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왜 SM 인수전에 뛰어들었나

SM엔터 인수전에 카카오가 끼어들면서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가 싶더니, 이제 하이브가 나서 혼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먼저 SM엔터는 이수만 창업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와 이사진, 그리고 이수만 창업자 세력이 맞붙는 양상입니다.

* 이 모든 것의 중심,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

지금 이 상황이 오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주주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되는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있습니다. 얼라인은 지배구조의 문제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저평가된 국내 상장주식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얼라인은 SM의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SM에 직함을 따로 두지 않고 있는 이수만씨가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의 매출 6% 가량을 수수료로 받아가고 있다는 점을 문제제기한 곳입니다. 이렇게 '프로듀싱 용역'으로 연간 영업이익의 약 46%정도가 지불되어 SM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 되어있다고 판단한 얼라인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섭니다.

얼라인은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치며 SM엔터를 전방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라이크기획과의 용역계약 종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가 하면, 이렇게 압박해 얼라인이 추천한 감사 후보가 감사로 임명되는 등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수만씨의 처조카인 이성수 공동대표마저 등을 돌리면서, 이수만씨가 고립되게 된 겁니다.

* 카카오 끌어들인 주주진, 하이브 합세한 이수만

이 과정에서 이른바 '반 이수만 연합'은 카카오와 함께 하기로 결정합니다. 카카오 입장에선 SM이 보유한 IP와 해외 파급력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고, SM 입장에선 기술력과 실행력이 마음에 들었겠죠. 어쨌든 그렇게 신주발행을 통해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만들었습니다. 카카오는 10일 컨퍼런스콜에서 "SM의 IP를 적극 활용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건 일종의 선언입니다. 4대 엔터가 모두 뮤지션 출신 창업자 아래 있는 지금 상황에서, 산업의 요구를 들으라는 선언과 같은 말입니다. 뮤지션이 직접 기획하고, 엔터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과 이제 그 시대가 끝났으니 산업의 논리를 따르라는 주주들의 선언. 이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겠죠.

이 과정에서 방시혁이 이끄는 하이브가 이수만의 손을 잡은 건 그냥 이해관계가 맞아서만은 아닐 겁니다. 하이브는 SM을 인수할 명분도 있고, 실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SM 인수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할 수 있고, 그걸 통한 이득도 충분히 가질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아티스트 본위의 엔터산업'이라는 이수만과 방시혁이 가지고 있을 공동의 명분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그 '리스크' 자체가 이수만씨가 가지고 있는 기업의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쏘아올린 이 공은 과연 어떤 효과를 내게 될까요? 웹툰계에도 꽤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카카오가 SM의 IP를 웹툰, 웹소설 등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한 만큼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하이브 역시 물러설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이수만씨의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매수한데 이어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같은 가격에 25%가량 추가매수하겠다고 밝혔거든요.

일단 웹툰계의 입장에서 엔터사는 거리가 멀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확장이란 측면에서 보면 카카오와 하이브 모두 웹툰을 통한 IP확장을 실행하고 있는 기업들이죠. 그래서 웹툰계의 입장에서 상황은 꽤 단순합니다. 두 기업 모두 IP확장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면, 리스크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폭넓은 투자를 할 수 있으면 좋죠 이 문제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는, 한치 앞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싸움'이 팬들과 아티스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겠네요.

연관 기사
추천 기사
인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