랑하는 기술력으로 패턴을 파악해서 검색되지 않게 하는 등 대응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영상이라면 어떨까요? 틱톡에서 지난해 10월, 불법으로 만든 한국에 연재중인 웹툰의 단행본이 브라질에서 유통되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뒷표지 개정'이라는 문구까지 새겨서 공유된 글에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쳤죠. 마치 공식 발매된 것처럼 작가들의 이름까지 그대로 적어서 표기했습니다.

자, 여기서 일단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선 아직까지 저작권 인식이 낮다거나, 한국 역시 저작권에 대한 문제인식이 이제야 높아지고 있는 중이라는 점은 논의에서 제외합시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플랫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니까요.

자, 다시 돌아와서 불법 게시도 아니고, '불법으로 출판'을 했습니다. 거기에 이걸 찍어서 홍보하는 영상을 틱톡에서는 내릴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몇가지 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저작권자 본인인지 아니면 대리인인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여기서 막힙니다. 작가들은 본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고, 필명이라면 내 필명이 나임을 증명하는 자료는 대부분 계약서 등의 민감자료고, 대부분 한글 문서로 작성된 하드카피(실물 인쇄본)이기 때문입니다.

틱톡에서 요구하는 '권리 권한'을 위한 서류

그럼 해외에 그걸 보낼 때는 번역을 하고, 법적 효력을 받기 위해 공증을 받고... 여기까지 가면 대부분 자포자기하게 됩니다. 이건 명백히 구글과 틱톡과 같은 플랫폼이 자신들이 책임을 덜 지기 위한 방법이라고 에디터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도가 이런 방식을 '행정상 편의'를 위해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웹툰 플랫폼이 대응을 하고 싶어도, 저작권자에게 위임을 받지 않으면 아예 대응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구글이 요구하는 설명

저작권자에게 위임을 받으려면, 작가에게 가서 '저작권 침해 대응에 필요하니 저작권 위반 게시물에 대한 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자, 여기서 '권한을 위임' 해 달라는 말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그걸 다 설명하고, 저작권과는 아무 상관 없고 불법침해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사인을 받아 서류를 준비하면? 그때야 비로소 구글, 틱톡 같은 거대 플랫폼에 제출할 서류 한장이 준비되는 겁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다 비용입니다. 아예 그걸 전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전담해야 하는 사람이 저작권법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여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국내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심지어 언어가 다르니 그때그때 번역과 공증 비용도 들어갑니다. 환장할 노릇이죠. 근데 이건, 플랫폼 쪽에서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기도 합니다.

* 매번 하는 말, 제도 바꾸기는 오래 걸린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형 플랫폼에 요구를 하려면 목소리를 모아야 하고요, 목소리를 모으려면 모을 구실이 있어야 합니다. 근데 여기서 목소리가 잘 모이질 않습니다. 행정에 요구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가지를 강구하다가 결국 어느정도 해답을 찾은 것이 일단 거대화된 불법웹툰 업로더들을 디지털 범죄에 포함시켜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거 하나도 쉽게 되지 않습니다. 몇년씩 걸립니다. 근데 이런 침해는 실시간으로 일어나죠. 그래서 작가가 직접 대응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필요합니다. 일단 저작권 침해는 친고죄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비친고죄로 인정됩니다. 이걸 고치는 것 보다, 직접 계약 당사자인 상대방, 즉 유통사가 저작권 침해 대응의 1차적 의무를 지도록 만드는 방법이 가장 빨라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최상위 플랫폼이 대응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입니다. 그냥 신고하고 잡고 고소하고, 이것밖엔 방법이 없죠. 근데 지금 이건 이미 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잘 안 되잖아요? 답답하지만, 제도를 바꾸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건 원래 이렇게 답답하고 오래 걸립니다. 세상에 사이다는 아주 드물죠.

그렇지만, 지금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저작권 침해 대응의 최종 책임을 거대 플랫폼이 지도록 만드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미 EU에서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이 삭제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법안이 2019년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라고 못할 건 없죠. 하지만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 결국 사람이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뭐가 필요할까요? 개인의 희생에 기대지 않는 연구와 체계적인 대응입니다. 그건 결국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을 쓰려면 돈이 필요하죠. 오랜 기간 연구하고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디지털 범죄라는 출구를 찾은 것 처럼, 이런 대형 플랫폼이 움직이게 만들 방법을 찾으려면 사람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웹툰계는 아직 사람 쓰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특히 작가가 아닌 사람을 다루는 방식을 아직 잘 모릅니다. 단순히 불법웹툰 대응 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문제들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사람 쓰는덴 돈이 들고, 그 사람들이 잘 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일하는 걸 보면, 전체는 느리지만 부분 부분은 굉장히 긴밀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거대 플랫폼을 당연히 혼자서는 못 막습니다. 그런데, 힘을 합치면 바꿀 수 있습니다. EU는 했는데 한국은 왜 못하나요? 비단 '해적판 단행본'과 같은 문제가 아니라도, 이제 산업의 규모에 올라선 웹툰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준비해놔야 합니다. 근데, 그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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