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도움 받은 번역가, 웹툰 번역 부문 신인상 탔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하는 한국문학번역상의 웹툰 부문에 신인상을 받은 번역가가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해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여러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일본에 거주중인 마쓰스에 유키코씨는 구아진 작가의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네이버의 AI 번역 서비스 '파파고'를 활용했습니다.

웹툰 부문의 경우 과제 작품이 정해져 있고, 이 중에 선택해 해당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마쓰스에씨는 이미 1년간 한국어를 배웠고, 응모 당시에도 한국어 수업을 수강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번역상 응모 계기 역시 "웹툰은 충분히 번역이 가능할 것 같다며 한국어 선생님이 권유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인공지능의 도움 받은 번역, 인간이 마무리했다면?

다른 번역과 달리 웹툰/만화 번역과 영상 번역은 큰 제약이 따릅니다. 만화와 웹툰의 경우 말풍선이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기계번역을 무작정 수용하기 어렵고, 특히 효과음, 등장인물의 어투에 따른 미묘한 뉘앙스 차이 등을 최종적으로 인간이 검수해야 합니다. 영상 번역의 경우에도 공간적 한계 때문에 글자 수 등에 제한이 있고, 영상은 계속 흘러가므로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마쓰스에씨의 경우에도 "작품이 무속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생소한 용어와 개념이 많아 논문 자료 등을 후속 조사하며 용어와 맥락을 파악했다"며 "이후 작품 흐름에 맞춰 세부 수정을 더해 번역을 완료했다. AI 초벌 번역이라는 인식은 해본 적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에게 초벌번역을 맡기고 인간이 수정한' 경우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일종의 사전이나 검색도구로 활용해 번역을 한 경우에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 것이라는 일부 시각과 달리, 이번 사례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해 번역한 사례입니다. 번역에서 인간이 웹툰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수반되고, 원어에 맞는 번역어를 선택하고 뉘앙스를 다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단순히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말풍선에 맞게 수정하고 다듬는 과정 역시 웹툰 번역에서는 필수적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정은 필요

​한국문학번역원 역시 이번 사례가 AI를 이용하는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신인상 공모제도 개선과 함께 AI와의 협업 범위에 대해 정책적인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번역 신인상의 경우 신진 번역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에 맞게 'AI 등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력의 번역'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수상작은 관련한 확인 절차를 밟는 방향으로 보완할 계획입니다.

공모전의 성격상 '인간의 능력'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번역원은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조력하는 도구로써 기능한다면 이런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웹툰 역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번역상에서 인공지능이 사용된 사례가 웹툰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단어를 검색해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지 아직까지 웹툰의 맥락을 이해하고 번역의 묘미를 살리는 능력은 없기 때문에, 결국 번역가 본인이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번역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단순 일러스트가 아닌 웹툰 역시 칸과 칸 사이 간극을 활용해 만들어지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웹툰 분야에선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에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연관 기사
추천 기사
인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