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계, 저작권법 개정으로 ‘공정한 보상’ 요구하다… 웹툰계 시사점은
[특별기고] 문화예술노동연대x웹툰작가노동조합, 대선후보의 문화예술정책 알아보기
대한민국 20대 대선! 후보들의 웹툰 관련 정책을 살펴보자!
웹툰작가노동조합 운영위원회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선거기간이 다가오면 익숙한 풍경이 있다. 바로 각 후보 측에서 경쟁적으로 지지선언을 요청하고, 그에 응하여 예술인들이 화사한 얼굴로 플랭카드를 들고 후보와 사진을 찍는 광경이다. 대선후보들은 특히 문화예술계와 청년들의 지지를 탐낸다. 스트릿댄스처럼 청년 문화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웹툰도 그 대상 중 하나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도, 웹툰계의 여러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후보들의 접촉이 있었음을 SNS에 공개하며 때론 한탄하고, 때론 과감히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우리 웹툰노조에도 지지선언을 담보로 한 간담회 제의나 정책제안 요청이 여러 갈래로 들어왔다. 허나 운영위원회는 고민이 깊었다. 과연 지금까지 지지선언을 통하여 우리 만화·웹툰인들에게 실질적인 정책적 보상이 돌아온 적이 있었는가? 게다가 이렇게 박빙인 상황에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 해서 웹툰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박빙이라 불리는, 그러나 정책 대결은 가장 저조하다는 20대 대선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강력히 ‘정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자세일 것이다.
이에, 웹툰노조는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 웹툰계 현안에 관하여 ‘문화예술노동연대’와 ‘플랫폼노동 희망찾기’라는 두 갈래의 연대체를 통해 정책 질의서를 던졌고, 그 답을 받았다. 특히, ‘문화예술노동연대’는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와 더민주 이재명 후보 양측 모두와 정책 간담회를 가졌으며, 유력한 대권 주자인 두 후보 모두의 답변을 받아내었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 ‘문화예술노동연대’의 질의와 답변을 통해, 과연 웹툰과 관련된 정책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찬찬히 톺아보기로 한다.
◎‘문화예술노동연대’의 질의에 대한 각 후보 답변 요약 정리
우선,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의 질문은 웹툰작가, 웹툰 보조작가와 같은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취급을 받으며 ‘플랫폼과 대등한 위치에서 계약하는’ ‘자유로운 작가’라는 허상 속에 신음하는 웹툰창작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이에 대해 모든 후보는 찬성을 표하였으나, 이재명 후보 외 모든 후보가 기본적으로 노동법 자체의 재정비를 말하는 반면, 윤석열 후보는 노동법 개정 이전에도 예술인권리보장법을 통하여 보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근본적인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에서는 한걸음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실효성 있는 표준계약서의 개발과 사용 의무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과 예술인 임금 보장제도를 도입하여 받을 돈을 못 받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에는 모든 후보가 한 뜻을 보이고 있으니, 차기 정권이 누가 되었든 그 구체적 실현을 기대해 본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사회적 안전망’에 관한 질문이다. 예술인고용보험이 도입되었으나 아직 실질적 혜택을 누리는 웹툰창작자가 드문 현실이다. 예술인고용보험 특례 제도의 개선이 절실한 것이다. 또한, 공적 직업교육이 부족하여 각자 알아서 배워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현실도 개선되어야 하며, 현재 당연가입이 추진되고 있는 산재보험 제도에서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웹툰창작자들 또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모든 후보가 이에 대해 이의가 없었으며, 임기 내 전향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일곱 번째, 문체부가 노정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제안은 현재 문체부 주도의 ‘웹툰업계 상생협의체’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더욱 의미를 가진다. 비록 협의 혹은 합의에 이른다 해도 그 준수의무에 있어서 법적 구속력이 약한 위원회가 아니라 좀 더 강력한 준수의무를 띠게 만들어야 한다는 가닥으로 읽힐 수 있는 질의였는데, 윤석열 후보 측은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위원회는 심의·의결기구이며 노동 교섭 기구와는 결을 달리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여덟 번째는 우리 웹툰인들보다 문체부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더 많이 의존하는 순수예술 노동자들에게 더 중요한 질문이었다. 공공기관이라 해도 갑의 위치라면 반드시 져야 하는 사용자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으며, 이에 대해서도 후보들의 의견이 갈렸다. 이재명 후보 측은 공공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윤석열 후보 측은 현재로선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아홉 번째부터 열한 번째 질의는 넓게 보아 예술인 복지에 관련된 질의라 볼 수 있다. ‘예술인 공제’ 아이디어는 제시된 지 십 년이 넘은 안이나 예술인복지재단 설립 시 유보된 바 있으며, 우리 웹툰인들에게는 불법웹툰 피해 등을 범죄 피해로 규정하고 공제회를 통해 선조치 구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향 등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행 예술인복지법에만 따르면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신진예술인’ 즉 웹툰지망생들에 대한 지원을 가능하게 해야 하며,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신문고’에 2천 건의 부당행위 신고에도 불구 단 2건의 과태료 부과만이 있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현실도 개선되어야 한다. 이 모두 관련법 개정이 따라야 하는 일이다. 이에 대해 모든 후보가 전향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였기에, 희망을 품어 본다. 다만, 진보 진영이라 불리는 오준호, 김재연 후보가 예술인 복지에‘무임승차’하는 예술인이 존재한다는 인식이나 ‘생업’으로서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의아한 지점이다.
열두 번째, 이미 2020년 도종환 의원의 대표발의에 의해 저작권법 전면 개정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우리 웹툰인들의 이해와는 결을 사뭇 달리하였던 고로, 우리 웹툰노조는 창작노동자의 추후 보상권을 인정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찬성, 저작권법 침해에 대한 처벌을 약화하는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반대를 표명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웹툰창작자들에게 가장 민감하고 소중한 이 문제에 대하여, 심상정 후보, 오준호 후보는 ‘사적 자치 원칙의 예외’ 즉 계약상 명백히 불리한 위치인 창작노동자들을 위한 예외조항을 마련해야 하며, 장래 창작물에 대한 포괄적 양도를 금지한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아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이재명 후보 측은 ‘창작자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제출하였으나, 시대 변화에 맞는 저작권법 개정을 약속하였다. 윤석열 후보는 4차산업혁명 미래 지향적 저작권법을 새로이 설계하겠다고 하였으며, 이에 대해서 위 세 번째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웹툰계 MG문제 해결 가능한 표준계약서 도입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이미 제출한 고로, 문화예술 제문제 중에서도 웹툰계의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답변 전에 웹툰노조 측에 누적 MG제도에 대한 정확한 자료와 설명을 추가로 요청하며 웹툰인들의 의견을 더욱 청취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은 윤석열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정책위원들이었음을 밝힌다.
열세 번째 질문도 열두 번째 질문과 궤를 같이 하는, ‘창작노동의 대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미디어,플랫폼,OTT 등의 예술인(창작자) 이익침해 방지와 지적권리(IP)보장’ 이라는 어려운 말로 쓰여 있지만, 예를 들어 최근 카카오페이지의 추미스 공모전이 2차저작권을 일체 양도하는 조건으로 제시되었다가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수정된 사건 등과 긴밀한 연관을 지니는 정책이다. 모든 후보가 저작권법 개정과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동일하였으나, 구체적 안을 선명하게 제시한 후보는 없었기에 이후의 숙제로 남긴다.
문화예술노동연대가 발표한 각 후보의 답변 원문 비교 정리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라.
문화예술노동연대에서 후보자들의 답변 전문을 정리한 내용
여담을 전하자면, 윤석열 캠프와 2월 24일 먼저 간담회를 가졌고, 이재명 캠프와는 2월 25일 간담회를 가졌다. 웹툰노조는 양 진영과 모두 소통하는 연락책 역할을 맡아 활약하였는데, 실로 양 진영과 동시에 간담회를 추진하며, 질의서에 답변을 요구하고 받아내는 일은 말할 수 없이 지난하였다. 그러나 웹툰노조는 이 중심에서 직접 의원실 및 각 후보 정책팀과 접촉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후보들의 정책적 입장뿐 아니라 대화에 임하는 태도까지 생생히 체크할 수 있었다.
윤석열 후보 측은 답변이 어렵다고 호소하며 내부 절차상 기한을 더 늘려 달라고 부탁하였고,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애초 제안한 25일에서 3일을 더 기다려 주었다. 다른 후보들은 모두 25일 안에 답변을 주었으나, 윤 후보 측은 27일에 답변을 주었으니, 지각생인 셈이다. 허나 윤 후보측 정책위원은 모르는 것이 있다며 웹툰노조에 자주 연락을 취해 자료를 받고 공부하는 성실한 태도를 보였으며, 간담회가 끝나고 나서도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반대했던 이유를 추가로 설명하는 김승수의원의 태도 또한 성실하였다.
이재명 후보 측은 애초부터 답변서 제출이 가능하다고 답하였고, 기한 안에 답변서를 보냈으며, 간담회에서는 답변 내용에 대한 구체적 정책 논의를 하자고 제시하는 등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 그 정무적인 역량을 엿볼 수 있었다. 간담회 시 유정주 의원의 구체적 정책 제시와 거버넌스 방안 제시는 감명 깊었으며, 예정된 간담회 시간에서 30분을 훌쩍 넘기고도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고 문화예술 노동자들과의 소통에 성의를 다하였다. 비록 웹툰을 특정해서 정책을 논하지는 않았으나 큰 틀에서 사고하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은 대권과 무관하게 앞으로 정의정책연구소와 함께 정책 간담회를 갖자고 두 차례나 제안해 왔다. 대선이 끝나도 국회의원들의 국정 활동은 지속되므로, 이는 웹툰계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드러낸 태도라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 20대 대선!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의 장이 되길,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 웹툰인들의 현실에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정부가 되어 주길 웹툰노조는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