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의 다니엘 에크는 왜 “더 열심히 음악을 만들라”고 했을까?

미국에서 음악 플랫폼을 평정한 ‘스포티파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31%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유료 구독자 1억 3천 8백만명, 월간 사용자만 3억명에 육박하는 서비스다. 스포티파이는 아티스트 등록을 하면 자신의 음악을 공유할 수 있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다. 개인 창작자와 거대 유통사의 창작자들이 비슷한 판 안에서 경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CEO 다니엘 에크(Daniel Ek)의 재산만 45억달러, 한화 약 5조 3천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미국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바로 말 때문이다.

다니엘 에크는 최근 ‘뮤직 얼라이’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사업과 아티스트의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시장에는 말 그대로 수백만의 아티스트가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예술가들은 대부분 불행하다고 알려져 있죠. (스포티파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중에 한명이라도 ‘나는 스트리밍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만족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명백하게 더 많은 예술가들이 스트리밍 수입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에크는 그러면서 “이전에는 3-4년에 한번 앨범을 내서 충분한 수익을 올리던 아티스트들이 있었죠. 그리고 여전히 그게 충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예술가들은 계속해서 팬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하고, 그걸 통해 앨범에 스토리텔링을 더해야 합니다. 그리고 앨범을 통해 팬들과 대화해야 하죠.”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플랫폼의 수수료나 정책을 탓하기보다 꾸준히 활동하고 더 열심히 창작활동에 매진하라는 뜻이다.

당연히 각계에서 논쟁이 일어났다. “예술이 자판기인줄 아느냐”는 반응과 “시대가 바뀌었다”는 논평까지 다양한 말들이 오갔다. 거대 플랫폼을 운영하는 다니엘 에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창작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지 알아보자.

* 플랫폼은 ‘독점’을 원한다

플랫폼은 말 그대로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뜻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판을 까는 곳이다. 그렇게 판을 깔고 사람을 모으는 단계를 거쳐 유통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일종의 ‘자릿세’를 받는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플랫폼이 수익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을 잡아두기 위한 플랫폼들의 노력은 말 그대로 최첨단이다. 사용자 경험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개별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당신이 지금 찾는 바로 그 콘텐츠’를 눈앞에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승자독식이 기본인 플랫폼 전쟁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싼 가격’이다. 보다 싸게, 보다 많이 팔아야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이다. 접근성을 위해 가격 경쟁력을 극단까지 끌어올려 사람을 모으고, 초반의 출혈을 버티면서 사람들이 서비스에 안착하는 것이 목적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들이 1달 무료 정책을 쓰는 것도, 구독모델이 대세가 된 것도 같은 이유다.

* 플랫폼의 최우선 과제, 안정적 IP 수급: 넷플릭스와 유튜브

독점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에겐 최우선 해결과제가 있다. 바로 안정적인 콘텐츠 확보다. 아무리 가격 정책이 좋고, 아무리 사용자 경험이 편리하더라도 소비할 콘텐츠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플랫폼들은 안정적으로 IP를 수급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돈을 소비한다. 대표적인 것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2019년 한해동안 비디오 콘텐츠를 모으기 위해 18조원 가까이를 썼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 규모인 14조 7천억원보다 3조원이 많고, 만화 산업규모 추산액 1조 2천억원의 열 다섯배가 넘는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서비스에 선별된 콘텐츠를 선보이고, 독점 콘텐츠인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규모를 늘린 플랫폼은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기본적으로 독점 유통을 원한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즉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늘리는 한편, 지브리의 (거의) 전 세계 스트리밍 유통권을 확보하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에 작품을 공급하는 제작업체들 사이에선 양분된 반응이 나온다. 넷플릭스에 제공할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들은 사실상 매절에 가까운 계약을 할 수밖에 없고, 소위 ‘대박’이 터지더라도 추가 인센티브가 없다. 물론 애초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수면위로 떠오르진 않지만, 헐리웃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넷플릭스가 수익쉐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폐쇄적으로 선별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가 피할 수 없는 비판이다.

반면 아예 오픈마켓으로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또다른 플랫폼이 있다.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는 모두가 자유롭게 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판을 깔고, 광고와 구독모델 모두를 활용해 유저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OTT 서비스에는 디즈니의 ‘훌루(HULU)’가 이 모델을 따르지만, 훌루는 넷플릭스처럼 폐쇄적으로 선별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이 다르다.

* 스포티파이의 혼란

결국 콘텐츠는 무한 경쟁 체제를 구축해 그 안에서 승자가 더 많은 조회수, 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는 방법으로 성장한다. 소위 ‘하꼬 채널’ 시절부터 ‘머기업’ 유튜브가 되기까지 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넷플릭스는 개인 창작자의 진입이 아예 불가능하고,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은 성장하면 할수록 출연자, 편집자, 기획자, 매니저 등이 모인 기업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개인 창작자도, 기업 창작자가 섞여서 경쟁하는 판인데다 전통 시장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과도기의 혼란을 겪고 있다.

에크를 통해 드러난 스포티파이가 겪고 있는 혼란은 안정적 콘텐츠 수급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수익쉐어를 해야 하지만 1회 제공당 객단가가 너무 낮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대략 한 곡당 10원 내외의 단가, 창작자 분배비율은 대략 6~8원 정도로 추산된다. 결국 상위를 차지해 쏠림이 심해지지 않으면, 또는 에크의 말 대로 시장 바깥에서 창작자가 열심히 영업활동을 하지 않으면 잊혀지고 사라지는 구조가 굳어지게 된다.

다니엘 에크의 “더 열심히, 더 많이 음악을 만들라”는 말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창작물을 상품으로 보고 유통되어 사라지는 소비재로만 본다는 점이 갈등의 원인이다. 에크는 산업의 관점에서 음악을 들여다봤다. 산업의 관점에서만 보면 ‘경쟁에서 패배한’ 창작자들을 왜 기업이 먹여 살려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여기서 다시 플랫폼의 태생으로 돌아간다. 플랫폼이 독점을 꿈꾸면서 시장을 점유해버렸기 때문에, 창작자들은 갈 곳을 잃는다. 다른 시장이 모두 흡수된 상태에서 갈 곳을 잃은 창작자들은 경쟁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다. 맞다. 이제 웹툰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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