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창작환경 개선’ 정책간담회, 15일 국회서 열려

15일 ‘웹툰작가 창작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개최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발표된 웹툰 작가의 불공정 계약과 건강권에 대한 연구 보고서들을 바탕으로 웹툰 작가의 창작 환경을 점검하고 현실을 반영한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범유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생들로 구성된 프로보노(변호사의 공익활동팀)에서 웹툰작가의 계약서 20여개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웹툰업계에서 만연한 불공정 계약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웹툰 연재 계약에 집중해서 어떤 방식으로 불공정계약이 체결되고 있고, 불공정 계약 유형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짚었습니다. 계약 대상을 모호하게 규정하는 점, 사측과 작가를 공동저작자로 규정하는 점, 합의와 협의를 회사에 유리하게 사용하는 점 등이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 유형으로 꼽혔습니다.

이어 민지희 한양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임의는 책임을 맡아 연구한 ‘웹툰작가의 정신건강 및 신체건강과 불안정 노동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웹툰작가들은 대체로 휴재, 연재 주기, 컷수 등을 본인이 스스로 정할 수 없어 스스로 노동에 대한 재량권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근무시간이 과도해 항상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쳐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로 인해 근골격계 통증, 안구건조증 등 육체적 질환과 우울증,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적 질환을 많이 앓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 전문의는 플랫폼의 책임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김현희 한국여성만화가협회 이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최근 초안을 내놓은 웹툰표준계약서 개정안이 창작자를 존중하지 않고 불공정한 내용이 담겼다며 비판했습니다. 사업 종료 고작 한 달 전에 공유해준 초안에는 작년 한 해 웹툰상생협의체에서 논의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판관비(판매관리비) 등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기타 수수료를 창작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간 것, 2차적 저작물 작성권으로 MG를 차감할 수 있도록 묶어놓은 것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신일숙 만화가협회 회장은 “웹툰 작가의 건강권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표준계약서는 말그대로 ‘표준’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계약서인데 문체부에서 일방적으로 초안을 내놓은 것은 잘못이라며 표준계약서를 제대로 고쳐야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세무 문제를 언급하면서 신생사업인 웹툰에 적합한 제도를 마련할 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패널로 참석한 <중증외상센터 : 골든아워>의 홍비치라 작가는 민 전문의가 발표한 건강권 연구 내용에 동감하며 실제 웹툰 작가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주7일 17시간씩, 마감일에는 22시간을 작업해 연재가 끝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홍비치라 작가는 “휴재를 하고 싶어도 휴재를 하면 수익이 눈에 띄게 줄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3년 연재 계약을 하면 가족들에게 ‘3년 뒤에 봐요’라고 해야 한다”며 “최소한 명절에는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홍비치라 작가는 “작가들이 소모성으로 희생되지 않고 건강하고 즐겁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며 발언을 마쳤습니다.

이번 간담회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서울대공익법률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만화계가 아닌 다른 업계에서 연구한 자료들이었습니다. 이에 박광철 작가는 “만화계에서 실태 조사 등 관련 연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만화계에서도 그간 불공정계약 실태 등 연구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지속되지 못한 한계가 큽니다. 창작자, 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모두 종합해 실질적이고 유효성 있는 연구가 당사자인 만화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예산 지원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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