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차, 9일차 태국-대만 카카오웹툰을 비교해 봤다

한번 더 미래로(?)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카카오웹툰의 태국편에 이어 대만편입니다. 그런데 그냥 들여다보면 재미 없으니까, 태국이랑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기본적인 웹이나 앱 사용성은 먼저 미래시를 사용했던 이 기사를 보시면 됩니다. 그럼 뭘 할거냐? 태국의 TOP 10과 대만의 TOP 10을 비교해볼 겁니다. 6월 7일에 태국, 6월 9일에 대만에서 출시했으니 일주일 넘게 지났고, 그러니 비슷한 작품을 같은 UX로 런칭했을 때 국가별 비교로 볼 수 있겠네요.

* 태국은 남성향, 대만은 여성향 강세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태국은 남성향이 강세, 대만은 여성향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TOP 5부터 살펴보죠. 왼쪽은 태국, 오른쪽은 대만입니다. 주간 순위에서 2021년 6월 18일 기준 1위는 태국에선 <나 혼자만 레벨업>이고, 대만에선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입니다. 2위는 태국에선 <녹음의 관>, 대만에선 <나 혼자만 레벨업>이네요. 3위는 태국 <샬롯에게는 다섯명의 제자가 있다>, 대만은 <남주가 미모를 숨김>, 4위는 <백작가의 망나니가 되었다>, <이건 명백한 사기결혼이다>, 5위는 각각 <템빨>과 <사내맞선>입니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남성향'으로 분류되는 작품이 태국에는 2작품, 대만에는 1작품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30위까지 '남성향' 또는 '소년만화'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보면 태국에선 9작품, 대만에선 <나 혼자만 레벨업>이 유일합니다. 이건 <나 혼자만 레벨업>이 장르 선호를 무시할만큼 엄청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겠죠?

6~10위까지만 살펴보면 태국은 6위 <4천년만에 귀환한 대마도사>, 7워 <도굴왕>, 8위 <그 악녀를 조심하세요>, 9위 <두 번 사는 랭커>, 10위 <빈껍데기 공작부인>을, 대만은 6위 <빈껍데기 공작부인>, 7위 <괴물 공작가의 계약 공녀>, 8위 <나는 이 집 아이>, 9위 <취향저격 그녀>, 10위 <악녀의 남주님>입니다. 앞서 말했던 것 처럼, <4천년만에 귀환한 대마도사>, <도굴왕>, <두 번 사는 랭커> 같이 태국에서 순위권에 든 작품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템빨>은 대만에서 35위, <도굴왕>은 4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만에서는 <달빛조각사>가 11위, <귀환자의 마법은 특별해야 합니다>가 19위, <마검왕> 21위, <골렘 잡고 흙수저 탈출>이 23위, <슬레이브 B>가 30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로맨스 판타지가 강세지만, 같은 플랫폼 안에서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유를 생각 해 보면, 일본의 영향을 받아 망가가 인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 일본에서도 웹툰이 그동안 서점에서 만화책을 골라 계산대로 가기까지의 장벽을 허물고 2030 여성 독자를 발견해냈던 것 처럼, 대만에서도 그동안 남성향-소년만화 중심의 웹툰에서 여성 독자들을 새롭게 발굴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마케팅의 세계는 넓고 오묘하군요.

* 로컬라이징은 디테일에서 빛을 발한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로컬라이징, 즉 현지화의 디테일입니다. 첫날 태국 웹과 앱이 런칭했을 때, 태국에선 <나 혼자만 레벨업>을 소개하면서 '한국 히트작'이라는 문구를 삽입했습니다. 18일 현재는 다른 문구로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설적인 웹툰'이나 '웅장한 스토리', '헌터물의 제왕' 과 같은 문구들입니다.

반면 대만에선 '한국에서 히트'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카카오페이지 1위 작품', '일본 픽코마 1위 작품' 같은 문구는 눈에 띕니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단어 자체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만과 한국이 미묘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유저를 연구해야 나올 수 있는 디테일입니다.

또 'Solo Leveling'과 '我獨自升級'으로 제목도 따로 번역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사실 제목 번역은 정말 국가별 정서나 상황에 맞추어 많이 변화하는 지점 중 하나죠. 북미지역에서 <사내 맞선>의 제목이 직역한 <The Office Blind Date>가 아니라 <A Business Proposal>로 중의적인 느낌이 들게 번역하는 등 뉘앙스를 살리는 재치있는 번역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이 '로컬라이징'을 살리는 묘미죠.

이번에는 미래시라기보단 현재 시점에서 태국과 대만의 카카오웹툰을 비교해 봤습니다. 생각보다 태국과 대만의 시장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 카카오가 해외 진출을 위해 시장분석을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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