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이스너상 수상작 : 로어올림푸스 2관왕, 지옥은 아쉽게 탈락

제공=네이버웹툰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만화상 아이스너상의 올해 수상작이 발표되었습니다. 흔히 아이스너상으로 불리는 윌 아이스너 만화산업상은 1988년에 시작된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 시상식으로, 미국 만화의 거장 윌 아이스너(Will Eisner)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매년 전문 심사위원단이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출판, 연재된 작품 중에서 32개 부문에 걸쳐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지난 21일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2023년 아이스너상 수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웹툰 전문지로서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는 웹코믹 부문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로어 올림푸스>가 수상했습니다. <로어 올림푸스>는 작년에도 아이스너상 웹코믹 부문을 수상했는데, 올해도 후보에 오르고 수상을 확정지으며 2관왕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웹코믹 부문 후보에 올랐던 다른 작품들은 이재민 에디터의 칼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로어 올림푸스> (좌), <지옥> (우)

연상호, 최규석 작가의 <지옥>은 ‘미국에서 발간된 해외 작품 : 아시아’ 부문에 후보로 올랐었지만 아쉽게도 수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부문은 지브리 스튜디오 감독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슈나의 여행>이 수상했습니다.

사실 아이스너상의 해외작품 부문은 아시아 지역, 그 외 지역 단 두 가지입니다. 올해의 ‘미국에서 발간된 해외 작품’ 부문 수상은 스페인 작가들의 작품인 <Blacksad: They All Fall Down>에 돌아갔는데요. 해외 부문에서 굳이 아시아만 따로 구분한 것은 일본 만화의 영향이 워낙 지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해외 작품 : 아시아’ 부문에 올랐던 후보작은들은 <지옥>을 제외하고 전부 일본 만화였습니다. 그래도 아시아 만화가 곧 일본 만화처럼 통용되던 시절을 지나 한국 작품도 후보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Single Issue/One-shot 부문에서는 <Batman: One Bad Day: The Riddler>가 수상했습니다. ‘Batman: One Bad Day’ 시리즈를 구성하는 여러 단권 중에서도 ‘The Riddler’ 편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연재 시리즈 부문에서는 톰 테일러가 쓰고 브루노 레돈도가 그린 <Nightwing> 시리즈가 수상했습니다. 레돈도는 <Nightwing>을 포함해 여러 시리즈로 최고의 표지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Batman: One Bad Day: The Riddler> (좌), <Nightwing>​ (우)

최고의 단편 부문에서도 배트맨 시리즈가 수상하는 듯 전반적으로 DC 작품, 그 중에서도 배트맨 시리즈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Limited Series(*12부작, 또는 24부작으로 이야기가 완결된 시리즈)에서는 톰 킹이 그리고 그렉 스몰우드가 그린 <The Human Target>이 수상했습니다. 톰 킹은 최고의 스토리 작가 부문에도 후보로 올랐으며, 그렉 스몰우드는 <The Human Target>으로 최고의 펜선 작가 부문에서도 수상했습니다. 최고의 신간 부문에서는 칩 즈다스키의 <Public Domain>이 수상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만화는 나이대에 따라 3개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합니다. 8세까지 부문은 모 윌렘스의 <The Pigeon Will Ride the Roller Coaster!>이, 9세에서 12세 부문은 클라리벨 A. 오르테가가 쓰고 로즈 부삼라가 그린 <Fizzy>가, 13세에서 17세 부문은 다니엘 워렌 존슨의 <Do a Powerbomb!>이 받았습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 부문은 닐 게이먼이 1998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을 기반으로 콜린 도란이 그림을 그린 <Chivalry>가 받았습니다.

20년이 넘은 장기 시리즈에 수상하는 부문도 있습니다. 아카이브 콜렉션 부문은 Stirps(*흔히 신문에서 연재되는 4컷만화처럼 일정한 크기의 칸으로 된 만화 형식)과 코믹북 2가지 부문으로 나뉘는데요. 그동안 쌓인 작업물을 한 데 모아 묶어서 엮은 것을 아카이브 콜렉션이라고 합니다. 스트립 부문은 페기 번즈가 편집한 린다 배리의 <Come Over Come Over>, <It’s So Magic>, <My Perfect Life>이, 코믹북 부문은 디안 핸슨이 프랭크 프라제타의 예술세계를 집대성한 <The Fantastic Worlds of Frank Frazetta>가 수상했습니다.

△ 468 페이지로 무려 5kg에 육박하는 <The Fantastic Worlds of Frank Frazetta>​

지금까지 2023년 아이스너상의 주요 수상작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부문으로 상을 세분화해서 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출판만화가 출간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만화상도 개인작가의 작품과 스튜디오 제작 작품, 웹소설 원작 작품, 최고의 각색 등 분야별로 세분화해서 수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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