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의 최애캐를 알려주세요" 내가 죽인 캐릭터를 살려야 하는 작가의 운명 – 재담 신진스토리작가 육성사업 리뷰


로맨스 판타지에서 빙의는 아주 흔한 소재다. 이런 소재는 웹툰 독자들에게는 ‘이미 합의된 규칙’으로 작동해 독자들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은 부작용도 따라온다. 세계관을 아무 허들 없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웹툰 독자들에게는 이제 피로감이 느껴질수도 있는 소재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빙의’라는 소재만 나와도 거부하는 독자들이 있다. 하지만 카레고기 작가가 글을, 나킨 작가가 그림을 그린 <아가씨의 최애캐를 알려주세요>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익숙함을, 읽어나가는 사람들에겐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작품 속 인기 드라마였지만 터무니없는 엔딩으로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게 된 방송작가 ‘이솔잎’이다. 이솔잎은 인기 드라마 <보스냥의 품격>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10년 넘게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던 안타까운 서브 남주인공 캐릭터를 허무하게 죽이면서 평생 먹을 욕을 한번에 먹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잘 나왔으니 이제 탄탄대로만 남았을 거라 생각했던 회식날, 여지없이 빙의트럭을 만난다.

<아가씨의 최애캐를 알려주세요>는 '정면돌파' 해버리는 작품이다.

<아가씨의 최애캐를 알려주세요>는 독자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아예 정면돌파한다. 빙의물이 가진 클리셰는 보란듯이 가져다 쓰면서, 그로 인한 결과를 비틀어낸다. 작품 속에서 작가인 본인이 빙의한 드라마 안, 그것도 이름 짓기 귀찮아서 자기 이름으로 대충 이름을 붙여놓은 재벌3세 캐릭터로 환생해버린다.

여기부터 클리셰 비틀기가 시작된다. 보통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나가면서 자신의 치트키가 무엇인지 배워야 하지만, 작품 속 창조주인 작가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재벌가 망나니 캐릭터에, 원래 드라마 전개와도 상관없는 조연이니 삶을 즐기려는 주인공 앞에 세계선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회귀, 빙의, 환생 장르에서는 직접 부딪혀보며 방법을 찾는다. 200번, 300번, 1천번을 반복하며 법칙을 알아내야 하는 지루함을 이 작품을 용납하지 않는다. 대신, ‘드라마의 신’을 직접 등장시킨다. 그런데 이 '신',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주인공 이솔잎과 티키타카하며 주고받는 입담이 장난이 아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작품의 장르는, 드라마 빙의물이면서 로맨스판타지다. 그렇게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아가씨의 최애캐를 알려주세요>는 장르적 재미에 어디로 갈 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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