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프로젝트 "데즈카 2023"으로 만든 "블랙잭"


지난 2020년 "데즈카 프로젝트 2020"으로 <파이돈>을 선보였던 '데즈카 프로젝트'가 2023년 버전으로 새롭게 공개되어 "주간 소년 챔피언"에 발매됐습니다.

이번 데즈카 프로젝트 2023은 <블랙잭>을 토대로 만든 <데즈카 2023 블랙잭: 기계의 심장-하트비트 마크II>입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장남이자 데즈카 프로덕션의 이사인 데즈카 마코토가 총감독을 맡았다고 하네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AI기술 기반의 의료기업에 <블랙잭>의 오리지널 등장인물인 피노코가 들어가게 되고, 해당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을 사용해 완전 기계화된 심장"을 이식받았지만 심장에 오류가 생기면서 위기에 빠지자 블랙잭에게 수술을 요청, 피노코가 블랙잭을 설득하면서 인공지능 심장을 수술한다는 내용입니다.
인공지능은 여기서 새로운 캐릭터, 플롯, 대화와 컷 분할 디자인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즈카 마코토 이사는 "완성되어 기쁘고 안심된다"며 "전형적인 <블랙 잭>다운 작품으로, 아버지(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테마를 인공지능이 만들어냈다는 점이 뜻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의료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이 AI 기반이 되었을 때, 인간 사회가 AI와 직면하면서 생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데즈카 오사무 특유의 작품이자, <블랙 잭>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데즈카 프로젝트 2023"의 핵심은 인터랙티브 프롬프트 AI(Interactive Prompt AI)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 창작자와 생성형 AI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프롬프트 인공지능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돕도록 유도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전부 '생성'한 건 아닙니다. 이야기의 뼈대는 데즈카 마코토와 영화감독인 하야시 카이조, 시나리오 작가 타치 소라미를 비롯해 데즈카 프로덕션의 이사와타리 마사토, 히다카 카이, 다나카 하지메, 시모에다 사키 등 총 5개 팀이 힘을 모았습니다. 인공지능은 하나인데, 시나리오 팀만 다섯개였던 셈입니다.
이들이 만든 플롯을 인공지능에게 질문해 에피소드당 70여개 이상의 응답을 받고 나서 최종 확정을 지은 겁니다. 이 과정에 대해 데즈카 마코토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수정을 의뢰하면 며칠이 걸릴 수도 있고, 확인에만 하루가 꼬박 지나가기도 한다."며 "인공지능과는 그런 일이 없으니 이상적으로 좋은 파트너로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야시 감독은 "인공지능에게 '블랙잭이 치료할 수 없는 것이 있을까?'라던가, '기계가 되어도 치료할 수 있는가?', '(인간이) 치료를 거부할까, 받아들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제목 역시 인공지능이 만들었다고 하야시 감독은 전하면서 "인공지능이 너무 많은 것을 만들었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지 말라"고 타박을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네요.
시나리오는 인간이 만들고 기계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만화 제작은 어땠을까요? 역시 인공지능은 아직까지 '만화'를 그리는덴 적합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캐릭터 디자인 초안을 빠르게 뽑는덴 유리하지만, 그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정하는 건 인간이었다고 하죠. 그리고 만화에서 말풍선도 AI가 초안을 짰지만 너무 설명이 길거나, 말풍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인간의 손이 대부분 들어갔다고 합니다.
또한 생성형 AI는 "흥미롭고 독특한 사건"이나 "이야기의 전체적인 골격"을 짜는데는 쓸모가 있었지만, 감정, 분위기, 장면 전환 등에는 능숙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몇 가지 아이디어가 채택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수작업으로 만화를 제작했는데, 이케하라 시게토와 다른 여러 만화가, 데즈카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았습니다.
데즈카 프로덕션은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즉석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에게 '도구'로서 아주 유용하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면서 "지난번(데즈카 프로젝트 2020)에는 80%는 버려야 하는 것들이었다면, 이번에는 만들어 낸 캐릭터의 80% 정도는 쓸만한 것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만큼 빠르게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겠네요.
끝으로 데즈카 마코토는 "인공지능이 기초를 제공해 5월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반년만에 신작이 나왔다"면서 "시나리오에만 다섯개 팀, 제작에도 여려개 팀이 모여 반년이 걸렸는데, 데즈카 오사무는 단 일주일만에 이 작업을 끊임없이 해냈다. 아버지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에 대한 존경심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사실 데즈카 마코토의 마지막 말이 핵심입니다. 아직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업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인간의 작업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돕는 도구의 측면에서 인공지능에 접근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겠죠?​


연관 기사
추천 기사
인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