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웹툰 플랫폼들은 오프라인 광고를 하기 시작했을까? (2) 리디, 봄툰의 경우

작년 유독 늘어난 웹툰 플랫폼들의 오프라인 마케팅. 1편에서는 네이버웹툰에 대해 다뤄봤는데요. (아직 안 읽으셨다면 클릭!) 사실 오프라인에서 눈에 띄게 마케팅을 펼친 플랫폼이 네이버웹툰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급해 볼 만한 플랫폼으로 리디와 봄툰이 있었는데요. 리디와 봄툰은 네이버웹툰과는 입장이 다를 뿐만 아니라, 둘 다 장르 특화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마케팅 방식은 정반대여서 흥미롭습니다. 리디와 봄툰은 어떤 식으로 오프라인 광고를 펼쳤는지, 각자 어떤 전략에서 비롯된 것인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팝업 전시, 해외 광고까지 1년 내내 다양한 오프라인 광고를 한 리디

사실 작년 한 해 동안 오프라인 광고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플랫폼은 네이버웹툰이 아니라 리디였습니다. 리디는 연초부터 연말까지 1년 내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을 펼쳤거든요. 먼저 ▲새해에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전광판 광고를 걸었고 ▲ 5월부터는 배우 구교환을 모델로 기용해 TV 광고,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 광고를 비롯해 버스와 지하철에 오프라인 광고를 걸었으며 ▲ 5월부터 7월까지 코엑스 별마당길에 팝업 전시를 진행했고 ▲ 연말에는 코엑스 벽면, 기둥, 천장 등에 리디의 대표작들을 홍보하는 광고가 걸렸습니다.

리디가 진행한 오프라인 광고들 (출처 : 리디 & 에디터 직접 촬영)

리디는 1년 내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이어가면서 어떤 한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그 작품은 바로 <상수리나무 아래>입니다. <상수리나무 아래>는 김수지 작가의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판타지 웹툰으로, 웹툰은 나무 작가가 각색을, P 작가가 그림을 맡았습니다. 내면에 상처를 간직한 공작 영애 ‘맥시밀리언’과 천민 출신 영웅 ‘리프탄’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 내용으로, 원래도 유명했던 원작에 수려한 작화가 더해지면서 크게 인기를 얻어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크게 히트한 명실상부 리디의 대표작품입니다.

여길 봐도 상수리, 저길 봐도 상수리. 이렇게 보면 ‘작품’을 내세우는 네이버웹툰이랑 똑같아 보이는데요. 다릅니다! 리디는 네이버웹툰과는 달리 이렇게 광고를 열심히 해도 결국은 자사 플랫폼, 즉 브랜딩 홍보가 메인입니다. 슬프게도 리디는 네이버만큼 인지도가 높진 않으니까요🥲 심지어 웹툰을 좀 본다는 사람도 리디라는 플랫폼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리디는 네이버웹툰처럼 전 연령 남녀노소가 아니라 특정 부류만 집중적으로 타깃하는 장르 특화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장단점이 분명한 성인 BL과 로판 특화

리디의 원래 이름은 ‘리디북스’였습니다. 원래는 전자책을 판매하는 이북 플랫폼이었다가 웹소설과 노블코믹스가 잘 되자 웹툰, 웹소설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개편하고 사명도 바꿨죠. 이제는 자체 제작 스튜디오를 두고 독점작도 서비스하는 어엿한 웹툰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웹툰 플랫폼으로서는 후발주자였던 리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니치마켓을 노렸기 때문입니다. 리디는 BL,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등 여성향 장르에 특화된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이들 작품은 주로 고수위 성인물이 많죠. 취향과 구매력이 확실한 성인 여성을 타깃으로, 혼자서 은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디지털 콘텐츠로 서비스하니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타깃을 집중 공략한다’는 이 전략은 양날의 검이 되었습니다. 더 성장하기 위해선 유저층을 넓힐 필요가 있는데 리디에 대한 특정 이미지가 너무 견고해져서 다른 유저층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메인화면에는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성인 BL과 로판 작품들이 걸려있는데, 30대 남성 A씨가 리디에 들어오면 이 메인화면을 보고 뒤돌아 나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19세는 15세로, BL 없이 로맨스만 내세워 대중화 꿈꾸는 리디

그래서 작년 한 해 동안 리디가 펼친 오프라인 마케팅을 보면 리디가 정말 절실하게 대중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애초에 오프라인 마케팅에 주력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습니다. 대중교통 광고는 그야말로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되는 것이니까요. 특정 타깃에게만 집중적으로 광고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게다가 <상수리나무 아래> 웹툰은 리디 기획작인데 19세 미만 구독 불가였던 원작과 달리 웹툰은 15세 이용가입니다. ‘저희 성인물만 있는 거 아니고 이런 대중적인 유명작품도 있어요!’라는 것을 어필하기에 적합한 작품이라고도, 혹은 그런 의도를 담아 기획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상수리나무 아래> 광고와 관련하여 또 재미있는 지점이 홍보 모델로 배우 구교환을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로 인지도를 높이며 <모가디슈>, <D.P>에도 출연한 배우 구교환은 ‘요즘 뜨는 배우’,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에 치우치지 않고 인지도가 있음’, ‘(실제론 40살이지만) 20~30대로 보임’ 정도로 특징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디는 재밌게도 구교환을 ‘독자’로 포지셔닝했는데요. 광고에 전 연령 전성별에 고르게 인지도가 있는 남자 배우가 리디 웹툰을 보며 점점 빠져드는 모습을 담은 것입니다. 즉, 리디는 성인 여성만 이용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이용자층을 넓히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죠. 게다가 후드티, 소파 등 일상적이고 친근한 소품 등을 통해 소위 ‘음지’, ‘마이너 문화’로 불리는 BL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이미지로 어필하려는 의도 또한 느껴집니다.

리디 유튜브 캡처. CF에 구교환은 후드티를 입고 소파에 드러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상수리나무 아래>를 보는 모습으로 나온다. 캐치프레이즈는 ‘한 번 빠지면 출구는 없어’로, 구교환이 '상수리나무'에 빠져드는 모습을 강조한다.

리디의 오프라인 광고가 ‘대중 타깃’이라는 것은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진행한 마케팅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납니다. 리디는 작년 5월부터 7월까지 코엑스 별마당길에 <상수리나무 아래> 대형 팝업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꽤 큰 규모로 예쁘게 꾸며 놓아 ‘상수리나무’ 팬이 아니더라도 코엑스에 놀러 왔다가 사진 찍고 가기에 좋게 조성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코엑스몰은 20~30대가 제일 많이 오긴 하지만 가족 단위 등 전 연령대가 많이 방문하는, 그야말로 ‘대중’이 모이는 곳입니다. 게다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죠. 뉴욕와 LA 등에 직접 광고를 걸 정도로 글로벌을 신경 쓰고 있는 리디인 만큼, 외국인 방문객도 고려하며 폭넓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소로 코엑스몰이 리디의 메인 오프라인 광고지가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코엑스몰 기둥, 천장, 바닥 곳곳에 꾸며진 <상수리나무 아래>. 기둥, 천장, 전광판, 전시장까지 가는 길에 계속 아나톨(작중 지명)까지 몇 미터 남았는지 적혀 있다! 에디터 직접 촬영.

게다가 리디는 연말에 <상수리나무 아래>를 포함해 대표작 10편가량을 선정해 코엑스 곳곳에 광고를 걸었는데요. 리디는 새해가 되면 갓 성인이 된 20살들이 성인 작품을 보기 위해 몰려와서 서버가 터지는 플랫폼인데도 리스트 중에 성인 작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BL도 없었고, 전부 로맨스 혹은 로맨스판타지 장르였습니다. 작년 온갖 매체에 BL이 뭔지 설명하는 기사를 쓰게 만든 대 히트작 <시맨틱 에러>도 리디 독점작인데 말이죠. 성인 작품, BL 장르는 빼고 어떻게든 로맨스라도 내세워서 더 넓은 이용자층을 포섭하고 싶은 리디의 간절한 염원이 느껴집니다.

코엑스몰에 걸린 리디 대표작 광고. 작품 목록을 살펴보면 리디도 네이버웹툰처럼 자회사 제작 작품이 대부분이다. 에디터 직접 촬영


BL이 어때서? 당당히 BL 내거는 봄툰

봄툰은 키다리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리디와 성향, 타깃층이 굉장히 유사합니다. 봄툰도 성인 여성이 메인 타깃층이고, 고수위 BL과 로맨스가 메인 장르죠. 앞서 리디가 성인물, 여성향 위주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좀 더 대중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히 오프라인 광고를 진행한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는데요. 봄툰은 리디와 같은 성향의 플랫폼임에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봄툰은 작년 12월, 크게 옥외광고를 걸었습니다.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강남, 성수 등 서울 요지에 전광판 광고, 버스 광고 등을 내건 것인데요. ‘오직 봄툰’이라는 슬로건으로 <물가의 밤>, <귀태>, <범을 길들이는 요령>, <허니트러블>, <페이백> 등 총 5작품을 메인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이 5 작품, 전부 BL 장르고 <범을 길들이는 요령>을 제외하면 모두 19세 미만 구독 불가 작품입니다. (<페이백>은 일부 회차만 19세)

출처 : 봄툰 트위터

사실 성인 작품을 옥외 광고로 거는 것은 꽤 큰 부담이 따르는 일입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은 옥외광고가 금지되어 있거든요. 실제로 봄툰 관계자는 심의를 준수하기 위해 광고 일부분이 초기 기획과 달라졌고 광고 속 캐릭터들의 의상 컨셉, 포즈, 대사 등 모든 부분을 세밀하게 체크했다고 전했습니다. 봄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 BL 작품들의 광고를 내건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봄툰의 방향성은 리디처럼 ‘기존 타깃과 다른 이용자층을 끌어들이자’가 아니라 ‘기존에 타깃으로 삼은 이용자층에게 더욱 어필하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대상은 20~30대 여성일 것이고요. 이 둘의 차이점은 광고 이미지만 보아도 한눈에 알 수 있는데요. 봄툰은 브랜드 컬러인 핫핑크를 바탕으로 남성 캐릭터들이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미지를 내세웠습니다. 게다가 봄툰은 자사 서비스를 아예 ‘순정, 로맨스, BL 장르가 가득한 여성 독자를 위한 프리미엄 웹툰’이라고 명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참고로 심지어 작품명, 캐릭터 이름도 없이 오로지 ‘봄툰’만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봄툰도 역시 브랜드 홍보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좌 리디 우 봄툰. 리디는 세상 건전한데 봄툰은...야악간 위험한 느낌에 치명적인 분위기다.

물론 봄툰이라고 유저층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겠지만 리디와 봄툰은 여러모로 입장이 다르기도 합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남성향 작품을 함께 서비스하는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봄툰은 모태인 봄코믹스 시절부터 ‘여성 독자들을 위한 곳’을 정체성으로 삼아온 플랫폼입니다. 그에 반해 리디는 성별과 연령을 크게 타지 않는 전자책 플랫폼이었고, 지금도 전자책을 함께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유저층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욕망이 아주 허황되진 않은 것이죠. 그 꿈이 잘 되고 있냐는 다른 문제겠지만…?

지금까지 2편에 걸쳐 웹툰 플랫폼들의 오프라인 광고의 양상과 전략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영상화 원작 위주로 작품 내세우기, 리디는 성인 · BL 대신 15세 · 로맨스 내세워 대중화 노리기, 봄툰은 성인 BL 그대로 내세워 기존 타깃층에 어필하기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웹툰이 ‘웹’ 콘텐츠인 만큼 광고도 주로 온라인에서만 이루어질 것 같은 생각과 달리, 웹툰 플랫폼도 필요하다면 오프라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게다가 광고 방식에서 드러나는 각 플랫폼의 전략과 전망의 차이점도 느껴지고요. 다만 1편에서 지적한 ‘자회사 작품 밀어주기’는 리디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이 점은 유의할 부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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