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준지 매니악'을 한국에서만 못보는 이유

지난 1월 19일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에 공개된 <이토준지 매니악>, 해외에서 평가는 바닥을 달리고 있지만 일단 못 본다니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OTT 사업자들의 심의구조가 애매하기 때문인데, 이것도 3월부터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토준지 매니악을 왜 못 보는가?

일단 가장 먼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이토준지 매니악>의 등급심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영등위에서는 "신청 자체가 없다"고 밝혔는데요. 일단 TV 방영 애니메이션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맡게 됩니다. 그런데 이건 방송사업자여야 신청이 가능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경우 방송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영등위의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심의 비용은 2020년 기준 10분당 1만원 선으로, OTT에서 부담을 느낄만한 가격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넷플릭스가 아예 심의 신청 자체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토준지 매니악>을 볼 수 없는 겁니다.

* 영등위가 일본 애니메이션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영등위가 일본 애니메이션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정말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헛소문입니다.

영등위 관계자는 이 질문에 "저희는 그럴 권한도 이유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상영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일본 애니메이션이고, 영등위 심의를 받아 영화관에 걸려 있는데, 만약 일본 애니메이션 심의를 거부했다면 <슬램덩크>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넷플릭스는 왜 신청을 안 했을까?

이렇게 되면 남은 건 넷플릭스가 왜 신청을 안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넷플릭스는 공식 문의 창구가 없어 일단 고객센터에 전화해 문의했습니다. 넷플릭스 고객센터에선 "방영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객센터에선 계정이나 시청 문제에만 답변할 수 있으니 답변해줄 수는 없는 노릇인데, 이 창구를 제외하고 넷플릭스는 어떤 문의창구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 왜 심의를 받고 있지 않는 건지 가설을 세울 수 밖에 없는데, 넷플릭스는 아마도 4월에 시행 될 OTT 자체등급분류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소위 영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자체등급분류가 가능해지면서 영등위를 먼저 거치지 않고, 사후심의제로 변경되게 됩니다. <이토준지 매니악>은 국내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후 자율등급제 당시에 공개하는것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체부 역시 청소년 유해물이 범람하게 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TF를 구성, 하위법령 마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넷플릭스 역시 이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추정일 뿐, 이미 해외에서 평가가 바닥이 난 작품을 한국에 추가 서비스를 할지는 미지수긴 하네요.

어쨌든, 웹툰 역시 자율규제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율규제를 실천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OTT 역시 자체등급분류제를 시행하게 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생긴 문제일지, 아니면 넷플릭스가 한국을 건너뛰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을 한 것일지를 두고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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