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사운드 박형원 대표 인터뷰] "웹툰 독자의 지평 넓히는 음악 만들고 싶어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나오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추억의 만화 주제가'. <아기공룡 둘리>부터 <지구용사 선가드>를 지나 <카드캡터 체리>, <웨딩피치>, <원피스>, <강철의 연금술사> 주제가까지. 애니메이션 주제가는 우리에게 좋은 추억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웹툰에는 왜 이런 노래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궁금해 한 적 있으신가요? 웹툰 OST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고, 개척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소이미디어와 함께 '소이사운드'를 시작한 '라이언' 박형원 대표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는지, 지금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Q.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소이미디어와 함께 ‘소이사운드’를 만들어가게 된 소이사운드 대표 ‘라이언’ 박형원입니다. 게임 OST, 애니메이션, 인디씬 등에서 활동하면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소이사운드의 박형원 대표

Q. 원래 스튜디오 운영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소개도 좀 부탁드릴게요.

- 스튜디오는 현재 소위 ‘망리단길’로 유명한 망원동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형 스튜디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밴드 출신이다 보니 악기 녹음까지 모두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이사운드의 음악이 탄생하는 스튜디오의 일부

동시에 제가 활동하면서 엔지니어로만 남고 싶지는 않아서 레코딩보다 제작에 조금 더 집중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이런 공간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Q. 음악을 하시는 분과 웹툰 제작사와의 만남은 대단히 의외입니다. 소이미디어와 함께하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 소이미디어에서 먼저 레이블을 만들어보자고 연락을 주신게 저에겐 굉장히 기쁜 일이었어요. 허세현 대표님께서 웹툰과 관련한 콘텐츠의 방향성에 대해서 몇 가지 큰 그림을 먼저 보여주셨고,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개척된 길은 아니지만 한번 함께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콘텐츠 쪽에서, 특히 웹툰 콘텐츠 쪽에서 한번 해 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분야기도 하거든요. 소이미디어와 같이 일을 하다 보니까 단순히 웹툰뿐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의견을 조율해 가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기대되고, 앞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파트너라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Q. 2013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음악" 분야에서 활동이 돋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그 전부터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쌓여서 결과물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저의 포트폴리오도 쌓이고 하다 보니까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결과물이 나온거죠. 그 전까지는 애니송을 하고 싶어도 할 곳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2015년부턴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어요.

더군다나 2015년에는 애니메이션에 ‘대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고, 명곡이라고 할 만한 애니메이션도 많이 나오다 보니까 저변이 넓어졌고, 행사들도 많이 기획이 되었고요. 그 때 마침 제가 많이 투입되게 된거죠. 한 우물만 파기로 선택한 게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최근 개봉해 20만 관객을 돌파한 <안녕 티라노>의 음악감독은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다.

저변이 넓어진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코요테 분들이 20주년 앨범을 내시면서 <원피스>의 OST를 넣으셨더라고요. <아기공룡 둘리>, <들장미소녀 캔디>같은 예전 ‘만화 주제가’를 부르는게 아니라 이제는 최근에 인기를 얻는 애니메이션 삽입곡들이 공연에도 많이 오르고 있어요. 그런 변화들이 시작에 2015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원래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셨나요?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 음악'이 가진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음, 애니송을 공연장에서 한번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바로 이해하실 거예요. 공연장 사운드로 들으면 누가 노래를 부르건 상관없어요. 본인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그 당시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예전 애니메이션 음악 같은 경우 로봇이나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지구용사 선가드>처럼요. 공연장에서 그 노래를 들으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어요.

그런 것들이 저에겐 굉장히 매력적이예요. 저도 팝, 가요들을 연주하곤 하지만 애니송을 제작하거나 연주를 하면 기분이 달라요. 제가 가장 뜨겁게 사랑하는 무언가를 추억하는 게 아니라, 그 때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만들어 주는게 애니송, 애니메이션 음악이 가진 매력 같아요.

Q. 2017년에는 카게야마 히로노부 선생의 내한 공연 세션팀 마스터를 맡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분이 "애니송의 왕자"라고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어떤 공연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먼저 카게야마 히로노부 선생님은 원래 락 밴드를 하셨어요. 애니메이션 음악에 락을 접목시켜서 지금의 ‘애니송’이라는 분야를 확립시킨 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 저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분야의 ‘창시자’랄까. 그런 분입니다. <드래곤볼 Z>의 “Cha-La Head-Cha-La”라는 노래를 부르셨고요, 마찬가지로 <드래곤볼 Z> 2기의 오프닝/ 엔딩곡도 이분 노래예요. “잼 프로젝트”라는 팀에서 리더로 활동중이시고, 최근에는 <원펀맨>의 “The Hero”라는 노래를 가장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Cha-La Head-Cha-La"의 한국어 제목은 "신나 신나게"다. 한번 들으면 빠져나올 수 없음.

그런 분과 같이 공연을 하게 된게 저에겐 굉장히 영광이었죠. 마침 에이사운드에서 주최하는 애니사운드 페스티벌에 카게야마 히로노부 선생님을 섭외할 수 있게 되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에이사운드에서 세션팀 마스터를 맡아 달라는 의뢰가 와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공연은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어요. 카게야마 히로노부 선생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음악’이라는 키워드로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이 공연을 하는게 저에겐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고, 그러다 보니까 카게야마 히로노부 선생님을 인간적으로도 존경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카게야마 선생님의 가족 모두가 한류와 한국 문화의 굉장한 팬이어서, 따님인 카게야마 리사씨는 성우로 활동하면서 한국어 자격증도 가지고 계시고, 둘째 따님도 한국 문화원에서 주최한 한국 아이돌 노래대회에도 나가시고, 아내분 역시 한국 아이돌 팬이셔서 저보다 훨씬 노래를 잘 아시더라고요. 카게야마 히로노부 선생님은 말씀하실 때 한국어가 막 나오기도 하셨어요(웃음)

Q. 지금까지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OST나 ‘애니송’은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웹툰에서의 음악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 OST는 굉장히 힘차고, 밝은 이미지가 있어요. 하지만 웹툰의 OST나 웹툰의 미디어믹스 된 작품의 OST는 생각보다 밝지 않고, 특히 웹툰에 직접 삽입되는 OST는 가사가 있는 경우도 많이 없어요. 그렇다 보니 소이사운드에서 이런 오리지널 웹툰 OST를 좀 만들어보고 싶어요.

저도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웹툰을 많이 보는데, 웹툰에 음악을 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안될 것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최근에 좀 했죠.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특히 애니메이션 음악 같은 경우는 아동용에 쏠림 현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웹툰에서 독자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OST를 한번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웹툰의 팬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음악적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고 있어요.

그래서 당장 수익을 낸다기 보다 독자분들께 드릴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고, 작가분들이 만드는 작품의 가치와 생명력을 늘리는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어보자는 데 뜻을 모았고요. 그 중에서도 음악이 소이미디어가 할 수 있는, 웹툰을 즐기는 분들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Q. 웹툰에서 음악 작업을 하신다면 어떤 작업들이 나오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음악, 동인 음악 시장에 몸 담고 있으면서 든 생각은 ‘오리지널보다 커버 위주’라는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커버를 위한 콘텐츠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면 굳어지게 되고, 신선한 생각들이 나오기 힘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오리지널을 만들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웹툰을 기반으로 하는 소이미디어와 함께 하게 된 거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우리만의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한국인들이 만들고 한국인들이 즐기는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컴필레이션 앨범, 연주 세션 활동과 더불어 프로듀싱까지 맡아서 하고 계십니다. 음악 안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시나요?

- 연주를 하는 동안에는 저만 잘하면 되는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프로듀싱까지 맡으면서는 참여하는 모든 분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역량을 끌어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도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제가 배우는 점이 훨씬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연주를 통해서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분과 일을 하다보면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차원으로 음악이 발전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프로젝트가 하나 끝나면 굉장히 힘들죠. 그런데 저 자신이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고, 함께 했던 분들도 많은 시너지가 있어서 다음 프로젝트 때 만나면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실 때 뿌듯하죠. 그래서 작업에 들어갈 때 ‘이번 프로젝트는 또 어떻게 나를 고취시킬까’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죠.


Q. 뿐만 아니라 드라마 OST, 성우 프로젝트, 게임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하셨고, 다양한 활동분야를 보여주신 만큼 기다리는 입장에서 기대가 됩니다. 소이미디어에서 선보일 첫번째 프로젝트는 어떤게 될까요?

- 옥한돌 작가님의 <포갓레인저>라는 작품의 음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유튜버로도 활동중이신 왕보라 작가님이 함께 노래를 불러주실 예정이고요. 시원한 락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여드릴 것 같습니다. 왕보라 작가님이 시원시원한 보컬을 가지고 있으시기 때문에, 속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객원 보컬분들과 포갓레인저 OST를 추가로 작업하여 유투브 채널들을 통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기본기가 확실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소이미디어와 함께 하는 활동 이외에 창작자로서 활동하시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제가 세션 마스터로 여기저기 활동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개인 밴드 활동도 하고 있고요. 그렇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선 소이사운드로 여러분과 만나게 될 거고요. 지금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는 앞으로 제가 만든 오리지널 곡들을 모아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음악쪽에서 유명한 아티스트 분들이 개인이 만든 음악을 모아서 공연을 하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걸 보면 “와 멋지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보고 계실 팬 분들과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웹툰 독자분들에게도 아직은 생소한 ‘웹툰 OST’라는 분야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시도해 보는 분야고, 또 이 길을 가 본 분들도 거의 없어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음악적으로는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 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웹툰인사이트를 보고 계신 독자 여러분께 좋은 음악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호랑 작가의 <구름의 노래>처럼 음악과 웹툰을 더해보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상의 효과를 배가하는 정도의 BGM을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소이사운드가 추구하는 '웹툰 OST'가 어떤 방향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게 될지, 그래서 더 기대됩니다. 곧 만나게 될 <포갓레인저>의 OST가 그 시작이 되겠네요. 향후 활동을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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