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 'AIxData Privacy' 국제 컨퍼런스 개최

인공지능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된 가운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AIxData Privacy'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와 인공지능 기술이 양립할 수 있도록 국제 대화의 물꼬를 튼 컨퍼런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가가 주민등록번호와 지문 정보, 사진을 등록해 관리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뜨겁고 첨예한 주제입니다. 실제로 지난 14일 통과된 EU 의회의 AI법(AI ACT)의 초안 중 절반 이상은 안면인식, 감정 파악, 사회 점수(소셜 스코어링)등 개인정보와 관련된 주제입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조지타운 대학교 아누팜 챈더 교수가 발제를 맡고, 삼성전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산업계와 최경진 가천대 교수, 미래 개인정보 포럼의 가브리엘 잔피르-포르투나 부사장, 이탈리아 데이터 정보보호기구 알레산드라 피에루치 등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챈더 교수는 "국가와 민간, 기업과 이용자 등 모두가 인공지능을 보고 있는 시각이 다를 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사용되는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규제는 파편화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인식의 차이를 포괄할 수 있는 절차상의 통일성을 갖춘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말하자면 개인정보 분야에서 보는 인공지능과 저작권 분야에서 보는 인공지능, 산업 자동화 측면에서 보는 인공지능과 노동의 관점에서 보는 인공지능이 모두 다른 체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각각 개별의 규제책을 만든다면 파편화되어 쪼개진 채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고, 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파악됩니다.

챈더 교수는 "스웨덴의 볼보사(社)가 3점 안전벨트를 만들고,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특허를 무료로 개방한 것과 같은 혁신적인 시도가 산업계에는 필요하고, 국가 등 공공기관에서는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말하자면 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어지는 토론에선 삼성전자 김현종 상무는 "데이터 규제는 최소 정보의 사용 등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데, 인공지능은 대량의 최신 데이터를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며 "이 지점에서 갈등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일방적인 삭제권을 가지기보다 원칙을 지키면서 활용할 수 있는 익명처리 의무조항 등의 정책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리스크 제로를 목표로 가기보단, 리스크를 기반으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최근 PET(Privacy Enhancing Technology) 심포지엄에선 원천 정보를 알 수 없도록 합성한 정보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공공분야 데이터에서는 현재 한국이 OECD 선두 국가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메타의 에블린 밀러 부사장은 "인공지능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해와 공유의 원칙으로 파편화된 규제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살펴야 하고, 결국 기술보다 결과물의 문제를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구글의 안젤라 쉬 개인정보 법률책임자는 "담대해지기 위해서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토론을 시작한 뒤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탄탄한 기반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공지능 기획부터 개발, 사용에 있어서 감시-감독할 수 있는 인간의 역할, 초대형 초거대 데이터를 다루는 새로운 위험과 위협을 통제할 수 있는 책임, 그리고 이용자에게 본인의 경험을 통제할 수 있는 결정권이라는 세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가지게 될 인공지능에 있어 규제는 아주 중요한 한 분야"라며 "어설픈 규제책보다는 제대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정상 참여하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MS) AGC(Assistant General Counsel)의 크리스토퍼 호프 대신 참석한 MS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처음부터 책임있는 설계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MS는 이것을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개발하고 인공지능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배우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 많은 테스트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AI 관련한 표준은 진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테스트와 피드백 과정에는 유저 피드백은 물론 법안, 규제 등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순간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이미 직면했는지도 모르죠. 그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개인정보와 관련한 사례를 살펴보면서, 다음 타깃이 될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준비해야겠습니다. 법은 그리 빠르진 않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만큼 우리도 다양한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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