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배우들의 재분배 약속이 헐리웃 배우노조의 파업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지난 7월부터 파업에 돌입한 미국 배우노조(SAG-AFTRA)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배우노조 파업의 주요 쟁점은 1) 배우들의 최저임금 인상, 2) OTT의 스트리밍 재상영 분배금 지급, 3)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초상권 보호 등입니다. 지난 7월 14일부터 파업에 돌입해 이미 100일을 넘긴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자, 헐리웃 배우 조합에 속한 톱스타 배우들이 나섰습니다.
* 톱스타들 "우리가 더 내겠다"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메릴 스트립, 로버트 드 니로, 벤 애플렉, 재니퍼 애니스톤, 브래들리 쿠퍼, 리즈 위더스푼, 엠마 스톤, 라이언 레이놀즈 등 10여명이 노조 지도부와 회의를 열고 직접 3년간 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2천억원)규모의 회비를 기부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배우들은 현재 100만달러(약 13억 6천만원)선인 배우노조 회비 상한선을 없애고 고소득 배우들의 모금액을 늘리고, 소득이 낮은 조합원의 건강보험 가입 등 복지혜택에 쓸 수 있도록 제안했습니다. 또한 협상과 파업의 카운터파트너인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의 스트리밍 재상영 분배금 협상에서 사측의 분배금이 소득이 가장 낮은 배우부터 받을 수 있게 하는 정산방식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조지 클루니는 "많은 고소득 배우가 이런 해결책에 동참하길 원한다"며 "회비 상한선을 없애면 연간 5천만 달러, 향후 3년간 1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모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우리(고소득 배우)가 노조에 더 많은 돈을 내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재상영 분배금의 상향식 지급 구조를 제안한다"며 "콜시트(촬영장 일정표)의 맨 위에 있는 사람이 재상영 분배금을 맨 마지막에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배우들의 수익 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 "그게 어떻게 문제 해결이냐" vs "이렇게라도 해결하자"
지금까지 협상이 난항에 빠진 건, 구독자가 플랫폼에 지급하는 금액에서 구독자당 매년 57센트(약 770원)가량을 공제해 배우들에게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는 구독자마다 월 4.75센트(약 65원)가량입니다. 이 제안에 AMPTP가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겁니다.
넷플릭스를 기준으로 최저 구독모델인 광고시청 구독제는 6.99달러, 스탠다드는 15.49달러, 프리미엄이 22.99달러입니다. 이 중 4.75센트면 광고시청 구독모델에선 약 6.8%, 스탠다드에선 3%, 프리미엄에선 2% 수준입니다. 매출의 약 2~6%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보니 AMPTP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넷플릭스를 기준으로 구독자 2억명이 57센트씩을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넷플릭스에서만 약 1억 1,400만 달러(한화 약 1,531억원)가량에 달합니다. AMPTP에서는 "OTT들이 아직 투자하는 단계에서 정액제 수익배분은 지나치게 큰 부담"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소득 배우들이 돈을 더 내겠다고 얘기한 것이 이번 협상을 통해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동조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그 고소득 배우들의 수익도 AMPTP가 지급하게 될텐데,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시스템을 만드는 해결책은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재분배를 통해 해결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받아들이더라도 협상안은 협상안대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파업 장기화는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자신이 속한 업계를 위해 한 명이 아닌 많은 배우들이 기탁금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동업자 정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질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고 더 많은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에 믿음을 보여주는 것, 웹툰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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