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앞에 무력해진 '구글갑질방지법' 도입 2년, 앞섰는데 뒤쳐졌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구글갑질방지법'을 도입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EU에서는 구글과 애플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를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죠. 우리나라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것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플랫폼의 인앱결제 의무화 규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앱결제란 구글, 애플 등의 플랫폼 기업이 자체 개발하거나 제공하는 내부 결제 시스템을 의미하는데, 이 '인앱결제' 사용료가 매출의 최대 30%를 차지해 논란과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EU는 애플, 구글 등 6개 빅테크 기업에 '디지털 시장법(DMA)'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조원 대 벌금이 부과되는 규제책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미국 역시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이미 네덜란드에서는 애플에 외부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10주 연속 벌금을 부과, 총 벌금 약 5,000만 유로(한화 약 675억원)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과 유럽에서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정작 시발점이 되었던 한국의 구글갑질방지법은 실효성 문제를 지적받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구글갑질방지법'을 도입했습니다. 인앱결제 의무화를 금지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골자입니다. 그러나 구글은 구글갑질방지법 도입 이후 '개발자 제공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사실상 '인앱결제 버전2'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구글이 제공한 방식대로만 외부결제가 가능하고, 이걸 통하더라도 수수료는 26%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 이용자들은 국내 앱스토어인 원스토어와 비교하면 구글은 최대 59%, 애플은 76.9% 비싼 값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앱마켓 규모에 최대 수수료율인 30%를 적용해보면 구글의 앱 마켓 매출액은 최대 3조 5,061억원, 애플은 1조 4,751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인앱결제 강제 금지 위반으로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내사 착수'라고 밝힌지 2년만에 나온 결정인데, 한국에서 일년에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그마저도 구글과 애플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집행 시일을 알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인앱결제 강제가 사실상 묵인되면서 웹툰을 비롯한 콘텐츠 개발사들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수수료 부담에 따른 연간 요금인상 또는 비용은 음악이 1,831억원, OTT가 2,389억원, 웹툰과 웹소설이 368억원에 달했습니다. 같은 OTT끼리라도 넷플릭스처럼 규모가 큰 기업은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나옵니다.

같은 서비스인데 기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가격을 내고 사야 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라고 주장하는 쪽도 있지만, 사실상 소비자의 선택권이 박탈당해 소비자 주권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소비자가 똑같은 서비스의 가격을 비교해보거나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박탈당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구글갑질방지법을 시행했음에도​ 여전히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최소한 '듣지 않고는 사업이 어렵거나 불가능한'정도의 타격을 주는 규제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규제마저도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규제가 실효성이 있어도 싸우는 판에, 실효성 없는 규제면 목소리가 더 커진다는 얘깁니다.

애플과 반독점법 소송에서 패소한 후 항소심을 진행중인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 역시 "(구글갑질방지법이) 결제 자체는 규재했을지 몰라도 구글은 이를 회피해 '구글세(Google Tax)'를 걷고 있다"며 "추가적인 요금을 붙이는 요소에 규제가 이뤄지지 못해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팀 스위니 대표는 구글갑질방지법 통과 당시 "나는 한국인"이라는 트윗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진짜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과연 이번 국회에서 이를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불공정 시장을 만드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까지 '테크기업 규제'라고 볼 필요가 있을지, 2년이 지났는데 논의는 아직 원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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