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툰 단속에는 '어렵다'더니, 정작 구글코리아에 항의방문 받은 방심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류희림 위원장이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마컴 에릭슨 부사장 등 구글 본사 임직원과 실무 협의를 가졌습니다. 이번 방문은 최근 발생한 50대 유튜버 살인 장면이 생중계되었지만 10시간이 지난 후에야 삭제된 것 때문이라고 방심위는 밝혔는데요. 문제는 류 위원장이 구글 본사에서 호통을 치며 항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구글코리아에서 류 위원장이 돌아온 뒤 곧장 방심위에 항의 방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겁니다.

먼저 방심위는 "최근 발생한 50대 유튜버 살인 생중계 콘텐츠를 계기로 한국 내 불법, 유해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구글측이 향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삭제, 차단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번 협의로 구글과의 자율규제 협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방심위에 따르면 류 위원장은 한국 내 불법, 유해 유튜브 콘텐츠 삭제, 차단조치가 신속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항의했다는 건데, 이 문제제기 과정에서 호통을 치고 책상을 내리치는 등 물의를 빚었다는 주장이 나온 겁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 지부는 "(류 위원장이) 구글 본사 회의실의 책상을 '쾅"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귀국 후 첫 출근한 월요일(20일) 간부회의에서 본인이 구글 미팅에서 일부러 인상을 팍 쓰고 언성을 높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자랑하는 무용담을 늘어놓았다는데, 왜 부끄러움은 늘 직원들의 몫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방심위 지부에서는 "오죽하면 구글코리아가 출장 이후 방심위에 항의 방문을 했겠는가"라며 "과연 구글과 방심위 자율규제 협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거라고 믿는가. 류 위원장과의 미팅을 계기로 구글 본사와 방심위 미팅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간 쌓아온 신뢰관계를 무너뜨린 '전환점'은 아닌지 불안"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물론, 구글이 불법 콘텐츠 차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은 지난 수 년간 있어왔습니다. 특히 불법웹툰의 경우 저작권자임을 인정받기까지 과정이 매우 어렵고, 지속적인 항의에도 불구하고 수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만화계 역시 우리나라 방심위에도 수차례 구글과의 협상을 통해 불법 콘텐츠, 특히 불법웹툰 등 직접적이고 빠른 피해를 끼치는 해적판 콘텐츠 단속에 나서달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이 구글 등은 해외 기업이라 직접 협상이 어렵다는 취지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렵다던 구글 본사와의 미팅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를 통해 협상할 수 있는 것들은 아주 많았을 겁니다. 국내에 끼치는 불법유통 콘텐츠의 피해를 설명하고, 검색 차단을 보다 정교하게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던가, 이번 미팅의 빌미가 된 유튜브의 악성콘텐츠 삭제를 보다 정교하게 요구할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방문 직후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 간부의 항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이 항의 방문에서 류 위원장이 사전 협의되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이후에 낸 보도자료의 내용에 대한 확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심위 보도자료에서 '구글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삭제, 차단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약속했다'는 표현이 문제가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구글 등 빅테크 기업, 그리고 한국 인터넷 사업자들의 불법 콘텐츠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도와 구글코리아의 방문까지 이어지면서 콘텐츠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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