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장취재기] "장기적 고민이 필요한 시장" 베트남 취재기


이제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입니다. 그만큼 아주 빠르게, 웹툰 시장은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웹툰 유통사, 제작사들 또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 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는데요. SWI에서는 베트남 호치민 현지에 직접 찾아가 다양한 진출 업체와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를 통해 생생한 베트남 현지 상황을 전달해 드립니다. 다만, 취재 내용의 특성상 취재 업체와 작가 정보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나라 국세청에는 웹툰 작가가 직업 코드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아직 웹툰과 관련된 사업 코드는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베트남 현지에서 웹툰은 일반인들 대상으로는 한국 드라마, 영화 대비 아직은 생소한 콘텐츠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이를 반영하듯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경우 웹툰보다는 일본 망가와 북미 코믹이 익숙한 세대들입니다.

베트남 플랫폼 'COMI', 아쉽게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는 등록된 리뷰를 찾을 수 없었다. (출처=필자 직접 캡처)


* 웹툰 관련 교육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시장

베트남에게 한국은 아주 친숙한 나라입니다. 역사적으로 비극을 겪으며 여러 감정이 공존할테지만, 현재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 한국 빵집이나 편의점, 한국 음식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한국이 친숙하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만난 한국 빵집. 베트남에서 한국 브랜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저렴하진 않다)

(출처=필자 직접 촬영)

다만, 아직 한국과 다르게 대학교에서 만화, 웹툰 관련 콘텐츠 학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학과 교육 기관에서 웹툰 관련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준비 중에 있는 곳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바로 관련 전문 인력과 경험, 그리고 장비들은 매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베트남에서 웹툰 관련 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점차 증가될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 물가와 인건비는 싸지만

아마 베트남에 관심이 있는 업체라면, 인건비와 물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베트남 진출을 점치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인건비를 포함하여 비용적 측면에서 많은 부분이 한국에 비해 저렴한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체크해야 할 부분은 베트남의 물가가 저렴하다고 해도 전자장비는 한국에 비해 저렴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한국보다 비싼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처럼 장비가 고장나거나 추가 인원이 필요할 때 어제 주문해서 오늘 배송을 받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취재를 하며 만난 현지의 한 업체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빠르게 장비를 구입할 수 없는 부분'과 함께 'PC 구매 시 원하는 사양을 적절한 가격에 맞추는 부분'이 한국과 비교해 힘들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았습니다.

이는 PC 중심의 생태계가 구축되기 전에 모바일 환경으로 진입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며, PC를 비롯한 주변기기는 전문적인 작업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게 책정되고, 소량 수입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우리나라처럼 PC 시대가 길었던 국가들에서는 쉽게 생각하기 어렵죠. PC뿐 아니라 신티크 역시 마찬가집니다.


* 한국인이 생활하기 편한 환경

물론 장비를 구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인으로 생활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한국 음식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으며, 어느 마트에 가도 김치가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호치민에는 이마트가 들어와 있으며, 처음부터 반겨주는 노브랜드 제품들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베트남 호치민 이마트에서 반겨주는 노브랜드 (출처=필자 직접 촬영)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기엔 아직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이 가장 문제로 꼽힙니다. 물론 베트남에서 한국의 네트워크와 같은 품질을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웹툰 관련 업체들의 경우 네트워크 품질은 중요한 요건 중 하나죠. 실제로 한국의 특정 서비스가 급격하게 느려지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베트남은 2023년 5월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PDP8)을 발표하였습니다. 해당 계획을 통해 2021-2030과 2050년까지 베트남의 미래 국가전략개발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결국 전력 수급을 위한 기본 계획입니다.

베트남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 (출처=코트라)

시간이 지나면 해결 가능하다는 말은, 현재는 문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필요한 기반 인프라를 꼽자면 전력 공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베트남은 23년 5, 6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으며 많은 업체들이 피해를 받았습니다. 베트남 전문가들은 증가하는 전력 소비 요구 수치에 베트남 인프라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으며, 계획에 따라 전력공급이 늘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만나본 업체 및 작가들 역시 이와 같은 전력 문제를 언급하였습니다. 특히 갑자기 발생한 정전사태로 인해 저장하지 못한 작업물들을 다시 해야 하는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면 당연히 스트레스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번 여름 유독 에어콘을 틀지 않는 사무실들이 많았습니다.


* 한국 업체들이 남긴 상처

지금까지는 베트남이 가진 문제라면, 이번에는 한국에서 과거 진출했던 업체들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현재 베트남 웹툰 시장에서 가장 이슈인 것은 베트남 현지에 과거 진출했던 한국 제작 업체들이 갑작스럽게 폐업하고 도주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던 제작사 및 하청 업체들의 갑작스러운 폐업은 현지 작가들에게 큰 충격과 아픔을 남겼습니다. 실제 해당 이슈를 경험한 몇몇 작가들의 경우 한국인과 한국 업체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한국에 본사를 둔 한 업체에서 관련 에피소드 중 하나를 전해 주었습니다. 은행의 네트워크 문제로 급여 이체가 한 시간 정도 늦게 지급된 거죠.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직원들이 회사가 급여 지급이 가능한지, 폐업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분들이 과거 경험한 한국 업체들이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한국 업체에 대한 불신을 키운 과거의 사례들은 현재 진출한 그리고 진출 예정인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시장

베트남 시장과 관련해 우려가 되는 지점들, 그리고 한국의 기업들이 과거에 남긴 잘못을 이야기 해 드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취재에 응해주신 업체를 포함해 어떤 곳들이 진출해 있는지 낱낱이 밝힐 수는 없지만, 힘든 시장에서도 옥석을 찾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또한, 베트남 현지에서 일하는 직원들 역시 베트남 웹툰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웹툰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공통적인 사항은, 이전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남긴 폐업이 남긴 걱정과 우려입니다. 따라서, 현지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겁니다. '모두가 외교관'이라는 표현을 구태여 꺼내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의 행동이 이후에 활동하게 될 동료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대표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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